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50년엔 미처 예상치 못할 '대재앙' 몰려온다
‘안녕하세요?’
무심코 건네던 가벼운 인사말 한마디조차 내뱉기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던 지난겨울,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찾아온 코로나19는 일상 안팎에 거리를 만들어내며 끈질기게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시베리아의 기온이 38℃까지 치솟을 정도로 뜨거웠던 봄을 지나, 54일(역대 최장 장마 기간 기록) 동안 전국에 비를 쏟아부으며 신나는 여행의 추억 대신 상처만을 안겨준 여름을 간신히 지났습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은 또 어떤 ‘예상 밖’의 일들을 우리 앞에 던져줄까요.
예견된 재난
‘예상 밖’이라고 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들이 하나씩 벌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상승하면 지구의 온도는 5~6℃ 올라가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무려 1896년에 발표하며, 석탄 소비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레니우스는 인간의 욕심을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상승하는 현상이 최소한 1000년 뒤에나 일어날 일로 내다봤지만, 지금은 고작 한 세대 이후인 2050년 즈음으로 예측되거든요. 그간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이야기겠죠.
오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복잡다단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 현상을 우리가 전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석탄을 태울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가 대기에 필요 이상으로 쌓이면 결국 지구의 기온을 높여 각종 재난을 불러온다’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사실 하나만 기억한다면 재난을 막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각종 재난으로 드러나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막기 위해 석탄을 그만 태워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멈춰야 할 석탄화력발전소를 7기나 ‘새로’ 짓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네 명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멈추라고?’가 아닌
‘이제라도 멈춰라!’
얼마 전 강원도 삼척에 다녀왔습니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발전소 7기 중 2기가 있는 곳입니다. 발전 사업자인 포스코가 석탄 하역 부두를 짓겠다고 휘저어놓은 맹방 해변은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었습니다.
또한, 수십 년 동안 그곳에서 민박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주민들은 살길을 잃었습니다. “어차피 전기 만들면 서울로 다 보낼 건데 왜 삼척에 발전소를 더 짓느냐.”는 주민들의 분노에 서울 시민인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발전소지만, 발전소가 내뿜을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재난의 피해는 누구나 입게 될 것입니다. 올가을엔 ‘예상 밖’의 재난 대신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춰라.’라는 목소리를 더 자주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