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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코로나19: 공공장소 부족한 홍콩이 겪게 된 문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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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유행을 막기 위해 식당 내 식사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에 부딪혔다.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폭염이 한창인 공원이나 폭우 속 야외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사진이 올라왔고, 이 조치는 이틀 만에 철회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750만 명이 거주하는 홍콩의 공공 장소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도시 광장이나 아고라를 정치, 경제, 사회생활의 중심으로 삼았다. 로마도 이러한 목적으로 포럼 광장을 활용했다.

하지만 현대 도시 속 공적 공간은 조금 더 복잡한 문제다.

단순히 공간만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과 편리성도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최근 들어 펜데믹과 폐쇄,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이런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홍콩의 공공녹지 공간은 전체 국토 면적의 40% 정도로 런던과 뉴욕에 비하면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면적 1/4에 해당하는 지역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반면 가장 큰 공원은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한 조치로 야외 노동자들이 갈 곳이없어지자, 해당 조치가 재빨리 철회됐다

홍콩 싱크탱크인 '시빅 익스체인지'의 선임연구원 캐린 라이에 따르면, 주민들이 가장 큰 공원에 가려면 평균 1시간이 걸린다.

홍콩의 도시 공공 공간, 즉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야외 여가활동 공간은 다른 도시에 비해 작은 편이다. 주민 1인당 2.7㎡로, 관이나 화장실 칸보다 약간 크다.

시빅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국토면적이 홍콩의 절반 정도인 싱가포르는 1인당 7.4㎡에 이른다.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의 공공 공간도 1인당 10㎡ 이상이다.

홍콩 중문 대학의 도시 디자인 프로그램 책임자인 헨드릭 타이벤은 홍콩의 도시공원이 이용자 친화성 측면에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잔디밭에 앉거나 공원에서 음식을 먹는 것 외에는 공원에서 할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특별한 때를 제외하곤 식물을 만질 수 없게 돼 있어요." 분수가 설치돼 있어도 주변 지역이 기울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편하게 앉을 수 없다고도 했다.

홍콩거주민 대부분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매우 좁은 공간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일 집 안에 있어도 불편할 수 있다.

부동산 서비스인 CBRE UK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민영 주택 기준으로 평달 2091달러(약 249만원)가 든다.

이는 뉴욕의 4배, 싱가포르의 2배에 달한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내국인은 1인당 15㎡의 거주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를 세분화해보면 5.3㎡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토지 이용 우선 순위

역사적 배경이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라이는 홍콩은 19세기 영국 식민지 정부가 세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토지 매매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대중을 위한 '개방 공간'이 많이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개방 공간'은 부동산 소유자들이 건물 뒤에 위생과 환기, 질병 예방을 위해 비워두어야 하는 땅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홍콩은 상업 공간에 많은 쇼핑몰들이 있어서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다

"그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을 위한 개방 공간과는 다릅니다."

라이는 영국 정부가 20세기 후반에야 비로소 현대적 개념의 공공 장소를 도시계획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콩이 민간 택지 개발에 자유방임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홍콩에는 다양한 쇼핑몰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관광을 중심으로 한 도시 개발의 결과다.

티벤에 따르면, 1980년대 급속한 경제 성장기 때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과 부동산 개발자들의 상업적 이익 사이에 균형을 찾으려는 정책들이 생겨났다. 이를 통해 민간 소유의 공공 공간(privately-owned public spaces, POP)이 출현했다.

런던과 뉴욕에서도 오랫동안 사용됐던 POPs의 목적은 부동산 개발자가 공공 장소를 만들도록 하는 데 있다. 개발자들은 규제를 받지 않는 대가로 공간 일부를 대중에게 개방한다.

하지만 홍콩과 뉴욕, 런던에서 POPs는 빈축만 사고 말았다. 형식적으로는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사람들이 POPs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는 쇼핑몰처럼 사적인 실내 공간에 벤치를 비롯한 편의시설을 적게 만든다. 앉을 자리가 필요하다면, 먹을 것을 먼저 사야 한다.

홍콩 링난 대학에서 도시 디자인의 문제점에 대해 연구한 클레어 로는 자신의 논문에서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려면 수많은 상점을 통과해야 하고, 내부의 식당들이 제공하는 음식만 먹을 수 있으며, 뭔가를 소비하라는 권유를 받는다"며 "하지만 바닥에 앉거나 쇼핑몰에서 소리를 지를 수 없다"고 썼다.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매주 쉬는 날이면 센트럴 지구에 모이곤 한다

공공장소와 웰빙

코로나19 이후, 도시 공공장소는 더욱 중요해졌다.

집에 머무르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산책하려는 사람들의 탈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도시가 주민들의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선 공공장소에 술집과 카페를 설치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게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주민들이 안전하게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일부 도로에서 자동차 통행을 금지했다. 미국에서는 실외 공간을 찾아 공동묘지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면 시골에서보다 우울증 위험이 40% 이상 높고 불안증에 걸릴 위험도 20% 이상 높다. 도시 거주민들의 정신 건강과 복지를 위해 공공장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도시 디자인과 정신 건강 센터의 책임자인 라일라 맥케이는 "홍콩처럼 공공장소가 많지 않은 밀집 도시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들이 집안에서 서로 매우 가까이 있어야 할 경우나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때 홍콩에서는 대안으로 녹지나 자연 공간을 이용하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린다 찬은 홍콩에서 가장 붐비는 지역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3살 난 딸과 7살 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코로나19 1차 유행과 2차 유행 때는 주말에 등산을 했지만, 3차 유행 때는 강화된 규제로 집에만 머무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집 안에서 놀 공간이 부족해 항상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공원에 갔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죠.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사람들도 모두 불만이 쌓이고 있고, 저도 화가 많이 납니다."

'전향적인 계획 필요'

타이벤은 2007년 있었던 '뉴욕 시티 플라자 프로그램'처럼 공무원들과 지역 단체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홍콩 내 이용률이 적은 지역이 탈바꿈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뉴욕 시민들에게 도보 10분 거리 내에 양질의 열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도시 계획이다.

그는 "건물이나 지역을 더 매력적이고 이용자 친화적으로 디자인하면서 공동체에 이용 권한을 주는 공공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홍콩 정부도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수변 산책로를 건설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보인다.

도시 내 공영 공원을 관리하는 여가문화서비스과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원의 숫자를 2010년 19개에서 2019년 45개로 늘렸다.

이곳 대변인은 2010년 39개에서 2018년 51개로 늘어난 50개의 다목적 잔디밭을 대중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잔디밭에서 피크닉이나, 게임, 책 읽기 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홍콩시 당국은 또 2030년까지 1인당 최소 공공 공간 규모를 현재 2㎡에서 2.5㎡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홍콩 국토 면적의 40%는 녹지 공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인구밀집지역에 거주하는 터라 접근성이 떨어진다.

새로운 계획으로 개선은 되겠지만, 여전히 홍콩은 도쿄와 서울, 상하이,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주요 도시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라이는 홍콩이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욱 전향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장소가 부족한 상황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의 도시가 안전과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할 수 있는 운동, 일, 놀이를 갈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시설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중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도시의 중심부에 마련하는 일은 단순히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일이다.

공동체와 참여, 상호연결성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생각했던 점도 이런 점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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