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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엄마가 죽은 날, 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했다'

베키의 어머니는 남자친구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베키는 한 가지를 후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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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와 그의 어머니 팻

출처BBC

음주 문제가 있는 부모 아래 자라는 건 아동에게 많은 부분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우울증, 학교에서의 갈등, 가정 폭력 및 학대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다.

베키 엘리 해밀턴처럼, 이런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부모의 음주 문제에 여전히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토요일 밤, 열세 살 베키는 엄마 팻의 외출을 돕고 있었다. 팻은 주말이 되면 베티와 할머니를 집에 남겨두고 연인의 아파트에서 지냈다.

베키는 화장실 변기 뚜껑에 앉아 있는 엄마의 눈에 조심스럽게 콘택트렌즈를 넣었다. 이어 엄마의 눈꺼풀에 보라색 아이섀도, 입술엔 분홍색 립스틱을 부드럽게 칠했다.

베키는 "당시 멋있다고 생각했던 화장을 엄마에게 해 줬다"며 "엄마는 내가 화장을 해주면 밖으로 나가곤 했다"고 회상했다.

팻은 키가 크고 아름다웠다. 본래 나이인 쉰세 살보다 젊어 보였다. 그날 밤 팻은 꽤나 신나 있었다. 짖궃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베키는 "엄마에게 꽤 심술궂게 굴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낙담했죠. 엄마에게 한동안 술을 안 마시다가 왜 다시 마시냐고 묻고 싶었어요."

베키는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 화장이 끝나면 팻은 딸에게 입을 맞추고 집을 나섰다.

베키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팻이 그녀 앞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고 음주에 대해 말한 적도 없지만 말이다.

베키는 엄마 주변을 늘 맴돌던 그 냄새를 아직도 기억한다. 과음한 다음 날 모공에서 스며 나오는 듯한 술 냄새였다. 팻도 때때로 그 냄새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고 베키는 말했다.

"엄마는 술을 먹기 시작하면 바로 바뀌었어요. 마치 정신이 나간 것 같았죠."

팻은 매트리스 아래나 욕실 수납장 수건 사이, 변기 물탱크 등에 보드카 병을 숨겼다. 혼자 몰래 일주일에 닷새, 술을 마셨다.

베키는 엄마의 보드카 병을 발견하면 술을 다 부어버리고 물을 담아 원래 자리에 갖다 놨다. 하지만 베키도 팻도, 술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팻

출처BBC

베키 가족에겐 팻의 음주와 관련해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군가 나를 데려갈까 두려웠고, 엄마는 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죠. 엄마를 보호하는 건 제 책임이었어요. 제가 없었다면 할머니 혼자 이 일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예요."

베키는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집안 문제를 털어놓지 않았고 엄마가 집을 떠난 주말에만 친구들을 초대했다.

"어떤 면에선 전략적이었죠. 논의된 적 없는 합의였지만, 모두에게 적합한 대책이었어요."

베키가 음주 문제를 털어놓는 유일한 사람은 할머니와 이복 언니들뿐이었다. 이복 언니들은 팻의 첫 번째 결혼에서 생긴 자녀들로, 부모의 이혼 후 자신들의 아빠와 지내고 있었으며 베키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할머니는 부끄러워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가 아니라, 사회적 낙인을요. 아무도 엄마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고, 지금처럼 지원이 있지도 않았죠.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이건 가족의 중대한 비밀이었던 거예요."

베키는 엄마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익숙해졌다. 팻이 토를 하거나 의식을 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베키는 실망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하루는 베키와 할머니가 팻을 데리러 가기 위해 팻이 일하는 속옷 가게에 갔다. 베키는 가게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는 걸 보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눈빛과 엄마가 거친 욕설을 내뱉는 모습을 보자, 그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다.

할머니가 '빙고 게임' 따위를 하러 나간 날, 때때로 베키는 학교를 마치고 엄마와 단 둘이 남겨졌다. 베키는 엄마가 술 생각을 못하게끔 무슨 일이든 하려 했다.

"끊임없이 걱정했고, 신경은 곤두서 있었어요. 엄마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밤새 엄마를 돌보는 건 제 몫이었거든요."

베키(당시 6세)와 팻

출처BBC

집에 술이 떨어지면 팻은 베키에게 "가게에 가자"고 하곤 했다.

"마트에서 집으로 걸어오다가 중간 쯤에서 엄마는 '아, 살 걸 깜빡했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라고 말하곤 했죠. 전 엄마가 술을 사기 위해 다시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팻은 술에 취한 채 울었고, 베키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베키는 엄마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를 사랑한다고 안심시켰다. 늦은 밤이 되면 엄마를 설득해 잠을 자도록 도왔다.

"할머니 댁에 살았을 때 전 엄마와 침실을 같이 썼어요. 엄마가 침대에 들어와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죠. 그러고 나면 밖으로 빠져나와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러나 일어났을 때 베키가 없다는 걸 알면 팻은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엄마는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를 떠나려 했어' 하면서 울겠죠."

어쨌든 팻은 결국 잠에 빠진다. 그러나 베키는 정말 늦은 밤인 데다 피곤한 날에도 좀처럼 잠을 청하지 못했다. 작은 거울로 엄마를 비춰보며 엄마가 숨을 쉬는지 계속 확인했다.

아침이 되면 팻은 강한 술 냄새를 풍기면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었다.

"간밤에 자신이 뭔가 잘못된 행동을 해 절 화나게 했다는 걸 알면 절 안아줬어요. 자신의 행동을 언급하지 않고 인정하는 엄마만의 방법이었어요. 엄마가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느껴져 솔직히 이상하기도 했죠.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엄마는 가장 멋지고 완벽했어요. 친절하고,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이었죠."

때때로 팻이 술을 줄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재활시설에서 팻이 얼마나 애를 썼든(당시 베키는 엄마가 친구 집에 머무르는 줄 알았다고 한다), 술을 끊겠다는 그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든 팻을 술이라는 악마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엄마는 술을 마시면 어릴 때 얼마나 학대를 받았는지에 대해 말하곤 했어요. 그런 학대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요. 가족 중 한 명이었죠."

때때로 팻은 삶을 끝내려는 시도를 했다. 베키는 자라는 동안 엄마가 적어도 세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분명 더 많은 시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절망의 끝에 도달하는 지점이죠."

어느 날 저녁이었다. 여전히 베키가 아주 어렸을 때다. 다섯 살이 채 안 됐을 것이다. 이복 언니들이 주말을 맞아 집에 와 있었다. 베키의 아빠는 집을 비운 날이었다.

"엄마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많은 알약을 든 채 사라졌어요. 엄마를 찾을 수가 없어서 일단 언니들이 제 아빠를 찾아 나섰죠. 그러고 나서 그들은 저를 인형 유모차에 집어넣었고, 아빠는 언니들에게 절 할머니에게 데려다 주라고 말했어요. 깜깜한 밤, 할머니 집을 향해 걷다 구급차를 본 기억이 나요."

팻은 공원 의자에 누운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팻이 퇴원했을 때, 그 누구도 베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

코로나19 봉쇄령 기간, 술 마시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하는 말

아래 이야기들은 영국 알코올중독자 자녀 협회에 걸려온 아이들의 전화 상담 내용 일부다.

"봉쇄령 아래 엄마 아빠는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있고, 아빠는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엄마는 늘 음주 때문에 골치를 앓아요. 코로나 봉쇄령이 시작되면서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지도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있어요."

"아빠가 술을 마실 때마다 전 겁에 질려요. 그는 가족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엄마가 가장 큰 고통을 받죠. 만약 엄마가 이혼하면 우리는 집도 잃게 되겠죠. 하지만 우린 행복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우리가 아빠를 억누르고 있는 걸까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그녀는 맥주와 와인을 잔뜩 주문했어요. 전 완전히 갇혀 있어요. 탈출구가 없어요."

"엄마의 돈줄은 아빠 뿐인데, 아빠에게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요. 아빠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엄마는 술만 사 마셔요. 아빠에게 '엄마의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며 돈을 주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어요."

"코로나19는 모든 것에 영향을 끼쳤어요. 전 이제 엄마와 같이 술을 마셔요. 우리가 함께 보내는 유일하게 좋은 시간이죠."

비록 베키의 부모는 결혼생활을 끝냈고 팻은 완전히 술을 끊지 않았지만, 베키가 13살이 되던 무렵 상황은 나아지고 있었다. 팻은 좋은 연인, 브라이언을 새롭게 만났고 술을 덜 마시려 애썼다.

"그 때의 엄마에 대해 행복한 기억이 조금 더 많아요. 제 생각에 엄마가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을 만난 것, 그리고 저와 할머니의 존재가 있다는 게 엄마에게 더 노력할 수 있는 힘을 줬던 것 같아요."

팻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할 당시, 어느날 팻은 자신의 일기장에 체크 표시를 그렸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난 그걸 읽었고, 엄마가 좋아진 걸 알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이내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체크 표시는 물음표로 바뀌었고 팻은 다시 술을 마셨다.

그 토요일 밤, 베키가 엄마의 화장을 마친 뒤 팻은 브라이언의 집으로 향했다. 브라이언이 팻에게 잠을 좀 자라고 말한 뒤 혼자 나간 걸로 봐서 베키는 엄마가 연인의 집으로 가는 와중에도 술을 마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 아침 6시쯤 전화벨이 울렸다. 할머니가 베키를 깨웠다.

"베키, 일어나! 엄마가 일을 저질렀어. 어서 일어나!"

브라이언의 집으로 달려가던 베키는 길에 서 있는 구급차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잠옷 차림이었다.

"뭔가 꿈 같았어요. 그러나 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고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팻은 브라이언의 아파트에서 쓰러져 있었고 장기 부전 상태였죠."

혈중 알코올 농도는 매우 높았고, 검사관은 팻의 사인을 우발적 사망이라고 기록했다.

"끔찍한 이야기이지만 어릴 때부터 늘 용감한 얼굴을 해야 했다면 좀 무감각해질 거예요. 더 이상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슬프지만 그게 제 현실이죠."

팻과 브라이언

출처BBC

팻의 죽음은 지역 신문에 보도됐다.

"엄마가 죽을 때까지 제 친구 중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저는 이제 엄청난 비밀이 드러나게 됐음을 받아들여야 했죠."

베키가 학교로 돌아갔을 때 모두들 소식을 알고 있었다.

"약간 괴롭힘을 당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끔찍한 농담을 들었죠. 이게 다 제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저는 제 정체성을 완전히 잃었어요. 제가 가졌던 비밀스러운 삶과 가면들이 모두 다 사라졌죠.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저만 제가 누군지 몰랐어요."

베키는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 선생님이 제게 다가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 뒤로 기분이 처지고 힘들 때마다 이 선생님께 가게 됐죠."

그날 수학 시간, 선생님은 베키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알아차렸다. 베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베키는 동정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제가 뭘 해야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정말 끔찍했죠. 모든 게 엄마를 돌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 엄마가 없잖아요."

몇 년이 흘렀지만 베키는 여전히 엄마를 잃은 아픔과 싸우고 있다. 팻이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와 이후 생긴 알코올 중독증에 대해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에 절망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베키는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으려 한다.

"세대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무래도 가족들이 좀 부끄러워할 일이잖아요."

베키는 엄마와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곳에 도움을 청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후회하는 것 한 가지는 제가 그러지 못했다는 거예요. 당시엔 제가 말을 꺼내는 게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에 감히 그러지 못했죠. 만약 제가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이야기했다면, 아마도 엄마와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게 정말 유일하게 필요했던 일인지도 몰라요."

베키와 그의 남편 제이

출처BBC

팻이 세상을 떠난 지 곧 18년이 된다. 베키는 여전히 술에 취한 사람들과 있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겁을 먹다가도 이내 잘 통제하죠. 왜냐하면 제가 어머니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긴장을 유지한 채 계속 확인해요.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2년 전 결혼식 전날, 베키의 남자친구 제이가 술 몇 잔을 기울이며 자축하고 있었다.

"저는 술이 얼마나 저를 자극하는지를 깨달았고 다음 날을 망치고 말았어요. 제이는 그 이후로 술을 마신 적이 없어요. 정말 놀라워요."

지난해 11월 베키도 술을 끊었다. 베키는 술을 많이 마시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항상 엄마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팻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키는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늘 약을 복용했지만 진정으로 스스로를 돌보진 않았다.

2년 전 제이와 결혼할 무렵, 그녀는 성장기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키는 알콜 중독 부모와 함께 성장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기관을 찾아냈다.

"이 공동체를 발견하기 전까지 변기 물탱크에서 보드카 병을 발견한 사람은 저 혼자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화를 통해 같은 위치에 있었던 이들과 같은 경험을 나눌 수 있었죠."

베키에겐 이제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베키는 자신의 회복 여정에서 중독자를 지원하는 훈련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목적을 발견했다.

"제 자신을 되찾았고, 자신감도 갖게 됐어요. 엄마는 제가 행복한 일을 하기를 원하셨을 거예요. 저를 행복하게 하는 건 바로 엄마와 같은 사람들을 돕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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