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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정리' 신애라와 곤도 마리에의 차이점

조회수 2020. 10. 1. 1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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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여왕, 그 이름 뒤..

집에서 더 쾌적하게 지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공간을 더 넓게 쓰는 게 답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미니멀리즘을 세계에 전파한 정리 정돈계 원톱 곤도 마리에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연예계 ‘정리 고수’ 신애라의 예능 '신박한 정리'가 힌트가 되어줄 거라 기대했다. 

넷플릭스 다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곤도 마리에가 집 안 정리에 애를 먹는 의뢰인들을 찾아가 컨설팅해주는 과정을 다루는데, 예상외로 정리법엔 특별할 게 없다. 


공간이 아니라 옷-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이라는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그 정리법이란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거다. 


예컨대 곤도 마리에는 집에 있는 옷을 몽땅 가져오라고 한 뒤 옷 무더기를 눈으로 보고 의뢰인이 ‘이렇게 많은 옷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그러곤 옷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설레지 않는다면 버리라고 한다. 

넷플릭스 다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의뢰인이 이 지침을 거부감 없이 잘 따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설레는 물건’의 정의는 너무 모호하다. 매일 입는 파자마 티셔츠는 낡아빠졌지만 너무 편해서, 1년에 한 번 입는 원피스는 특별히 멋내고 싶은 날을 위한 거니까, 등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데 버려야 하는 이유가 고작 ‘설레지 않아서’라니. 


'신박한 정리'에서 소개하는 신애라의 ‘필요냐, 욕구냐’ 정리법은 더욱 실용적이지 못하다. 그녀는 일상 유지에 필요한 아이템을 제외한 나머지는 ‘욕구’로 분류해 버리거나 주변 사람과 나눈다. 

tvN <신박한 정리>

심지어 신애라는 수십 개의 트로피도 한두 개만 남기고 다 버렸다고 한다. 추억의 물건 중 하나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사진으로 보관한다는 것.  


신애라가 공개한 팁 중 옷을 계절별로 구분해 거는 방법은 좁은 행거를 활용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고, 추억의 물건은 한 곳에만 보관하는 등 용도와 사용빈도에 따라 수납하는 방법은 제 손으로 살림을 꾸려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 법한 것들이라 ‘신박한 꿀팁’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tvN <신박한 정리>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와 <신박한 정리>를 시청한 후, 내가 사는 집을 둘러보았다. 애초에 고민했던 건 공간을 넓게 쓰는 방법인데, 미국 사람들의 널찍한 집과 연예인들의 아파트를 보고 나니 정리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방 한 칸, 부엌과 거실 한쪽에 만 30년치의 인생을 수납해놓은 게 대견하기까지 했다. 내가 느끼는 문제는 수납과 정리 정돈을 효율적이게 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문제는 절대적인 면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아직은 정리의 달인보단 서울의 소형 아파트에 살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곤마리’의 철학을 ‘곤마리’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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