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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한국, '그린뉴딜' 외치면서 해외 석탄사업 투자 왜?

한국이 인도네시아 등에 주요 탄소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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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해안 도시 반다 아체의 한 어부가 방파제 위를 걷고 있다. 뒤로는 석탄을 실은 바지선이 보인다

출처Getty Images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가족은 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자국민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깨끗한 주거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그린뉴딜'을 추진하겠죠. 그런데 우리는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사는 대학생 누룰 사리파(21)는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이다. K-팝 그룹 엑소의 열렬한 팬이며, 그가 본 한국 드라마도 100편은 족히 된다. 하지만 그는 최근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란 하늘이 사라진 자카르타. 인근의 대규모 석탄발전소들이 내뿜는 매연이 원인이라고 믿는 그에게 한국 정부의 결정은 "실망스러웠다".

"한국 드라마는 우정과 연대, 가족 간의 사랑 등 타인을 보살피는 미덕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어린아이들만 1만5000명이 넘는 마을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건 정반대의 모습이죠."

생업 잃은 주민들, 환경피해 악화 우려

자카르타에서 서북쪽으로 120km 남짓 떨어진 반텐주 칠레곤시 수랄라야에는 현재 4000MW 용량의 석탄 발전시설이 가동 중이다. 동남아 최대 규모로 자카르타 인근 발전용량 가운데 40%가 이곳에 몰려 있다.

인구 6500명의 이 마을은 원래 코코넛과 바나나, 고추 등이 흔했던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자연자원이 풍부해 주민들은 어업과 농사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1984년 석탄발전소가 처음 이곳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각종 산업시설이 몰려들었고, 그 결과 물과 땅이 오염돼 주민들은 주요 수입원을 잃었다.

수랄라야에서 나고 자라 평생 어부로 살아온 하빕(85)은 "근해에서도 팔뚝만한 참치가 잡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한 시간씩 배를 타고 나가도 하루에 손가락 하나 크기 고기나 낚거나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질 오염이 심해 물까지 돈 주고 사야 할 지경입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어요. 차라리 정부가 집단 이주를 시킨다면 받아들일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석탄발전량이 최대치가 되는 밤이면 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재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이 지역에서 흔한 풍경이다. 가정집 앞마당에도, 나뭇잎에도 석탄재가 쌓여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텐주는 인도네시아에서 급성호흡기감염증(ARI) 수치가 가장 높은 5개 주에 속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자와9,10호기가 추가될 경우 대기 오염물질로 인한 인도네시아 조기 사망자 수가 157명, 가동연한인 30년 동안 4700명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자와 발전소 2km반경 안에 사는 에디 수리아나(41)의 네살배기 딸도 호흡기 질환 환자다. 10년 전 그는 갓 성인이 된 남동생을 결핵으로 잃었다.

이 모든 것이 화력발전으로 축적된 대기오염 때문이라 굳게 믿는 그는 "수랄라야는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됐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사람들을 이렇게 죽여도 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왜 석탄화력발전을 수출하나

현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한국전력은 지난 6월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최종 승인했다.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전은 "수익성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전은 2000MW급의 대규모 발전사업에 지분 15%를 투자하게 됐다. 또 한국의 두산중공업은 건설 및 주기기 공급자로 참여하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14억 달러(약1조70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당국과 한전은 자와 9,10호기는 현지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는 국책 사업으로, 자바 지역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 설명한다. 또 발전효율을 높인 초초임계압 방식을 적용해 탄소와 유해물질 배출이 적은 '친환경' 석탄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은 환경설비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인도네시아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한국보다 훨씬 느슨하다는 점에서 대기오염 악화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 6월 환경운동가들이 주 자카르타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국 정부의 인도네시아 내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투자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출처Getty Images

'그린뉴딜' vs 해외 석탄발전소

한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기조연설에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정부는 그린뉴딜로 2025년까지 73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65만개를 만들고, 온실가스도 1229만 톤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보급 확대 계획 등도 담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친환경 정책인 그린뉴딜을 실행하면서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와 마켓포시스, 350.org 등 9개 국제환경단체들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KEPCO is voting this week on whether to invest in two new coal power stations in Vietnam and Indonesia. To make sure the Korean Government doesn't support @iamkepco in pushing these polluting power projects, we've run this ad in the Washington Post! https://t.co/fS1UzGrl0xpic.twitter.com/BbS0j8Nf4B

— Market Forces (@market_forces) June 22, 2020

실제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공적자금을 석탄화력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국은 2008년부터 10년동안 1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해외 석탄화력사업에 투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해외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로 국내 전기요금을 낮추고, 민간 기업의 동반 진출로 국익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로인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마다 주요국 온실가스 배출 감축 행동을 분석ㆍ발표하는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2016년 한국의 석탄발전소 수출 재정 지원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폐기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트렌드아시아의 안드리 프라세티오 연구원은 "자와 9,10호기 투자 강행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한다는 한국의 정책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회선 해외석탄금지 입법 노력도

이러한 비난을 의식해 한국 국회에서도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투자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김성환, 이소영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발의한 '해외석탄발전금지법'은 한전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외석탄발전 참여 및 투자 금지를 골자로 한다.

환경변호사 출신 이소영 의원은 "국내에서는 대기오염 때문에 (건설 중인 7기를 제외하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반면 해외 사업은 관련 산업 보호와 수출 확대라는 명분으로 이어져왔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는 지구 어디에서 배출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국내에서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는다면 해외에서도 짓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기후 시위 참가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그러나 한전은 현재 인도네시아 외에도 베트남과 필리핀, 남아공에 석탄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외 추가 사업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서 "관련 법 통과 여부에 따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과 런던을 비롯한 전세계 도시에서 수백 만명이 참여한 기후 시위가 열렸다. 자카르타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누룰은 "기후만이 아니라 내 미래도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은 자신들의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그걸 유행시킬 정도로 힘이 있잖아요. 만약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장려한다면 그 또한 영향력이 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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