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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100살까지 살 수 있는 신체 기관

연구에 따르면, 신체 기관중 일부는 유독 노화가 빠르다. 그렇다면 이를 이해하는 게 장수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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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이상된 간을 이식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간 질환을 앓는 19세 터키 여성의 이야기다. 빨리 간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동안 혈류에 독소가 쌓였고, 이로 인해 간성뇌증이 나타나 두뇌에도 문제가 생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는 상황. 의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다른 병원에서 이식을 거절한 장기를 이식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 간은 최근에 사망한 93세 여성의 것이었고,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낭종도 있었다. 장기 이식 수술 관점에서는 물론, 이식받을 대상의 연령을 고려했을 때도 꽤나 '오래된 장기'였다.

증조부 뻘 나이의 간을 이식받고 사는 삶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체 기관 중에는 우리의 수명보다 더 오래 기능을 유지하는 것들이 있다. 반면 굉장히 빠르게 쇠퇴하는 신체 기관도 있다. 그래서 몸속 장기와 조직의 나이를 파악하는 게 생일로 나이를 따지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줄 수 있다.

장수에 대한 연구 결과, 생일로 따지는 나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사람이 태어난 후 몇 년이 지났는지를 따지는 연대기적 나이와 신체 기관의 노화 정도를 따지는 생물학적 나이의 불일치에 주목하고 있다.

수술실

출처Getty Images

이 두 종류의 나이는 서로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식습관이 건강하지 않고 수면이 부족하면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그 예다.

사람마다 속도는 다르지만, 노화는 몸 전체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몸의 전반적인 노화를 따지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노화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과 생활방식 및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신체기관마다 다르다.

나이는 38세인데 신장은 61세일 수 있는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름지고 탈모가 진행된 80세에도 여전히 40세처럼 심장이 힘껏 고동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유전학자 마이클 스나이더는 이를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량의 전체 기능이 저하되지만 일부 부품은 다른 것보다 빨리 마모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더 건강한 삶을 더 오래 누리고 싶다면, 총체적인 생물학적 나이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몸의 모든 부분이 똑같이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신체 기관의 나이를 추정하는 건 쉽지 않다. 인터넷에는 심장이나 폐 등의 나이를 추정하는 "계산기"가 있다. 하지만 정확한 측정은 기능과 조직 구조, 세포 구성, 그리고 유전적 건강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장기 이식 자료를 보면 세월을 잘 버티는 장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증자의 나이와 이식받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등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오래된 장기는 일반적으로 이식 효과가 적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떤 신체기관이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

심장과 췌장의 경우 기증자가 40세 이상이면 성공률이 낮았다. 반면 폐는 기증자가 65세 이상이더라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각막은 기증자 나이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연구원들은 차이의 원인으로 장기의 상대적 복잡성과 기능의 혈관 의존도를 주목했다. "노화에 따른 기능 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각 장기들의 혈관 조직과 미세 조직에서 세월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따져보는 것이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장기 이식 자료를 보면 '과연 이런 장기는 과연 몇 살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예를 들어 간은 재생능력이 뛰어나 수술로 3분의 2까지 잘라내도, 1년 안에 거의 이전 크기를 회복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몇 년간 몇 번의 성공적인 이식 사례를 통해, 90대가 잠재적인 간 기증 집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장기마다 생활 방식에 대한 민감도도 다르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노화 연구 책임자인 리처드 시우는 "폐와 오염의 상관 관계가 아주 좋은 예"라고 했다. "폐는 도시나 오염이 심한 환경에서 더 빨리 노화가 나타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노화에 영향을 주는 생활 습관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어떻게 잠을 자는지, 그리고 언제 잠을 자는지 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시적인 수준에서, 장기의 노화는 훨씬 더 복잡하다. 신체 기관을 구성하는 개별 세포는 일정한 주기로 교체된다. 하지만 이 주기는 매우 다양하다. 혈관 속 적혈구 세포는 평균적으로 4개월간 몸 속을 순환한다. 장 세포는 며칠 만에 교체된다. 반면 뉴런 같은 두뇌 세포는 나이가 들어도 교체되지 않는다.

그런데 2019년 솔크 생물학연구소의 마틴 헤처 교수팀이 포유류에서 뉴런 만큼 긴 수명을 가진 세포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쥐의 간과 췌장을 연구해, 해당 동물의 연령만큼 오래된 세포를 찾아냈다. 이 세포들은 새로 만들어진 세포들과 함께 "연령 모자이크현상"이라는 이름으로 공존하고 있었다. 장수 세포는 불과 며칠밖에 안 된 세포보다 노화와 관련된 마모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두뇌 외부에도 이런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장기의 노화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단서가 된다.

개인화된 노화

신체 기관이 노화에 얼마나 탄력적으로 반응하는가와 상관없이, 모든 기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느려진다. 하지만 최근 어떤 장기가 가장 먼저 기능을 상실할지 예측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인간의 신체는 부위별로 노화 속도가 다르다. 생물학적 나이의 측면에서 우리가 몇 번의 생일을 보냈는지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출처Getty Images

2020년 스나이더와 웬유 저우, 사라 아하디 등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들은 분자와 미생물 87종이 체내 노화에 대한 "생물학적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2년 동안 자원봉사자들에게 분기별 검진을 실시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노화는 저마다 다른 생물학적 매커니즘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87종의 생물학적 척도가 어떤 장기나 시스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서, 개인의 "노화 유형"을 분류한 것이다.

연구팀은 주된 노화 경로인 신장, 간, 신진대사 및 면역력을 기준으로 4가지 노화 유형을 만들었다. 물론 심장 노화 유형도 존재한다. 이것을 활용해 사람들이 각자의 노화유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이 유형이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의 조합에서 온다고 말했다. 만약 이 연구가 맞다면, 나이가 들수록 주의해야 할 요소를 젊었을 때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나이더는 "당신이 심장 노화 유형이라면 나쁜 콜레스테롤을 잘 관리하고, 심장 검사를 받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대사 노화 유형이라면, 식사를 주의해야합니다. 그리고 간 노화유형이라면 술을 덜 마셔야 합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스탠포드 연구팀의 짧은 연구에서 확인한 노화 유형이 실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리학적 변화로 이어질 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이제는 보다 개인화된 방식으로 노화에 접근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맞추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운동과 좋은 식단은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심장이나 신장이 약하다면 좀더 그에 초점을 둔 명확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시계 바늘을 뒤로 돌리기

최근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생물학적 노화에 대한 보다 정확한 추정이 가능해졌다. '메틸화'라고 알려진 DNA의 반영구적인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DNA에 메틸 화학물이 결합되어 유전자들의 기능이 켜지거나 꺼지는 현상이다. 즉 DNA가 생활방식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아 "후성유전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DNA 메틸화의 정도는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과 태어난 후 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통해 생물학적 연령의 강력한 예측 지표라는 이른바 " 후성유전학적 시계 "를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이 시계를 각 조직의 생물학적 나이를 비교하는데도 활용한다. 예를 들면 여성의 유방 조직은 신체의 다른 부분 조직보다 빠르게 나이를 먹는다. 때문에 후생 유전학적 시계가 유방암 예측지표로 사용될 수 있는지 모색중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좋은 식습관은 노년기 동안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좀더 초점을 좁힌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출처Getty Images

하지만 이 방법의 정확성이 검증되더라도, 일부 과학자들은 시계들을 느리게 하는 것이 노화를 늦출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노화를 어느 쪽으로 보든, 장수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세포 수준에서는 이것이 가능해 보인다. 2020년 3월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노인에게서 채취한 세포가 야마나카 인자( Oct3/4, Sox2, Klf4, c-Myc 이상 4 종의 유전자 또는 이로부터 유래되는 단백질)를 생산하도록 만들어 세포를 회복시켰다고 한다. 야마나카 인자는 이전에 세포가 배아 상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으로 단백질이다.

물론 신체 기관 전체에 이러한 처방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세포와 조직의 생체 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의 단초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은 노인의 건강 수명 연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린다 파트리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동료들이 최근 발표한 리뷰 논문은 노년기 질병에 대해 라파마이신과 메트포르민, 리튬과 같은 약물이 잠재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노화의 여러 증상을 되돌리는 것까지는 해내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노화가 각 신체기관마다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해, 앞으로는 "특정 조직 맞춤형" 노화방지 치료로 가게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물론 신체기관마다 노화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모든 기관을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 리차드 시우는 신체기관은 상호연결된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그 염증이 뇌와 심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기관마다 노화의 궤적은 다르지만,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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