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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류'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앞서 일본 정부는 세 가지 방안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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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최대 180톤가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출처Reuters

일본이 당초 27일로 예상됐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을 다음 달로 연기하기로 했다.

일단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났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일본 당국이 '해양 방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값싸고 빠른 방법'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부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멈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이 원전에서는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려고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지하수까지 유입되고 있어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최대 180톤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한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삼중수소는 신체에 축적될 경우 DNA 변형을 일으키거나 생식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재처리하기 때문에 방류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22년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최근 오염수 처리 방침을 정하기 위한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방법으로 해양 방류 안과 대기 방출, 그리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 등 3개 안을 고려했다. 경제산업성은 그중에서도 해양 방류가 가장 용이하다고 봤다.

대기 방출보다 희석하거나 확산하는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고 감시 체제를 구축하기 쉽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전에도 해양 방류를 시행한 적이 있어, 도쿄전력이 관련 설비 설계와 운영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의 방사능 징후를 확인하는 공무원

출처Reuters

하지만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 크다.

대기 방출은 해양 방류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 지상에 저장소를 확보해야 하고, 대기 방출을 하려면 고온에서 오염수를 증발시켜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9년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처리 문제를 다루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대책위원회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34억엔(약 366억원)이면 오염수를 바다에 처리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소요 기간은 약 7년 4개월으로 산출됐다. 이 때문에 당시 대책위원회는 검토되는 모든 처리 방안 가운데 "가장 값싸고 빠른 해결책"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양 방류로 가닥을 잡으려고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전 사고국'이라는 오명을 빨리 벗어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일본 시민단체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행동(DAPPE)'에서 활동하는 쿠보타 료는 2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은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째가 되는 해"라며 "원전 사고에서 완전히 회복했음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아베 전 총리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원전 사고는 우리들의 완전한 컨트롤 아래에 있다고 선전한 일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Tokyo 2020

출처Getty Images

'이른 시기 결론 내겠다'

일본 정부는 '풍평 피해' 대책 마련과 대내외 정보 발신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오염수 방출 결정을 잠시 미뤘다. 풍평 피해란 루머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보는 피해를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성어이다.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장관은 23일 관계부처 대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7일에 결정할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시점을 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27일은 일본 정부가 각료 회의를 열고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하기로 한 날이다.

27일에도 히로시 장관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명확한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그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결론을 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일본 내 여론은 좋지 않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국민의견 4011건을 받았다. 이 가운데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다' 등 불안 의견이 2700건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이 10월 16일~18일까지 일본 국민 10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50%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바다 방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본 내 어업 단체도 오염수의 바다 방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15일 경제산업성을 방문해 바다에 방류하면 "풍평 피해로 어업의 장래에 괴멸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제적인 우려도 크다. 특히 환경 단체들은 정화 장치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많다며, 일본 당국이 예상 피해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는 23일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등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탄소-14는 장기적인 방사성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될 물질이지만 알프스(일본 원전 오염수 처리 시설)는 이를 제거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

최인접국인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인접국인 한국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치권 내에서도 대책 방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TF(전담조직)'를 구성하고, 관련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2월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 예정인 런던협약 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문제를 재차 제기하고 국제 공론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교부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긴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면서"국제기구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계획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일본 정부가 주변국과 충분히 협의한 기초 위에서 대책을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이 자국민과 주변국,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태도로 오염수 처리 방안의 영향을 잘 평가하고 공개적이며 투명한 방식으로 신속히 주동적으로 정보를 발표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한국 등 주변국이 반대하는 데에 대해 가지야먀 경산상은 27일 "올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에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협력해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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