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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의료 폐기물을 환경 친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창궐 이후 의료 폐기물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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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발견된 의료 폐기물

출처Reuter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의료 폐기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보건의료 산업에서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의료 폐기물을 줄여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필리핀의 외과의사인 클레어 테브스(가명)가 6개월간 펠로우십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싱가포르에 갔을 때의 일이다. 환경이 달라진 터라,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지식 격차를 극복하고 새로운 의학적 과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도 싱가포르 병원에서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테브스에겐 커다란 문화 충격이었다.

싱가포르 병원의 수술실에서는 플라스틱 리트랙터(수술을 위해 절개한 부위를 넓게 벌려놓을 때 사용하는 도구)를 환자 1명당 단 1번씩만 사용했다. 사용이 끝난 도구는 의료 폐기물 관리 절차에 따라 폐기됐다. 반면 필리핀에서는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이 도구들이 사용됐다.

이를 지켜보던 테베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일회용 장비를 그냥 버리지 않으면, 본국으로 가져가 재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병원 측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야 했다. 다행히 직원들의 협조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수술도구를 모을 수 있었다.

보건의료 분야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따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의사에게는 눈 앞에 있는 환자가 가장 중요하다. 홍콩의 심장병전문의 라이언 코는 "보건의료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좋은 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 의료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의사들은 환자가 필요한 것과 즉각적인 요구사항을 가장 중시해야 하죠."

테베스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녀가 의료 도구를 아껴서 사용하려 했던 이유는 필리핀 환자들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속가능성이 우선순위는 아니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환자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오염으로 죽는 사람이 에에즈, 말라리아, 결핵으로 죽는 사람들을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이다

출처EPA

보건의료 산업을 하나의 국가로 보면, 지구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가 이곳에서 나온다. 비영리 기관 HCWH(Health Care Without Harm)에 따르면, 보건의료 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순배출량의 4.4%에 해당한다. 석탄화력발전소 514기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규모로, 절반 이상이 에너지 사용과 관련있다.

HCWH의 의장이자 공동 설립자인 게리 코헨은 "화석연료 연소가 주원인인 대기오염은 해마다 전세계에서 4백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며 "결핵보다도 많고, 말라리아보다도 많고,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폐기물의 비용

문제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의료 서비스 제공과 친환경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코는 "환자의 안전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둘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

보건의료 업계는 전염병의 유행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쓴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는 지금은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코로나19처럼 전염력이 강한 질병에 사용된 장비는 안전하게 처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로 전염의 원천이 되거나 방사능이나 독성이 있어서 "위험 폐기물"로 분류되는 것은 전체 의료 폐기물 중 15%뿐이다.

의료 폐기물의 15%만이 위험한 것으로 분류된다. 나머지는 가정 폐기물에 비해 그리 위험하지 않다

출처Reuters

나머지 85%는 음식 용기, 포장재, 전염성이 없는 환자를 검사하기 위해 사용한 장갑 등이다. 집이나 일터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85%의 폐기물은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모나시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토니 카폰은 "요즘에는 사람들이 일회용 보호 장비나 일회용 의료 도구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가 의사 생활을 시작을 시작할 때는 의료 도구를 세척하고 가압 멸균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어요. 의료용 도구는 일상적으로 세척하고 소독해서 재사용했습니다."

비용의 문제는 어떨까? 보통 초기구입 비용은 소독해서 여러 번 쓰는 도구보다 일회용이 더 적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일회용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비용이 더 크다. 캐나다의 한 신경외과는 일회용품 사용을 30% 줄여서 약 57만 달러 정도의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소각하지 않으면 병원의 비용을 줄이고 그 돈을 환자 간호에 더 투자할 수 있다

출처Reuters

그 좋은 예가 비닐 장갑이다. 영국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속가능개발국장을 지낸 소니아 로슈닉은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병원의 의료 인력들은 침상을 옮기거나 아기들을 씻길 때 비닐 장갑을 사용했다. 이를 알게 된 간호사들이 "이 장갑은 그런 용도로 쓰면 안 된다"고 해당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이후 병원에선 플라스틱 사용이 21톤 가량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12만달러의 비용을 아꼈다고 한다.

현재 HCWH의 국제기후정책 책임자인 로슈닉은 "산업계가 감염가능성이 없는 폐기물을 분리하고 일부 품목을 재사용하려고 함께 노력한다면, 조금 더 환경 친화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명 갈 길은 멀다. 2018년 미국내 메이요 클리닉 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미국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 폐기물중 20%를 일회용 플라스틱이 차지했다. 조사 대상자의 57%는 수술실에서 어떤 것들이 재사용 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39%는 재활용 거의 하지 않거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48%는 재활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예일 의대 조디 셔먼 부교수는 세계적인 기후 위기 속 의료의 역할을 연구한 글에서 "보건 의료의 질적 관리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은 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와 공동 저자들은 지금까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통적인 평가는 자원 추출에서부터 폐기 관리까지 전반에서 나타난 환경 오염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떤 병원들은 화석연료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돈도 절약한다

출처EPA

연구자들은 의료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할만한 시기로 현 시점을 꼽는다. 로슈닉은 "환경오염으로 점점 더 많은 질병에 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 살고 싶은가요? 건강하게 살고 지구도 건강하길 바란다면, 뭔가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후 건강

인간과 환경의 건강을 위해 의료 시설이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감축일 것이다. 배출량을 줄이면 극단적인 날씨, 폭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의료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은 늘어난다.

예를 들어, 미국 보스턴 메디컬 센터는 태양열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에너지 비용을 2500만 달러 줄였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국제 인증을 받은 15개의 건물을 통해 에너지 소비량을 19%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50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캐나다 맥길대학 보건 센터도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최대 150만 달러의 비용을 줄였고, 전자 폐기물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낡은 전자장비 52톤을 처리했다.

병원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만이 아니다. 수술실에서는 데스플루란, 세보플루란, 아산화질소도 사용된다. 온난화 잠재력이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2000배 정도 큰 것들이다. 이들 중 5%만이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물로 배출된다. 연구자들은 마취제에 사용하는 가스 포착 기술을 활용해 배출량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로슈닉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의료 전문가 모두가 의료 활동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베스의 노력이 보여주듯, 때로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와 지속가능성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의료 시스템 재설계를 통해 지속가능함과 환자의 건강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HCWH의 코헨은 "보건의료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요인들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고, 지역사회를 복원하는 닻이 되며, 자연 환경이 건강하고 정의로울 수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 플라스틱 폐기물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를 고려해보면, 환경친화적인 보건의료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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