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에서 JYP 박진영 뭉클하게 만든 감성 싱어송라이터

조회수 2020. 3. 21. 1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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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 같이 노래하자, 가수 이설아

이설아를 소개할 때, <K팝스타>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을 불렀던 여자 가수, 라고 하면 다들 ‘아하!’ 하고 기억을 떠올린다. 혼자 피아노 앞에 앉아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 이설아. 정규 앨범 1집 수록곡 ‘수상한 사람’ 가사에는 힘든 상황이 ‘내 탓이 아니라고 해달라’라는 호소가 담겨 있다. ‘그냥 있자’의 가사는 ‘아무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때 그냥 같이 있자’고 말한다. 그의 음악에는 위로, 공감, 사유, 간결하고 담백하다. 여린 싹을 내어놓는 봄의 식물처럼 이설아는 연약해 보이는 껍질을 뚫고 나와 목소리를 낸다.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사사로운 감정에 무력할 때
아무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때
그냥 같이 있자

- ‘그냥 있자’ 중에서

2019년 11월에 정규 1집이 나오고, 2020년 2월에 단독 공연 ‘생명에게’를 열었습니다. 공연 이름을 ‘생명에게’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어느 날 저를 축하해주고 싶더라고요. 제가 살아남기까지 주변의 응원도 많이 받았고, 그런 고마움을 남에게 표현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니까요. 또 잘 태어나줘서 고맙고, 그동안 사느라 애썼다, 앞으로도 잘 살아달라고… 모든 생명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들이 많았어요. 사람, 동물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생명들에게 축하해주는 그런 마음으로 ‘생명에게’라고 지었어요.


지난 2월에 전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고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 혼자 작업하고, 공연하고, 음악을 알려야 하는데 힘들지 않나요.

<K팝스타>에 나오고 많은 회사의 러브콜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게 많고 여러 음악 장르에 관심도 많았는데 방송에서 제 이미지가 너무 분명해서, 제안도 그쪽이 많았거든요. 음악이 한정 지어지는 것도 싫고, 회사에 들어가는 게 조심스러워서 스물한 살 때부터 혼자 모든 것을 했어요. 그때부터 혼자 결정하는 게 버릇이 돼서 회사 계약이 만료됐을 때에도 두려움은 없었어요. 물론 귀찮고 챙길 건 많겠지만, 하려면 다하죠.(웃음) 혼자 놓인 게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어요.


2014년 <K팝스타>에서 부른 곡이 ‘엄마로 산다는 것은’이었고, 자작곡을 가지고 나와 부른 게 이설아를 알리는 데 결정적이었어요. 이후에도 혼자 활동한 거네요.

그때의 저를 돌이켜보면 참 겁이 없었어요. 지금은 살면서 타인에게 상처도 받고 조심하는 것도 생겼고 사람들 시선도 의식하게 됐는데, 그땐 모든 게 처음이었잖아요. 제가 생각해도 참 야무지고 용감했던 것 같아요. 자라온 환경이 혼자 결정하고 알아서 해야 했어요. 어릴 때는 ‘난 왜 일찍 성숙해야만 하지?’ 하면서 제 환경을 미워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다 좋아요. 저를 마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엄마로 산다는 것은’도 그렇고 수록된 노래들의 가사도 직설적이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사들이에요.

가사라는 게 생활 중에 다 있는 것 같아요. 제 삶이나 경험이 다 기록이 되는 편이에요. 오늘 아침에 마주친 설탕이(이설아의 반려견)의 얼굴이 가사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의 이야기나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가사가 될 수도 있어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 삶 속에 가사가 있어요. 평소 메모를 많이 해두는 편이고, 어떤 글은 곡으로 만들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걸 읽으면서 노래를 해요. 작업은 너무 은유적인 표현보다는 쉬운 말이 좋더라고요.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이게 되게 직관적인데, 좋은 표현들이잖아요. 듣는 사람에게 쉽게 들리면 좋겠지만 한 번 생각에 잠기게 되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인디 뮤지션 이설아’라고 소개되는 걸 봤어요. 한국에선 흔히들 대중 뮤지션과 인디 뮤지션으로 구분하죠.

저는 인디 뮤지션 하기 싫은데 인디 뮤지션이긴 해요.(웃음) 인디펜던트라는 말이 사실은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드는 사람을 칭하는 건데, 요즘은 자본이 많은 회사에서 제작을 해도 음악 장르에 따라 인디 뮤지션이라고도 하잖아요. 그 경계가 모호한 것 같아요.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비밀수첩’ 공연을 했죠. 원래 가사에는 없는 내레이션이 무대에서 추가됐고요. “살아 움직여서 너에게 닿을 거야.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게 만들 거야.”라는 내레이션이었어요. 상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피해자인 저는 괴로워 잠을 못 이루는데, 제게 상처를 주고 죄를 지은 사람은 과연 이 시간에 불안할까 싶었어요. 내가 이걸 유서로 남기면 당신이 죄를 깨닫게 될까. 그런 생각까지 간 거였어요. 그때 곡 소개를 하면서 ‘이 노래는 세상을 잘 살아내고 싶은 사람의 노래이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처음으로 공개했어요. 이전에는 그 노래를 부를 때 힘들었는데, 그걸 설명하고 부르니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온스테이지에서도 그렇게 내레이션을 추가했어요.

혼자 활동하는 여성 아티스트가 자기 목소리를 담대하게 내기가 쉽지 않아요.

제가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져야만 했어요. 제가 엄청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불편한 농담이나 스킨십 등 그런 불필요한 일을 겪고 나면 ‘두고 봐, 당신이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이 일을 끝까지 해낼 거야.’ 같은 오기도 생겼어요. 그 자리에 있고 싶어서 나를 해치면서까지 노력해왔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프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 꿈을 포기해버리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요즘은 어떤 것에 위로를 받으세요?

‘설탕이’요. 설탕이를 만난 게 12월인데 제게 다른 세계가 생겼어요. 새로운 지구가 하나 더 있었던 거예요! 우울한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저를 이 친구가 너무 예쁜 눈으로 바라봐주니까 이겨낼 수 있어요. 이 친구는 산에서 구조한 아이인데, 저는 제가 얘를 살린 줄 알았는데 설탕이가 저를 살린 것 같아요.  


한국의 다른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선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제 자리에서 굴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건강하고 선하게 제 삶을 지켜낼 거예요. 그렇게 걸어 나갈 거예요. 그런데 그 걸어 나가는 길에 같이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씩씩하게 옆에 서서 연대하고, 지지해주고, 같이 걷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으면 저도 옆에 가고 있을 테니까.(웃음) 옆이나 뒤를 봤을 때 우리 다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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