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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와 쉼터에서 산 경험으로 웹툰 그린 이유

조회수 2020. 12. 11. 22: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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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 살았다' 하람 작가 인터뷰

부모의 언어폭력과 학대로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당한 하람은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집을 나온다.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지내며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우울증과 무기력은 늪처럼 하람의 발목을 끌어당긴다. 일단 머물 곳이 있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검색 끝에 ‘쉼터’를 찾아간다. 


리디북스에서 연재 중인 '쉼터에 살았다'는 그곳에서 살았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때론 덤덤하게, 때론 솔직하게 그려낸 생활 웹툰이자 여성의 자존감 회복과 연대에 대해 말하는 만화다. 또한, 자신을 믿지 못했던 하람이 점차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내용을 그린 성장 만화이기도 하다. 하람이면서 하람을 만든 사람이기도 한 작가를 만났다. 

출처: 제공. 오렌지디
사진. '쉼터에 살았다' 표지

Q.

생활 웹툰은 많지만 ‘여성 쉼터’의 일상을 그린 만화는 흔치 않습니다. 쉼터에서 지낸 경험을 만화로 그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쉼터에 살았다'에 앞으로 하람이 왜 이 만화를 그리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밝힐 예정이에요. 쉼터에서 같이 사는 애들 사이에서 누가 쉼터 생활을 그리면 재밌겠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어요. 동생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그럼 (쉼터에 대한) 오해가 줄어들 것 같다고요. 


기획은 쉼터에 살 때 해서 거기 선생님들이 어디까지 그려도 되는지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주셨어요. 누군가는 쉼터 이야기를 꼭 그렸으면 싶은데,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해야겠다 했죠.(웃음) 이건 저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

Q.

쉼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쉼터 입소를 고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가 만화에서 느껴지고요. 

A.

‘베도’(네이버 베스트도전만화)에서 그릴 때 2회를 올린 뒤 바로 그 문제에 봉착했어요. 제 만화에 대한 리뷰 중 특히 리트윗이 많이 된 것이 ‘나도 쉼터에서 살아봤는데, 나한텐 최악이었다. 만화는 좋게만 그려서 이제 못 볼 것 같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이런 부분이 염려돼 연재를 멈추고 10개월 정도 쉰 적이 있어요. 다시 시작할 때에는 쉼터의 모든 걸 전하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연재하기로 하고 이후 내용을 이에 맞췄고요. 앞으로 차차 나올 내용인데, 저도 부정적인 사건을 겪은 적이 있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사니까 마냥 좋을 순 없거든요. 그런데 일단은 날 서지 않은 시선으로 쉼터 생활을 그리면서 이런 문제도 있더라 하는 정도로 다루고 싶어요. 부정적인 사건을 그리더라도 나쁜 시선으로 보고 싶지 않아요.

Q.

10대 청소년 중 집이 안전하지 않아 쉼터가 필요한 데도 쉼터에 편견이 있거나 그 존재를 몰라서 더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에게 잠시라도 머물 ‘집’은 아주 중요하잖아요. 이런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그 점 때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 주변에도 탈가정이 필요한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너무 힘들면 집에서 도망치라고 말해요. 네가 집을 나와도 갈 데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거든요. 


그래서 꼭 쉼터에 가지 않더라도 ‘네가 힘들 때 집이 아니어도 갈 곳이 있어.’ 하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다른 길이 있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어. 이런 말이요. 

Q.

쉼터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점차 알을 깨고 나오는 하람의 모습도 좋지만, 쉼터에 들어가기 전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요. 요즘 1020세대 여성 중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잖아요. 하람이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신 이유가 있나요. 

A.

일단 제가 어떤 사람인지 1화에서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숨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이게 나의 최악이었고 나는 나아질 테니까. 이렇게까지 힘들어했던 사람이 여기까지 이렇게 올라올 수 있어, 괜찮아질 수 있어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만화 초반에 하람이 무력감에 빠져서 청소도 못 하고 방에 쓰레기가 쌓이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방에 벌레가 꼬이고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이는 상황이요. 근데 저는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내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처: 제공. 오렌지디
사진. '쉼터에 살았다' 중

Q.

댓글 중에 ‘얼마나 고심하며 만드셨는지 느껴진다. 혹시 잘못된 정보가 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누군가를 해하는 내용이 있을까 돌아보며 신중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보기에 편하고 마음이 쓰인다.’는 글이 있었어요. 작업하실 때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검토를 많이 하시나요?

A.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검토를 많이 하시나요?

네,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콘티 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림은 단순해서 빨리 그릴 수 있는데 콘티 짜는 데 오래 걸리죠. 


제가 쉼터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 만화를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내 이야기’ 안에서 정리하고 가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무조건 챙기고 싶은 이야기도 있거든요. ‘이건 꼭 가지고 가야지.’ 하고 정해놓고 그리다 보니까 콘티가 중요한 것 같아요. 

Q.

만화에서 이건 꼭 가지고 가야지, 하는 건 뭔가요. 

A.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보편성’. 누구나 공감하기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그냥 나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하고. 또 하나는 이게 나 개인의 얘기라는 ‘개인성’이요. 


어떻게 보면 둘이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거든요. 무조건 쉼터가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하람’이라는 아이의 얘기를 엿보는 느낌이 들게 그리고 있어요. 

출처: 제공. 오렌지디
사진. '쉼터에 살았다' 중

Q.

'쉼터에 살았다'를 아직 못 본 독자에게 작품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제가 줄곧 전하고 싶은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설혹 지금 많이 힘들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든 혼자가 아니고 어쨌든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긴 만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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