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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로 본 그레타 거윅의 현장

조회수 2020. 3. 13. 19: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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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 감독으로 호명되고 있는 그레타 거윅

나는 그레타 거윅을 좋아한다. 나는 영화 현장의 비하인드 사진을 좋아한다. 고로 나는 그레타 거윅의 영화 현장 비하인드 사진을 좋아한다. 

그레타 거윅의 첫 단독 연출 장편 <레이디 버드> 사진이 풀렸을 때 나는 영화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바로 그 사진을 노트북 배경 화면으로 설정했다. 

가장 먼저 꽂힌 사진은 따스한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으면서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그레타 거윅과 경청하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의 사진이다.
그레타 거윅이 주인공 역 시얼샤 로넌과 루카스 헤지스 사이에 앉아 두 사람의 무릎을 감싸고 디렉팅하는 사진도 매우 좋아한다. 이런 모습은 그녀가 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또 눈에 띄는 점은 가슴팍에 붙어 있는 이름표다. 세트장에 사나흘만 오는 배우들은 스태프의 이름을 전부 외우기가 힘들 텐데, 그들을 위해 스태프 전원이 이름표를 붙이게 했다고 한다.
영화 제목은 왜 적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감히 추측하자면 스몰 토크 주제가 될 만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을 적은 것이 아닐까?
이로부터 2년 후 <작은 아씨들>의 비하인드 사진도 풀렸다. 이번에 풀린 사진도 마찬가지로 즐겁고 따스하다. 특히 19세기 말 복장을 하고 있는 배우들 틈에서 그레타 거윅이 맥북을 열어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는 연대 착오적 사진에 눈길이 갔다.
이번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시얼샤 로넌을 디렉팅하고 있는 사진은 영화 스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한편 대배우 메릴 스트립을 디렉팅하는 모습을 담은 비장한 사진은 여성 영화인의 연대와 뒤따르는 세대교체를 요약한다.
그레타 거윅의 비권위적인 촬영 현장은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몇몇 남성 감독들의 강행군, 심지어 폭력적인 촬영 현장과 대조된다.
그레타 거윅은 영화는 고생을 많이 해야 좋은 예술이라는, 감독의 독자적인 예술이라는, 여성이 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신화를 깨부수고 있다.
그레타 거윅이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지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아카데미의 시대착오적 고집과 무관하게 그레타 거윅과 그녀의 크루는 이미 새로운 방향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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