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의 게임체인저가 될 뻔한 독일군의 초대형 대포
최근 등장한 미국의 155㎜ 자주포는
발사한 극초음속 포탄으로
순항미사일 표적 요격에 성공하며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전망되고 있다.
정체불명의 포탄이 도심을 타격하며
대포의 신기원을 여는 사건이 발생한다.
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18년 3월 21일 토요일 오전
대치 중인 독일군의 전선과
100km 이상 거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파리 전역에 난데 없이
20여 발의 포탄이 떨어진다.
파리 근교에 독일군 포대가 없었기에
야포에서 발사한 포탄도 아니었고
보고된 독일 항공기도 없었기에
하늘에서 떨어뜨린 폭격도 아니라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도발로
파리는 순간 공포에 빠진다.
하루가 경과한 후 프랑스는
120km 밖 독일군의 전선 뒤에서
포탄이 오고 있음을 파악했지만
엄청난 사정 거리를 가진 대포의
정체와 위치를 알 수는 없었다.
이것은 포신 길이 34m, 무게 256 톤,
유효 사거리가 무려 130km였는데
현대 야포의 사정 거리가 보통
15~25km이고 부스터를 사용하면
40km 거리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Kaiser Wilhelm Geschütz"라는
이름을 가진 독일제국군의 포였지만
파리를 공격한 이것을 연합국 측은
"파리 대포(Paris Gun)"로 불렀다.
총부터 군함까지 독일제국에 무기를
만들어 공급하며 철강 재벌로 성장한
크룹사는 빅 베르타와 같은 대형 포를
만들어 왔는데 우연적인 요소가 더해져
시공을 초월하는 대포를 만들게 된다.
크룹사는 대포 시험 중 실수로
고각에 발사된 포탄이 예측을 넘는
엄청난 거리를 날아가 떨어졌는데
공기 저항이 적은 성층권을 통과하며
비행에 방해를 받지 않아 사거리가
늘어난다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마하 5의 속도로 발사된 포탄은
40km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워낙 먼 거리를 체공하다 보니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영향을 받아
코리올리 효과를 계산해 조준해야 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전함의 포신을
개량해 만든 독일의 파리 대포 포탄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성층권을 드나들었고
출신이 해군포라서 독일 해군이 육지에서
운용한 특이한 기록을 남긴 무기가 되었다.
제작된 7문 중 열차에 장착해
포 3문을 파리로 운반해 방열했고
공중 정찰에 드러나지 않게 위장하거나
열차포라는 장점을 살려 이동했기에
일찍 파괴된 1문을 제외한 2문은
하루 최대 20발 씩 모두 320~367발의
포격을 8월까지 계속했다.
다수의 주택과 건물이 파괴되어
1만 명 넘는 시민들의 파리 탈출과
250여 명의 사망, 620여 명의 부상 등
인명과 재산 피해, 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사용한
가벼운 포탄의 파괴력은 크지 않았고
아직 유도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
자유낙하 궤도만 계산해 발사해야 하는
포탄은 먼 낙하 지점과 긴 비행 시간으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명중률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었다.
포강의 강철이 마모되어
발사 때마다 포강에 맞게
순차적으로 약간씩 더 큰
포탄을 사용해야 했고
마모가 너무 빠르고 심해
포탄 65발을 발포한 후에는
포신을 교체해야 할 정도로
무기로서 수명은 짧았다.
그래도 수도 파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독일제국군과 독일 국민의 사기를 올리는
효과가 인정되어 수 개월 운용했지만
종전이 가까워지면서 독일은 8월에
대포는 해체하였고 제조와 운영 관련
모든 자료는 파기 및 은닉하였다.
당시로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무기였지만
괴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소재와 기술에
한계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축적된 지식은 2차 대전에서 다시 활용되며
이를 능가하는 거포와 로켓 개발로 이어졌고
현대의 우주 시대를 개척하는 씨앗이 되었다.
구성 및 제작 : 디지틀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