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의원이 국회에서 차별 언어 들으면 하는 말

조회수 2020. 11. 18. 1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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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정생활은 처음이다..!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

제21대 국회의 초선 의원 장혜영(정의당)은 ‘지쳐서’  국회 일을 시작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 혜정 씨의 탈시설을 돕고 이후 함께 생활하면서 그가 경험한 건 사회적 약자는 시스템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제도적 결함이었다. 그 좌절의 끝에서 어떻게 매 순간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국회의원이 되어야겠다고 선택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우리 모두가 미래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의 확신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국정감사 종료 이후  계획하고 있거나 주력할 일에 대해 알려주기 바란다. 


국감이 끝났으니 ‘입법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키고 산적한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민들에게는 ‘의료민영화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어떻게 보면 내가 혈혈단신으로 통과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이를 준비하고 있다. 상임위를 벗어나 국회 차원에서 본다면 차별금지법과 탈시설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성소수자들이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심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통계와 차별금지법이 잘 연결되었던 것 같다. 다른 국가들도 그렇고, 우리나라에도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가짜 뉴스’들이 많이 확산되어 있지 않나. 이에 관련해 각국 대사관과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거나 비슷한 법제를 가진 나라의 대사들과 만나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 인구주택총조사와 비슷한 조사를 진행하는데, 일본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은 경우 그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문제가 제기되던 차에 시민단체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번 조사에 반영하기 어렵다면 다음 조사에 반영하거나 추가 조사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고, 당사자들이 이 문제를 짚어줘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셔서 특히 기뻤다.

지난 6월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를 한 이후 유튜브 등 다양한 창구로 이 법에 대해 알리고 있다. 국민들에게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는 장이 또 마련될 수 있을까. 


국민들에게 법을 알리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로 어떻게 부각시킬지 고민해왔다. 그래서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해시태그를 통해 진행하는 ‘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들’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가치가 조항에 비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자신의 언어에 대해 성찰하고 변화하는 이들이 작가들이지 않나. 그분들이 함께 참여해주셨다. 우리가 한때 사용했지만 이제 쓰지 않을 말들을 모아 알림으로써 더 많은 국민들에게 법에 담긴 정신을 알리고 싶었다.

중·장년, 남성, 이성애자 중심의 국회라는 공간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은 없나.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장혜영만의 소통 방법은 무엇인가. 


그 부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국회는 그야말로 중·장년, 남성,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비장애인의 세계다. 대부분 자산도 많다.(웃음) 기본적으로 월세살이를 안 하는 사람이 많고, 1가구 2주택자도 많다. 물론 모든 인권 감수성이 한 번에 충족될 수는 없다. 무표정하게 “그건 차별적 말입니다. ”라고 지적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 “아유, 요즘은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큰일 날 소리~” 하고 에둘러서 말해보기도 한다.(웃음) 마음에 힘이 없는 날엔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중요한데, 죄책감이 과하면 나를 깎아내리게 되니 말이다. 


‘최선을 다해 변화를 촉구해본다. 다만 내 목표는  저 사람을 망신 주는 게 아니라 저들이 특정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고 생각하면서 매일 조용한 감수성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할까.(웃음)

모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인생 첫 의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한, 팬데믹으로 주목하게 된 현상이나 담론이 있나. 


당내 경선을 치를 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공개 유세를 온라인으로 했는데, 그 전날 즈음 청도 대남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걸로 기억한다. 그 일로 정말… 너무 오열했다. 동생의 탈시설을 돕는  과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구조적 차별을 자각하고, 이 문제를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겠다고 생각해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청도 대남병원 소식을 들었을 때 동생이 살았던 시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그 병원 안의 광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어려운 건 그거다. 내 감정에 지지 말고 변화로 이끌어내야 하니까. 뜨겁게 솟구치는 분노를 차갑게 벼려놓고,어떤 말과 행동으로 전달해야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를 생각해야 한다. 늘 나 자신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코로나19가 모두에게 어떤 ‘기회’를 줬다는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정치를 오래해온 3, 4선 의원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이 통하지 않아 당황한 분들도 있을 테고. 누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처음으로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이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누구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사진. 김한석

인터뷰 전문은 빅이슈 239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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