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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2021년, '임신중지 처벌은 끝났다'

하지만 임신 중지를 고민하는 여성의 현실은 당장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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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낙태죄 없는 2021년 맞이 기자회견

출처NEWS1

2021년 1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낙태죄는 사라졌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조항에 대한 대체입법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여성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1월 1일부터 발생한 입법 공백 때문이다. 아직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그간 정부와 국회가 미진한 대처를 보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선 지난해 야당이 참석하지 않은 공청회가 한 차례 열렸다.

여당에서도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안(임신 14주 이내 처벌 금지), 권인숙 의원의 ‘낙태죄 완전 폐지안’, 임신 24주 이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박주민 의원의 개정안 등이 공존한다.

처벌 조항은 사라졌지만, 낙태를 재정의하고 임신중지 지원책을 논의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임신중지 방법

임신중지 방법에는 약물을 이용한 방법과 외과적 수술을 통한 방법이 있다.

일명 '미프진'으로 불리는 유산 유도약은 현재 전 세계 67개국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돼 사용하고 있고, WHO 또한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중지 수술만 규정하고 있고, 약물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정부는 개정안을 공개하며 앞으로 자연유산유도 의약품 허가를 신청받고 필요한 경우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상담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이 출산과 관련해 내리는 모든 선택인 '재생산활동'은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출처BBC

지난 30일, 국회에서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여성계·의료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낙태죄 폐지 이후 입법 정책 과제 도출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토론회에서 "낙태가 단순히 죄이던 것이 죄가 아닌 것이 된 수준이 아니라 빠른 시일 이내로 의료 시스템으로 연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임신중지 관련 정보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문의는 일반인에게는 약물적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방법과 예후 안내 등이, 의료인에게는 표준 가이드라인과 약물적 임신중지 이후 관리 방안 정보, 그리고 교육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임신중지 시술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진료비의 책정이나 통제도 합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장 맞물려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기관의 상담은 건강보험을 급여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임신 중단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범위로 급여를 할지, 비급여로 남겨둘지는 아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법의 공백으로 현장에선 혼란도 예상된다. 임신중단 의료 행위를 한 의사에 대한 처벌 조항과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은 사라졌지만,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범위는 모호하기 때문.

산부인과학회는 28일 낙태죄 폐지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여성의 안전을 지키고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임신한 여성의 낙태는 임신 10주 미만에만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낙인

2019년 4월 11일 낙태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감격하고 있다

출처News1

낙태죄는 사라졌지만, 여성의 재생산 선택(여성이 출산과 관련해 내리는 모든 선택)에 대한 문화적·사회적 낙인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류민희 변호사는 긴급토론회에서 “임신중지라는 필수적 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의 거부는 범죄화를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접근성의 감소, 낙인화, 보건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의 방임적 혹은 부정적 태도로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임신 중지를 단순히 ‘범죄로 보지 않음' 정도의 중립적인 대우를 넘어 여성의 건강권을 실현하려면 법률, 정책, 문화 규범 등 모든 관련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인구정책과는 분리된 독립적인 보건의료 정책 영역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접근성의 중요성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사회에서 실제로 적용되려면 처벌 규정 개정 이외에도 보건의료정책, 교육정책, 노동정책 등 사회 전 영역에서의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차인순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4월 BBC 코리아에 임신중지 과정에서 국가와 의료진의 상담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결정을 내리는 "당사자인 여성이 단지 의료적 정보뿐 아니라 자기결정에 필요한 임신·임신중단·출산 그리고 양육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임신 20주 안에 임신부가 임신중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뉴질랜드는 임신중지 전후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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