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1도 없이' 살기 가능? '극악'에 가깝다는 미친 도전 시도해봤다!

조회수 2020. 6. 15. 19: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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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로 웨이스트 도전기

모두가 ‘맥시멀리스트’라고 인정하는 나는 며칠 전 집 안 대청소를 했다. 제일 큰 종량제봉투(100리터) 두 개 반이 우리 집 쓰레기로 나왔다.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면서 지나간 쓰레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쓰레기 배출 ‘0’엔 실패했지만, 덜 사고 덜 버리는 습관이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길이라는 점은 깨달았다.


1일차 : 제로 웨이스트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일어나자마자 무심코 캡슐커피를 내렸다. 얼마 전 구매한 커피머신은 커피 한 잔당 하나의 캡슐 쓰레기가 나온다. 커피머신 장만 이후 단 한 번도 종이필터에 원두를 내려 먹지 않았다. 습관이 정말 무서웠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생각났다. 무엇보다 나는 최근 5년간 직접 밥을 지은 역사가 없다. 한국인이 쓴 일회용 컵을 쌓으면 달에 닿을 길이라고 하던가. 


내가 쓴 즉석밥 그릇들이 떠올랐다. 일부는 길고양이 밥그릇으로 써왔지만 그마저도 지저분해지면 ‘재사용 했다’고 안심하면서 버렸다. 

2일차 : 비누 하나로 온몸 씻기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얻었다. 샴푸 등에서 나오는 계면활성제를 줄일 순 없을까. “비누로 머리를 감아도 돼. 린스 대신 식초를 사용해도 좋고.” 


다만 친구는 웬만해선 머리를 감을 정도의 거품이 나지 않는다면서, 비누를 머리카락에 마구 문질러야 한다고 했다. 물과 식초를 섞어 머리를 헹궈봤지만 영 어색했다. 빗질을 하다 머리가 확 엉켜버렸다. 


알고 보니 식초를 너무 적게 넣으면 머리가 그대로 떡이 진다고 한다. 친구의 추가 조언에 따라 식초 양을 늘렸더니 머리카락이 덜 뻣뻣한 것 같다.

3일차 : 한 끼에 이렇게 비닐이 많이 나오다니

계속 외식을 할 수 없어 이날은 ‘냉장고 파먹기’를 했다. 지난주 사다둔 고기와 즉석냉면이 있었는데, 한 끼니에 비닐 포장 두 개와 일반쓰레기 한 개, 고기를 포장한 랩 한 개가 나왔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서는 일일이 정육점과 시장을 찾아야 할까.


‘금자의 쓰레기 덕질’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탈리아의 ‘까판노리(capannori)’에선, 도시 전체가 정책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4일차 : 구겨진 종이컵

환경의 날이다. 비닐봉지 대신 천 주머니를 챙겨 편의점에 갔다. 라면과 즉석밥, 건전지, 맥주…. 포장을 피할 길이 없었다. 특히 라면은 낱개포장이 없어 5개짜리 묶음을 살 수밖에 없었다. 5개를 묶기 위해 또 포장이 만들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1+1’ 묶음 포장이 7월 1일부터 금지된다고 한다. 박스포장 테이프가 없어 사람들이 부랴부랴 테이프를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세상은 더 빠르고 복잡해지는데,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길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는 것 같다.

5일차 : 쓰레기 ‘0’으로 살 수 있을까

‘무엇을 쓰레기로 규정할 것인가?’는 지난 5일간 가장 자주 했던 질문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쓰레기 ‘0’으로 살기엔 아직 벅차다.


지금 옷장에는 예전 같았으면 바로 버렸을 목이 늘어난 양말이 개켜져 있다. ‘헌옷수거함’에 넣기도 민망한 퀄리티다. 

아직까지 쓰임새를 찾은 건 아니지만, 내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 방법으로 삼은 첫 번째는, 버리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일뿐이다. 그간 일회용품과 물욕에 충성해온 삶을 반성하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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