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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억 무기사업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고?

조회수 2020. 12. 3. 1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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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시크릿> 38억 첨단무기 도입사업 '가위바위보 결정'의 내막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현대로템이 개발중인 다목적 무인차량 '쉐르파'. 현대로템은 최근 방위사업청의 신속시범획득사업에서 가위바위보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38억 무기사업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군 당국이 최근 38억원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신속시범 획득사업)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저도 처음에 이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30년 가까이 국방분야를 담당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잘못 알려진 게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황당한 사건’에 대한 말씀을 올리려고 합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군용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 획득사업에서 현대로템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는데요, 이 사업에선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원격 또는 자율 주행으로 병력이나 장비를 수송할 수 있고, 원격조종기관총탑 등 어느정도 무장도 갖추고 있는 지상로봇 무기입니다.



◇ 두 업체 모두 0원 입찰해 가위바위보 추첨 방식으로 업체 결정


신속시범 획득사업은 우리나라 무기도입이 너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한 새 무기도입 시스템입니다. 방산업체 등의 오랜 숙원사업이었고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돼 왔습니다. 이번 사업은 38억3600만원 규모입니다.


사업자 선정은 기술, 가격 분야에 대한 평가로 이뤄지는데 이번 선정은 기술-가격 동시 입찰로 진행됐습니다. 두 업체 모두 최저 기술 점수를 통과해 입찰 가격으로 결정을 해야 했는데요, 두 업체가 같은 가격을 써내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두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모두 ‘0원’. 38억 규모의 사업에 0원을 써낸 것도 말이 안되는 얘기인데요, 군 주변에선 두 업체 모두 수천억원에 달하는 본 사업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과도한 출혈 경쟁을 한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에 선정되면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추후 전력화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가 개발중인 다목적 무인차량. 원격조종기관총탑으로 무장하고 병력 또는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의 신속시범획득사업에서 가위바위보로 탈락했다.


기술과 가격, 두 가지 조건이 똑같아지자 방위사업청은 전자추첨 방식의 ‘가위바위보’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제47조)’과 ‘국방전자조달시스템 전자입찰 유의서(제18조)’에 따른 것입니다. 가위바위보는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 하는 방식입니다.


두 업체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가위바위보’ 중 하나를 5회에 걸쳐 선택하게 한 뒤 승자를 가리는 방식인데요, 이를 통해 현대로템이 결정된 것입니다.



◇ 방사청, “법령 따라 절차 준수한 것” 해명


‘가위바위보’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해 방사청은 “법령에 따른 절차를 준수한 것”이라며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방사청은 입장자료를 통해 “신속시범 획득사업은 민간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군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단기간 시범 운용할 제품을 소량 획득하는 사업”이라며 “필요 성능을 충족하는지만 평가하는 게 효율적이고 적합한 평가 방식”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사청은 또 “양산 사업은 필요성이 인정되면 절차를 거쳐 진행되며, 신속획득 시범사업과는 별개로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속시범 획득사업은 일종의 ‘맛뵈기’ 사업이고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양산 사업은 신속시범 획득사업과 무관하게 다시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니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성능 요건을 충족하고 가격까지 같을 경우 전자추첨을 통한 낙찰 방식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방사청이 억울해하는 대목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보통 그런 방식은 일반적인 물자 조달 때 활용된다고 합니다. 이번처럼 미래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사업에 적용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방산 전문가인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지난 2018년 12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3조에 마련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체결’이 해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은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 중 탈락한 업체에 대해서도 제안서 작성 비용 등 제반비용의 일정 부분을 사업비용의 15/1000 범위 내에서 나눠 보상해주기 때문에 매우 합리적인 계약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0원 입찰' 등 제도개선책 서둘러야


이 계약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 제품의 개발과 구매를 위해 최적의 제안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입찰가격보다 제안기술에 중점을 둬 첨단 무기체계와 관련된 방위사업에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민·군 합동과제로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이미 진행중인데 비슷한 무기의 신속시범 획득사업이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종의 ‘중복투자’ 아니냐는 겁니다. 아울러 ‘0원 입찰’이라는 비상식적 관행도 이번 기회에 없앨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만들어야는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기도입 사업과 방산에 대해선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사청 등 군 당국과 업계에서도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요, 이번 사안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방사청 등 군 당국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개선 등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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