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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코리아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수준이라는 직장 내 성희롱

스토킹이 일상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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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군중들 사이에, 계단을 올라오던 그 남자. 어릴 때부터 싫어하던 센서등이 켜지는 공간, 귀신이 있을 것 같은 그곳, 이제 공포의 대상이 사람이 되었다." B씨가 스토킹 피해 당시 기록했던 일기는, 피해자의 시간을 그대로 드러낸다. 일상의 공간에 침범하는 스토킹 가해자의 그림자. 


현재 한국에서 관련 처벌은 ‘10만 원 이하’ 벌금이 전부다. ‘광고물 무단부착’, ‘자릿세 징수’와 같은 수준이다. 피해자의 불안과 두려움은 정해진 각본일 수밖에 없다. A씨와 B씨 두 사람의 사례만으로, 우리는 성폭력과 스토킹이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터뷰이의 안전을 위해 이름은 모두 이니셜로 처리했다.


직장 내 성희롱과 스토킹의 관계

출처픽사베이(이하)

“신입사원으로 일할 때, 회사 대표가 성희롱을 시작했어요.” 대표는 A씨에게 종종 ‘본인이 쓴 글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느 날 A가 내민 수정본을 보고 대표가 말했다. “어, ‘민낯’이라는 말을 쓰셨네. 야한 거 좋아하시는구나. 나도 그런데.” 알 수 없는 맥락에서 출발한 언어 성희롱은 계속됐지만, 만류하는 상사나 동료는 없었다.


A씨는 도저히 항의할 수 없었고,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자신을 끝없이 자책했다. 그러는 사이 성희롱은 계속됐다. “회사 SNS를 제가 관리했는데, 대표가 뜬금없이 그러더라고요. ‘미국 대학교에서는 페이스북으로 누가 누구랑 잤는지 다 알 수 있다’고요.”

지속된 성희롱과 업무상 괴로움으로 퇴사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던 대표였다. “받을 수가 없었어요. 전화를 안 받으니 문자가 오기 시작했어요.” 퇴사를 한 A씨에게, 대표는 회사 비품에 대한 중요치 않은 질문을 문자로 보내기 시작했다. 일주일 주기로 전화도 걸려왔다.


“너무 불안해서 근처 드럭스토어에 가서 전기총을 샀어요. 아직도 제 책상 서랍에 있는데….제 이력서를 그 회사 사람들이 갖고 있었으니까, 어떻게든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 같았어요.” 스토킹은 3개월간 지속되었다.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눈에 보이는 공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충분한 공포를 느꼈어요.”

“더 센 성희롱이 필요해요”

B씨는 어느 날부터 항상 똑같은 사람을, 똑같은 시간대에 보게 됐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점점 자주 보이더니 어느 날은 집 앞, 어느 날은 근무하는 곳, 어느 날은 심지어 졸업한 학교 근처 지하철역에도 보였다. 우연이라고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늘 B씨의 뒤에 있었다. 


멍한 눈빛을 한 남자가 따라오는 일이 반복되더니, 며칠에 한 번씩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스토킹이 시작됐다. “어느 날에는 모르는 아이디로 카톡이 온 거예요. 내용은 오랜만이다, 자기를 기억하느냐 등이었어요. 바로 차단했지만, 그는 계정을 끊임없이 탈퇴하고 새로 만드는 형식으로 매일매일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 손님한텐 그렇게 웃어주고 밤에는 남친이랑 떡치지?” 안 부끄럽냐?" 남자가 B씨의 행동반경에 있다는 걸 암시하는 성희롱 메시지가 계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성가심이 공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경찰서를 찾았지만 절망했다. 고소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카카오톡 본사에 경찰이 정보를 요청하려면 ‘더 센 성희롱’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 정도론 정보를 안 준다면서요.” 형사들은 임시방편으로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가라고 말했다. “한 번 더 카톡이 오면 형사들 사진을 보내면서 ‘경찰서에 왔다’ 혹은 ‘이 사람이 내 가족이니 까불지 말라’고 경고하라는 거예요. 황망했어요 .

“주변에서 모두 걱정하고 위로해주었는데, 그 말들이 핵심에서 벗어난 말들이었어요. ‘네가 너무 인기가 많다’, ‘네가 예뻐서 그런다’ 이런 말들이요. 그 사람들이 저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인 건 알지만, 굉장히 고립감을 느꼈어요.”

그 일을 계기로 한국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일인지 얼핏 느끼게 되었어요.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피해받는 사람의 일상에 비해서 너무 느린 것 같아요.”


피해자들은 스토킹이 로맨스가 아닌 폭력이라는 인식이 확립되기를, 중범죄로서 처벌대상이 되기를 기다린다. 국회에서 20여년 간 스토킹처벌법이 계류된 동안에도 지속적 괴롭힘은 늘 존재했다. 


상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법이 피해자에게 해줄 것이 없다면, 피해자로서의 시간은 언제 멈춰질까. 지난 해 KBS가 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 중 범행 전 스토킹이 포착된 사건은 3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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