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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개를 때려죽여 탕으로 끓이는 처참한 현실

조회수 2020. 9. 15.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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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너의 자유를 도울게

럭키는 얼마 전 생애 처음으로 산책을 나왔다. 더봄센터 중앙정원에 도착해 넓은 잔디밭을 앞에 둔 럭키는 어리둥절해했다. 한동안 망설이던 럭키는 킁킁, 냄새를 몇 번 맡더니 곧바로 땅을 박차고 뛰었다. 난생 처음 자유의 땅을 누린 럭키는 정말 근사했다.

보신탕집의 개들

럭키는 친구 ‘데이’와 함께 구조됐다. 개들은 올해 초복 전까지만 해도 여수의 한 보신탕집 뒤편의 1m 남짓한 줄에 묶여 지냈다. ‘개를 때려잡아 탕으로 끓인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보신탕집이었다. 보신탕집 주인 부부는 다른 개들은 뜬장에서 길렀는데, 그래도 럭키와 데이만큼은 예뻐하는 눈치로 가게 뒤편의 산자락에 매어놓고 이따금 들여다보는 듯했다.


한편 뜬장에서 길러지는 개들의 사정은 훨씬 나빴다. 썩어서 구더기가 핀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는 점은 럭키나 데이와 다를 것 없었지만, 개들은 사람이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다. 아마도 사람으로부터 거칠게 다뤄졌거나 눈앞에서 다른 개가 학대받는 장면을 목격한 듯했다. 뜬장 근처에는 그을린 흔적이 역력한 기구들과 털뽑는 기계, 큰 솥단지가 있었다.

모든 과정은 한 고비씩

구조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은 뜬장에 있었던 개들의 소유권을 받아냈다.  낭도와 오동이, 돌산이라 이름 지은 세 마리였다.


구조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은 뜬장에 있었던 개들의 소유권을 받아냈다.  개들은 구조의 손길에도 패닉이 되어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머리를 땅으로 처박았다. 눈도 못 마주치고, 공포와 무력함이 느껴졌다. 하필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더 처량해 보였다. 


2차 구조로 럭키와 데이를 데려오는 일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진행되었다. 럭키와 데이는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주인 부부를 계속해서 설득한 결과였다. 초복을 앞두고 혹여나 목숨을 잃을까 초조한 마음이었는데, 다시 여수로 가 만난 개들은 여전히 신나는 얼굴로 우리를 반겨줬다. 

개로 살아가는 연습

뜬장에서 자라거나 짧은 줄에 묶인 채 자라는 개들, 사람에 의해 학대당한 개들은 구조 이후의 과정도 모두 고비를 넘는 듯 어렵다. 단 몇 걸음의 세상 속에 갇혀 살아온 개들에게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문을 나서는 것조차 모두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개들을 보신탕집에서 구조한 지 50일이 가까워간다. 그간 개들은 저마다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오동이와 돌산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만 둘모두 테라스에 나가 바람을 느끼고 몸을 푸는 것에도 익숙해졌는데, 견사 구석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얼어 있던 모습을 생각하자면 무척 기특한 성장이다. 

서로의 존재를 힘으로 삼아

같은 견사를 쓰는 럭키와 데이는 힘을 합쳐서 활동가의 얼굴이나 팔을 핥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하곤 하는데, 데이는 아직 사람의 손이 낯선지 쓰다듬는 손길에는 조금 머뭇거리지만 얼떨떨한 얼굴로 스킨십을 받아준다. 


용감하고 씩씩한 럭키에게 의지해서, 데이도 곧 산책을 나갈 수 있을까? 겁쟁이 오동이와 돌산이, 낭도도 산책을 나가자고 조르는 날이 오게 될까? 넷 모두 아직 마음껏 뛰고 싶다는 본능도 모르는 채 억압되어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그 모두 행복하게 뜀박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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