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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코리아

'책 읽기 싫어 병'에 걸렸다

책 읽지 못하는 병에 걸려 오늘도 난 서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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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구체적인 병명이 있는 건 아니다. 자간과 행간 사이에 자꾸만 다른 생각이 침범할 뿐. 책을 잘못 골랐네, 애꿎은 저자를 탓해보지만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때 사색의 시작점을 만들어주던 독서는 내 삶에서 지분을 줄여갔다. 


동네 책방, 서점 리스본

그래도 책 읽던 관성이 있어서인지 읽지도 않는 책을 참 잘도 샀다. 에이, 그래도 이렇게 사놓으면 언젠가 읽겠지. 그런데 한 번은 똑같은 책을 두 권이나 사고 말았다. 확실히 내 취향인 책이구먼!’ 하고 애써 웃어넘기긴 했지만, 읽지 못하고 쌓이는 책을 보니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만 늘었다.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늘어놓는 까닭은 동네 책방 ‘서점 리스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서점 리스본은 작은 작업실에서 ‘드로잉북리스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독립 서점이다. 라디오 작가로 오래 일한 책방 주인은 이곳이 라디오를 닮은 서점이 되기를 바랐고, 희망사항처럼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책을 내어주는 공간이 됐다. 그 안온한 분위기 덕분에 서점 리스본은 내 아지트가 됐고, 훌쩍 아무 목적 없이 방문하곤 했다. 

서점 리스본 포르투 2층의 어느 오후

그러던 어느 날, 산책하던 중 서점 리스본과 비슷한 결의 서점을 발견했다. 뭔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2호점 ‘포르투’라는 설명 글귀가 보였다. 익숙한 풍경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크래프트 박스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물건은 리스본 생일 책으로, 해당 날짜에 태어난 작가의 책이 담겨있다. 이 책의 경우 블라인드 북이라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책인지 알 방법이 없다.


“2층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한번 올라가보세요.” 스텝의 말을 듣고 올라간 2층은 떠들썩한 연남동의 대기와 는 달리 고요했다. 책과 햇빛만 차 있는 공간. 그 고요함이 낯설고도 좋아 책을 펼쳤다. 한 장, 두 장, 다시 또 한 장….도통 나아지지 않던 내 병은 그렇게 우연히 어느 작 은 동네 책방에서 회복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책을 가까이 만나러 갈 수 있는 ‘서점 리스본’에 관한 관심이 시작됐다. 처음 가본 홈페이지 에는 리스본 독서실, 글쓰기클럽, 비밀책 정기구독, 생일책 예약 등 책과 글을 매개로 한 솔깃한 프로그램들이 모여 있었다. 기약 없는 바이러스의 시기가 끝나면 슬쩍 신청해보리라.


그나저나 '책 읽기 싫어 병'의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2층 고요한 공간의 힘이었을까, 펼쳐 든 책 속 문장의 힘이었을까. 어찌 됐건 오늘도 나는 타박타박 서점으로, 글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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