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절대 배달하지 않는 것

조회수 2020. 11. 19. 2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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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이 전하는 배달의 세계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지난 9월 출간된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통해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짚는다. 

플랫폼 배달 노동은 코로나19의 대유행과 맞물려 라이더들에게더 가혹한 변화를 안겼다. 라이더들의 ‘먹고살 만한’ 노동환경을 위해 필요한 건 배달은 공짜가 아니라 비용이 발생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다.

출처: unsplash

현재 라이더유니온의 조합원은 몇 명인가. 최근 주력하는 활동을 설명해주기 바란다.


2020년 10월 현재 400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직접 고용 라이더를 비롯한 모든 라이더가 가입할수 있다. 지난 9월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관련 합의안을 마련했다. 

더불어 플랫폼 업체와 근로복지공단이 라이더들의 근무 내용을 공유한다는 내용이 합의안에 담겼다. 산재 신청에 필요한 정보인 근무 일수, 잡힌 콜 수, 징수 현황 등을 바탕으로 라이더가 어떻게, 또 얼마나 일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현재 플랫폼 알고리즘이 공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일감을 배차할 때 내가 정당하게 배차받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라이더는 알 수 없다. 불이익 여부를 모른다는 뜻이다. 회사는 공정하게 배차한다고 주장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선 평점이 낮거나 늦게 배달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또 배달 플랫폼에서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시간과 라이더에게 안내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데이터의 근거를알 수 없다. 배달 플랫폼 알고리즘에선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고 시간제한을 두는데, 막상 내비게이션으로 보면 가는 길에 산이 있어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책에서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 등 배달 대행 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의 폐해를 지적했다.

라이더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다고 했는데, 어떤 문제들이 있나.


예전에 가게 매니저나 업주들이 라이더들에게 한 욕들이 있다. “지금 어디냐, 빨리 와라.”로 시작하는. 

‘배달 가. 아, 너한텐 일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있어. 하지만 선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어.’ 하는 식으로, 결국 라이더들에게 노동을 지시하는 것이다. ‘일하기 싫으면, 돈 5,000원 더 줄 테니까 할래?’ 하는 식이다. 

플랫폼 노동 안에서 지휘 감독이 벌어진다고 봐야 한다.

박정훈 위원장이 쓴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배달 노동자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우버’와 관련한 AB5 법안(미국 캘리포니아)이 있다.

‘우버 노동자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과 연관된이 법안은 기업에서 테스트를 거쳐 플랫폼 노동자가 독립된 사업자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데이 법안에 따르면 그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는 것이다. 이 기준 중 하나가 ‘플랫폼 노동자가 스스로 독립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고객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그게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종속된 상태, 즉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라이더들은 특수 고용자이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처하는 위험이나 어려움엔 어떤 것들이 있나.


일단 일하기 위해 작업 도구인 오토바이를 자비로 사야 한다. 교체 비용과 감가상각비도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4대 보험도 홀로 부담하고, 퇴직금이나 유급 휴일도 보장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사고 책임 역시 라이더가 진다. 사실 배달 사고가 벌어지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업주가 주소를 잘못 쓰거나 도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그런데 플랫폼 노동에선 이런 것들이 무시되고 오로지 라이더의 책임만이 부각된다. ‘책임과 비용의 전가’로 보면 된다.

출처: unsplash

배달 노동자들은 계약상 프리랜서이고 사업자인데, 무리한 배달 콜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불이익을 겪는 노동자도 많을 듯한데.


쿠팡이츠를 예로 들면 배달 수락 거부를 자주 하면 전체적으로 평점이 낮아져서 영구 정지, 1주 계정 정지등 계정 정지를 당한다. 배민라이더스 역시 ‘계속 배달을 거절하면 배차 제한이 있을 수 있다.’라는 경고 문구가 뜬다. 힘들거나 쉬고 싶으면 로그인을 안 하면 되지만, 플랫폼 라이더들은 일을 안 하면 손해다. 오토바이 렌트비 등이 자영업자의 임대료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연봉 1억 원은 3만 4000분의 1의 수익인 셈이다.

몇몇 매체에서 연봉 1억 원을 버는 라이더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능한 일인가.


지난여름 보도된 내용으로 기억한다. 장마가 긴 데다 태풍과 코로나19의 여파로 콜 수가 전체적으로 늘었다.

더불어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의 배달 수수료 할인등 프로모션이 많던 시기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경쟁으로 잠시 수익이 늘었다. 

쿠팡이츠가 라이더들의 수익을 공개한 이후 보도가 잇따랐고, 특히 1위의 수익이 언급됐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연봉 1억 원은 3만 4000분의 1의 수익인 셈이다. 게다가 1위의 하루 수익이 50만 원이라면 5위는 40만 원으로 10만 원이 차이 난다. 그럼 10위, 100위는 얼마를 벌까. 

상위 라이더들의 수익은 보편적이지 않다. 이 기사 이후, 라이더의 유입이 늘면서 쿠팡이츠는 프로모션을 하지 않아도 낮은 가격에 물량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날씨가 좋아지자마자한 건당 배달 단가가 3,300원으로 바로 내려갔다. 지금은 하루 10만 원도 벌기 힘든 상황이다. 

앱에서 주문할 때 배달비가 붙지 않는 가게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건가.


무료 배달은 자영업자의 ‘마케팅’이라고 보면 된다. 무료 배달을 내걸어야 배달 플랫폼 상단에 상호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과거엔 인건비와 원자재 등을 토대로 음식 값에 반영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료라고 착각한 것이다.

배달 거리도 1.5km 남짓으로 동네 배달에 가까웠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음식점 위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몇 km 이상 떨어져 있기도 하다. 우리도 황당하다. 홍대 근처에 있는 사람이 왜 공덕에 있는 음식점에서 시킬까.(웃음) 

홍대 근처에서 왜 공덕으로 음식 배달을 시키죠?

2018년 여름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문제가 공론화되어서 개선된 점이 있나.


일단 날씨 할증이 보편화되었다. 당시 100원을 요구한건 라이더들에 대한 프로모션이 과도하게 붙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위험수당이 높으면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한다. 상징적으로 100원을 요구했는데, 기본 배달료가 낮은 구조는 같다.


올해 남은 기간과 다가올 2021년 라이더유니온의 활동 계획은 뭔가.


정부, 기업과 대화해서 합의문이 나왔으니 국회에 입법 요구를 할 예정이다. ‘라이더안전보장법’을 통해 ‘전태일 3법’ 입법 제안처럼 라이더들의 산재보험 보장, 적정 배달료, 플랫폼 산업 규제 등을 담은 종합적 입법 체계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김상준

출처: 샵(#)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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