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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양이 공무원'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반려동물겸 쥐잡기 용으로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에겐 '수석 수렵 보좌관'이라는 공식 직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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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수석 수렵 보좌관 팔머스톤은 유명세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며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PA MEDIA

영국 현지시간 7일 트위터를 통해 특별한 은퇴를 알리는 공고문이 떴다. 외무성 수석 수렵 보좌관( Chief Mouser to the Foreign and Commonwealth Office)이라 칭하는 팔머스톤이 자신의 사직서를 게재한 것.

팔머스톤은 "유명세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라며 자신의 은퇴 이유를 설명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해당 서한에는 "팔머스톤이 각국 외교 인사들의 대화를 들었던 외무성에서의 삶에서 물러나 이젠 나무나 탈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얼핏 보면 자연을 벗삼아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고위 정치인의 전형적인 은퇴사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놀랍게도 이 서한의 주인공은 서명란에 찍힌 앙큼한 고양이 발자국 도장으로 알 수 있듯 사람이 아닌 고양이다. 팔머스톤은 지난 4년 동안 외무성에서 상주했던 고양이다.

농담 아닌 고양이 공무원

영국 정부 건물에 상주하는 고양이의 역사는 오래됐다. 쥐가 활보하기 쉬운 낡고 비위생적인 건물이 많았던 과거엔 고양이를 반려동물뿐 아니라 쥐 잡기 용으로도 많이 키웠는데, 정부 건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국 정부가 고양이를 키웠다는 공식 기록은 1929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어 닥친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정부 살림이 빡빡해지며 당시 영국 재무장관에게 내무부 고양이의 생활에 드는 비용을 하루에 1펜스로 제한하자는 제안이 담긴 정부 기록이 남아 있다.

외무성 고양이 팔머스톤의 이름은 19세기 영국 총리이자 외무성 장관 출신인 비스카운트 팔머스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팔머스톤 고양이는 그동안 영국을 방문한 각국 외교 사절단의 기념사진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팔머스톤은 은퇴 서한에서 “나만의 인맥을 형성해 첩보 수집 활동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무원처럼 나도 코로나 봉쇄 기간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강조했다.

운명의 라이벌, 총리관저 고양이 래리

2016년 버려진 고양이 신세에서 벗어나 외무성에 입성한 팔머스톤은 총리관저 고양이인 래리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현재 팔머스톤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10만5000명에 이른다.

래리는 공식적인 총리관저 '수석 수렵 보좌관' 직책을 가진 원조 고양이 공무원이다. 2011년에 총리관저에 입성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후반 부터 래리의 관할구역인 총리관저에 외무성 고양이 팔머스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영국 언론의 카메라에 잡히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은 팔머스톤이 외무성으로는 성이 안차 총리관저를 노리는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며 흥미로운 보도를 쏟아냈고, 이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인 영국 국민은 갈수록 늘어났다.

당시 막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에선 탈퇴 조건을 둘러싼 정부 관료 간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현지 언론은 당시의 혼란 정세를 래리와 팔머스톤의 갈등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고양이 공무원, 알고보니 수석 홍보관?

팔머스톤과 달리 래리는 총리 관저에서 계속 근무할 예정이다. 9년째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것이다. 총리관저를 거쳐 간 많은 영국 총리들은 래리와의 좋은 관계를 맺는데 큰 관심을 보였다.

2013년 당시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과 래리와의 불화설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총리관저 고양이와 총리와의 관계는 영국에선 큰 관심거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전 총리의 자서전을 집필한 매튜 드안코나는 책에서 “캐머런 총리는 래리가 게을러서 싫어했지만 홍보를 위해 내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도자로서 유화적인 이미지를 갖기 위해 동물을 좋아하는 제스처를 취해다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사임 직전에 가진 정기 국회 청문회에서 “래리와의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있는 래리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2005년에도 캐머런은 보수당 대표직에 오르기 위해 동물을 내세운 혁신적인 보수당 대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정치 신인이던 캐머런은 지구 온난화 해결안 모색을 위해 북극으로 향했다. 영하의 현장에서 캐머런이 모자도 없이 시베리아허스키를 끌어안고 찍은 사진은 보수당의 고루한 이미지를 벗게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보수당은 집권에 성공한다.

하지만 '다우닝가 래리의 100일 기록'의 저자인 제임스 로빈슨은 유화 전략 외에도 동물, 특히 고양이가 주는 은밀함이 래리의 인기의 비결이라고 캐나다 국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뭔가 훔쳐보는걸 좋아하는데 래리를 통해 다우닝가의 커튼 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엿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 고양이는 이기적이라 자기 성질대로 행동 하는 래리를 통해 본 다우닝가의 일면이 더 솔직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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