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산만한 사람들이 격하게 공감할 상황_mp3

조회수 2020. 9. 4. 13: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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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번 들어볼까
출처: 픽사베이

오디오북은 대표적인 절약의 매체다. 전자책과 마찬가지로 종이책의 부피와 무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므로 편리하고, 음악 듣듯 틀어두기만 하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시간과 품이 절약된다. 


반면, 책의 장르나 내레이터의 목소리에 따라 집중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TCI 기질검사 결과, 자극 추구도가 상위 2%에 달하는 ‘산만형 인간’이 두 가지 장르의 오디오북을 들어봤다. 산만한 나머지 주위 소음에 일일이 반응하고 자꾸 딴생각에 빠지는 사람도 오디오북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인문서

출처: 책 '사피엔스'

장기하가 읽어주는 '사피엔스' ★★★☆☆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세계 석학이 추천했건만, 636쪽의 무시무시한 분량 탓에 책을 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오디오북을 리뷰하는 김에 듣다가 잠들지 말지 궁금했던 '사피엔스'를 듣기로 했다.


딱딱한 기계음 대신 유명 셀럽이나 전문 성우들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트렌드인 덕에 독서 플랫폼 M에서 무려 유명 가수 장기하가 들려주는 '사피엔스'를 찾을 수 있었다. 장기하의 목소리는 오디오북에 적합했다. 


힘 있는 발성과 또렷한 발음이 귀에 꽂혀집중도 높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셀럽의 목소리는 읽기 힘든 책과 결합했을 때 팬들에게 도달하는 에너지가 분명해지는 것 같다.

출처: 픽사베이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다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 해당 오디오북은 ‘발췌형’으로 원작 전체가 아니라 군데군데 주제문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읽는다. 이 점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종이책이라면 서너 장 읽다 금방 덮었을지도 모를 책을 ‘읽었다’고 아는 척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참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피엔스'를 다 읽지 못했다. 군데군데 삽입된 사진 자료를 보기 위해 모바일 화면을 수시로 들여다보다 보니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종국에는 듣기와 보기를 혼용하는 게 무슨 오디오북인가?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파고들었을 때 앱을 종료하고 말았다. 역시 인문서는 종이책에 밑줄 좍좍 그어가며 읽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추리소설

출처: 책 '에드거 앨런 포 베스트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베스트 단편선 ★★★★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오디오북에서 성우들은 어떻게 연기할까? 


추리소설계의 두 거장, 에드거 앨런 포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을 대여했다.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을 벌이는 플랫폼 M에선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 김동완이 낭독한 단편선을 제공하고, H 출판사에서는 전문 성우들이 낭독한 애거사 크리스티 베스트 선을 자체 제작했다. 


먼저 김동완이 낭독한 '에드거 앨런 포 베스트 단편선' 속 인물들은 모두 그의 목소리로 재현된다. 배우는 화자의 서술을 독백하듯 읽고 '어셔가의 몰락'의 ‘어셔’를 비롯한 타 등장인물들도 목소리를 변조해 연기한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6인의 성우가 연기한다.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번역 투가 남아 있는 문어체 그대로 세련되고 과장된 성우의 목소리로 연기하기 탓에 'X파일' 같은 오래된 외화도 떠오른다. 

출처: 책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리소설 오디오북에서 특히 흥미로운 건 효과음의 사용이다. '검은 고양이'에서는 ‘계단을 올라오는 가벼운 발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라는 문장과 동시에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기르던 검은 고양이와 아내까지 살해한 주인공 ‘나’가 사람들 앞에서 완벽한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 아내의 시체를 묻은 벽을 툭툭 치는 부분에선 ‘무덤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라는 서술과 함께 “야옹 야옹 야옹 끄아아아~” 하는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며 머리칼이 곤두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는 과거 하녀가 혼전 임신을 하자 집에서 내쫓고 자살로 내몰았던 도덕 지상주의자 에밀리 블런트가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압도당한 상황을 서술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그가 듣는 환청인 벌이 윙윙대는 소리가 효과음으로 등장하며 공포를 고조시킨다.


결론적으로 산만형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오디오북 장르를 꼽는다면 추리소설이다. 행간을 통해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인쇄 매체의 장점과 손에 닿을 듯 눈앞에 펼쳐주는 영상형 시각 매체의 장점 사이에 어딘가에 오디오판 추리소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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