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어느 동네를 닮은 나의 디저트 아지트

조회수 2020. 11. 4. 10: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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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로컬 맛집이 있다는 것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온 것은 9년 전의 일이다.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조차도 이사를 온 뒤 1, 2년이 지나 생겼을 정도로 ‘뭐가 없었’다. 누군가 이 외딴(?) 동네까지 일부러 놀러 와줬을 때 ‘여기 커피랑 디저트 다 맛있어!’ 하면서 내심 자신 있게 데려갈 수 있는, 타지에서 여행 온 친구에게 현지인들만 가는 ‘로컬 맛집’을 소개해주듯 데려갈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딱 하나만 더 생기면 좋겠다는 소박한듯 원대한 소망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던 올해 초 어느 겨울날, 마치 늦은 새해 선물처럼 그렇게 이스트우드가 우리 동네로 찾아와주었다.


호주 시드니의 ‘이스트우드’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까닭은 이스트우드의 팀원들이 호주 시드니에서 인연이 닿아 함께 가게를 이끌어나가고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이름뿐 아니라 가게의 분위기 또한 자연스레 호주를 연상케 하는데,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는 업시간과 언제 가도 항상 유쾌하게 맞아주는 팀원들, 회색 시멘트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공간이 주는 다소 러프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 전면 창으로 드는 쨍한 햇살. 이스트우드를 특히나 좋아하게 된 까닭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디저트에 있었다. 밀푀유와 생토노레, 그리고 에클레어처럼 클래식하면서 본격적인 디저트를 내보이기 때문이었다. 

이스트우드의 디저트는 클래식한 카테고리의 디저트라 할지라도 분명하게 이스트우드만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 밀푀유는 얇고 파삭한 푀이타쥬(파이지) 사이에 바닐라빈 특유의 화사한 향이 느껴지는 크렘 파티시에와 달콤한 화이트 초콜릿 크림이 함께 들어가는데, 언뜻 보면 그 맛이 다소 묵직할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모든 레이어가 입안에서 한없이 부드럽게 녹아내려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이다. 

‘생토노레’는 대개 둥근 왕관의 실루엣을 연상케 하는 형태인데, 이에 다소 변형을 주어 네모반듯한 푀이타쥬 사이에 슈를 쌓고 다시 바닐라 크림을 가지런히 얹은 뒤, 마지막으로 그 위를 슈와 바닐라빈 껍질로 장식했다. 넉넉한 모양만큼이나 맛 또한 풍부해서 한 입, 한 입이 모두 만족스럽다. 

아무리 케이크가 맛있더라도 항상 케이크를 먹을 순 없는 노릇인데, 이스트우드는 커피에 간단히 곁들일 만한 쿠키나 까눌레, 휘낭시에, 파운드, 마들렌 등의 구움 과자도 무척 맛이 좋다. 특히 바삭하면서도 속은 은근히 촉촉한 데다 초코칩과 바나나칩이 넉넉히 박혀 있는 르뱅쿠키는 도무지 손을 멈출 수 없는 맛이다. 저마다의 동네마다 저마다의 이스트우드가 생긴다면 좋겠다. 이 일상에 스며드는 잔잔한 즐거움은 나만 알기엔 아까우니까. 

이스트우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신로17길 6 

월~일 9:00~22:00 

인스타그램 @cafe.eastwood

글,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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