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가정 청소년에게 안전한 집이 필요한 이유

조회수 2020. 7. 27. 14: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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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가정 청소년, 곰곰의 이야기

작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 내에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은 2.6%이다. 전체 청소년 인구가 876만 명으로 추산되므로 그 수는 23만여 명 정도다. 하지만 실제 탈가정 청소년 수는 그보다 많은 27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집에서 나오는 이유로는 ‘부모님 등 가족과의 갈등’이 70%를 차지하고 청소년 시절 탈가정한 곰곰(현 25세) 역시 그랬다. 곰곰은 거리와 쉼터를 전전하며 보낸 3년간의 이야기, 그리고 자립한 현재의 삶에 대해 들려줬다. 


청소년 때 집을 나왔다고요.

새어머니와 갈등이 심했어요. 보통은 다른 쪽 부모님이 중재를 하시잖아요. 그런데 제 아빠는 중재를 못 하셨어요. 그래도 저를 지키려는 마음은 있었는데, 저랑 새어머니랑 싸우면 부부 싸움이 벌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새엄마가 가정의 모든 불화가 저 때문이라는 듯 이야기했어요. 


새어머니와 이복형제들의 행동들로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쌓여갔어요. 가족은 항상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안 될 거라 말했고,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면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투였어요. 


그때 연락하고 있던 여섯 살 위의 친한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와 손잡고 집을 나왔어요. 마음이 편안해야 자기 집이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 집은 저에게 몸이 안전하지도, 마음이 편하지도 않은 곳이었어요.

왜 쉼터에는 안 갔어요?

쉼터에 대해 나쁘게 생각했어요. 학교생활이 엉망진창이니까 담임 선생님이 학교 안에 있는 위클래스 상담소 이용을 권유했는데 거기서 제 얘기를 들으시더니 딱히 설명 없이 쉼터에 가야 한다고 부모님한테 통보를 한 거예요. 아빠가 충격을 받으셨죠.


나름 잘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외부 사람에 의해 아니라고 판단당하니까 패닉이 오셨나 봐요. 아빠가 갑자기 친어머니를 만나게 했고 새엄마와 제 사이는 더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쉼터에 대해 아빠가 날 잘못 돌봐 가야 하는 곳으로, 나쁘게 생각했어요.


결국 집을 나와서 친한 언니가 소개한 중년 남성들과 한 달 가까이 만났어요. 그들을 만나면 모텔에서 자고 못 만나면 길거리에서 해 뜰 때까지 앉아 있는 거죠. 빈털터리로 나와서 돈도 없고 갈 데도 없으니까요. 막판에 그분들과 2박 3일 내내 만났는데, 의식이 있건 없건 계속 성관계를 하고 있던 거예요. 나중엔 살고 싶어서 쉼터에 갔어요. 

거리의 삶이 녹록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지냈어요?

열일곱에 언니의 목적지였던 구미에 도착하자 언니가 “너는 스무 살이다.”라고 당부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알선을 당했고 중년 남성들을 만났어요. 


그들이 계속해서 제 나이를 의심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도 제가 청소년이란 걸 알았을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은 만남의 대가를 모텔을 잡아주는 식으로 지불했어요.

만약 곰곰님이 집에서 나오고
주거지를 우선 제공받았다면
쉼터 시설을 전전하는
시간이 단축됐을 것 같아요.

자립하고 나서 저도 사정이 녹록지 않았지만 주거가  불안정한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거가 불안정해진 친구가 생기면 임시보호처럼 데리고 오곤 했어요. 전문 기관처럼 해주지는 못했지만 다들 나중엔 안정적으로 되어서 떠났고 그런 걸 보면서 존엄성에 대해 생각했어요.


집을 제공받는다는 건 하고 싶은 것과 억지로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라고 봐요. 물론 집만 있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어쨌든 시작점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집이 있었으면 모텔을 전전하며 아저씨들을 만나는 일을 안 했을 것 같아요.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주거가 보장됐다면 선택의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았을까요.

출처: 지금 곰곰이 살고 있는 집. 작은 방이지만 곰곰에게는 소중한 안식처다.

지금 자립한 후 살고 있는 집은
어떤 곳인가요?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 나라’에서 나와 자립한 지 4년이 되어가요.  지금 사는 집이 세 번째 집인데요. 첫 집은 낡고 허름한  원룸이었어요. 제 짝꿍이랑 주거가 불안정한 친구랑 셋이서 좁디좁은 원룸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돈을 모아서  에어컨이 있는 투룸으로 옮겼어요. 그 집에 가면서 ‘나 성공했네.’ 하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객식구가 늘어서 짝꿍이랑 저랑 한 방을 쓰고, 집 없는 친구 둘이 한 방을 썼어요.


지금은 단독주택 2층의 넓은 투룸으로 이사를 가서 또 복닥복닥 살고 있어요.

다음 집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원하는 주거의 모습이 있나요?

수도권의 인구 밀집도가 높으니까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청소년, 청년들을 한산한 비수도권 지역에 데려다놓고 자치적인 삶을 살게 하면 어떨까 상상해요. 


땅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거나 집짓기 기술 등을 교육해서 본인이 노력하면 상상이 현실로 바뀔 수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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