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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레드벨벳 스타일리스트가 선보인 패션 세계

조회수 2020. 3. 23.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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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아시아

‘새로운 것’을 내놓길 바라는 패션계에서 ‘차용’은 불가피하다. 디자이너들은 주로 다른 문화권의 이미지를 빌려와 컬렉션의 모티프로 사용하곤 한다. 이러한 차용은 패션의 대량생산이 시작된 서양에서 먼저 시작됐다. 서양은 동양에 대한 ‘애호’의 형태로 등장했고, 추후 동양에서도 서양의 문화를 빌려와 소비했다. 하지만 수용의 동기는 다르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다른 한쪽에서는 ‘어울리기’ 위해 문화를 받아들였다. 수용이 다르니 패션이 되었을 때 풍기는 뉘앙스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한편 차용이 바탕이되 흥미진진한 시선을 내놓고 있는 세 사람을 소개한다.


MINJU KIM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의상 제작부터, 레드벨벳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한 Minju Kim. 그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패션 리얼리티 쇼 ‘넥스트 인 패션’의 우승자가 됐다. Minju Kim이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 스테이지에서 19SS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특유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이나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리본, 퀼팅 작업 등이 브랜드의 시그니처 룩으로 보였다. 


바로 다음에 나온 19FW 컬렉션에서는 능통한 패턴 작업이 돋보였다. ‘LET THE RIGHT ONE IN’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는 <렛미인>으로 알려진 스웨덴 영화에서 영감을 따온 이 컬렉션에서 보이는 패턴은 영화 <미드소마>에 나온 벽장식과 비슷한, 스칸디나비아 전통 벽걸이 공예품인 태피스트리에서 발견될 법한 패턴이다. 이 패턴을 니트에 수놓는 대신, 비닐  느낌이 많이 나는 가죽이나 뻣뻣한 PVC에 새겨 넣어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JULIAN SONG WAN JIE

상하이 기반 포토그래퍼 이하 Julian Song의 사진이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한국의 브랜드 ‘기준Kijun’의 20SS 컬렉션일 것이다. 영화 <첨밀밀>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는 이 컬렉션과 모델이 풍기는 전체적인 느낌 때문에 반포한강공원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홍콩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파트 빌딩을 배경으로 모델이 꽃을 들고 팔을 위로 향한 사진이 가장 눈에 띈다. 사진에서는 유난히 랜드마크 빌딩과 상승 이미지가 많이 보인다. 이 같은 사진이 아니면 위에서 찍은 버드아이 뷰의 사진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구도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압도적 거대함을 암시한다. 그리고 모델의 포즈는 경제 성장에 뒤따르는 엄격함과 획일성을 표현한다. 한국의 기준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다른 신진 브랜드를 위해 촬영한 룩북 사진에서도 이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YUHAN WANG

Yuhan Wang의 컬렉션은 진짜와 가짜가 공존한다. 프린트된 야외 배경 앞에 진짜 모델이 서 있다. 프린트된 배경과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19세기 프랑스 회화를 떠올리게 한다. 르누아르 그림에서 볼 법한, 주말 야외로 나가 햇살을 즐기는 청년들이 하고 있을 법한 차림이다. 다만 르누아르와 달리 Yuhan Wang의 세계는 조금 더 기묘하다. 


그 이유는 19세기 회화에 없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동양인이다. 당대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동양은 단 한 번도 그들 그림 속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동양은 늘 ‘중국풍 정원’이나 ‘일본풍 가구’ 등으로 희석되어 그들의 그림에 등장했다. 즉, 동양은 늘 어느 정도 ‘가짜’였다. 한편 Yuhan Wang은  ‘진짜’를 동양인으로, ‘가짜’를 유럽풍 야외를 내세우며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공존하게 되니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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