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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생각보다 의미가 큰 '약한 유대'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는 중요하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가벼운 네트워크를 통해서 행복감과 정보 획득 기회, 소속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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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LAMY

나는 약 10년 동안 월요일 저녁을 아마추어 합창단 리허설을 하며 보냈다.

월요일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요일이라서, 종종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리허설이 끝날 무렵이면 활력이 되살아나곤 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 동료들 중에는 몇 명을 빼고는 친한 친구들은 없었다. 대부분은 모르는 이들이었다. 짧게 대화하고 미소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정도였다. 그런데 삶에 활력을 주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지금은 합창 연습이 없다. 아마 오랫동안 없을 것이라, 그립기도 하다. 폐쇄 상태에서 애정의 결핍이나 정서적 지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친절한 표정이나 일상적인 대화를 마주할 일은 분명히 줄었들었다. 약한 유대가 줄어든 것이다.

1973년 스탠포드대학 사회학과의 마크 그래노베터 교수는 '약한 유대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사회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 중 하나다. 이전까지 학자들은 개인의 행복이 주로 친한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노베터는 양적 측면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사람의 사회적 관계를 파악할 때, 자주 대화하고 친밀하게 느끼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내적 서클과 간헐적으로 만나거나 우연히 만나는 지인들로 이루어진 외적 서클을 살펴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그래노베터는 이 범주들을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라고 불렀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의 측면에서는 강한 유대보다는 약한 유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노베터는 보스턴에 있는 282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대부분이 '약간 아는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84%가 가끔 마주치는 정도의 약한 유대를 통해 직업을 얻은 것이다. 친한 친구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이는 소수였다. 그래노베터는 "내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집단 안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친한 관계 바깥에 있는 기회는 외부에 있는 사람이 친절하게 알려줘야만 알 수 있다. 아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많아지는 이유다.

줄어드는 인간관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일상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었고, 인간관계의 약한 유대가 축소됐다

출처ALAMY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들의 약한 유대를 축소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이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위기로 인해 노동 관행을 바꿔야 했던 기업들은 영구적인 재택근무와 가상 워크스페이스로 전환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유연성 증가를 포함해 여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사회적 관계가 축소될 수도 있다.

물리적인 사무실 공간이 있으면 대면 회의가 가능해진다. 또한 아주 가까이는 아니지만 같은 건물에서 일하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약한 유대를 쌓을 수 있게 된다.

어떤 기업들은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우연히 마주칠 수 있게끔 사무실을 설계한다. 스티브 잡스가 픽사 빌딩의 설계를 감독할 때 이러한 아이디어를 사용했다. 이 건물에는 모든 직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야 하는 커다란 중앙 홀이 있다. 잡스는 동료들이 자주 마주치며 커피도 마시며 바람 쐬기를 원했다.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런 대화들이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한 만남

약한 유대를 맺고 있는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은 정신적 행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길리언 샌드스트롬은 토론토에서 심리학 공부를 하던 무렵, 두 개의 대학 건물을 오가며 핫도그 가게를 자주 지나쳤다. "저는 언제나 웃으며 핫도그 가게 직원에게 인사를 했어요.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그 여성이 나를 기억하고 서로 유대감을 쌓고 있다고 느꼈죠. 기분이 좋더라고요."

현재 에섹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샌드스트롬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들이 약한 유대에서 얼마나 행복을 얻는지를 조사했다. 그녀는 응답자들에게 며칠 동안 그들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을 기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큰 규모의 약한 유대 네트워크를 가진 이들이 전반적으로 행복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바리스타, 이웃, 요가 수업의 회원 등 약한 유대 관계를 가진 이들과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한 날에 더 큰 행복감과 소속감을 경험했던 것이다.

매일 똑같은 가게에서 점심을 사는 것처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만남조차도 우리를 기분좋게 만들 수 있다

출처ALAMY

폐쇄는 이러한 만남을 더 드물게 만들고 있다. 약한 유대 상호작용은 우리가 밖에 있을 때, 특히 합창이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활동에 참여할 때 주로 생겨난다. 2016년 심리학자들이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국적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스포츠 팀이나 교회 공동체와 같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삶의 의미나 안정감을 더 크게 누렸다고 한다. 그리고 집단의 구성원이 많을 수록 그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지금은 클럽과 단체에서 행사 개최가 금지되었고, 이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번화한 거리를 거닐거나 카페나 술집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졌다. 이는 부담이 적은 대화를 놓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샌드스트롬은 "잘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감정적인 부담이 있어서 더 힘든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약한 유대 관계에서 하는 대화는 가볍고 부담이 적습니다."

약한 유대는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이는 시점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샌드스트로음 매주 가족과 화상 대화를 나누는 동료를 예로 들었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현재 아무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할 말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노베터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우리는 약한 유대 관계에서 많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약한 유대는 자극이자, 동시에 불확실한 시기에 행동 방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약한 유대 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다양하게 대화를 하면서, 폐쇄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폐쇄로 인해) 강한 유대 관계를 가진 사람들하고만 교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약한 유대 관계를 가진 이들과의 까다롭지 않고 부담도 적은 대화가 줄어들고 있다

출처ALAMY

이 때문에 우리는 폐쇄 기간은 물로 그 이후에도, 약한 유대 관계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의 의미는 크다. 샌드스트롬은 "우리는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찾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와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가 약한 유대 관계에서 하는 대화를 대신하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가 서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약한 유대 관계의 사람들과 하는 상호작용을 강한 유대의 사람들과 해보는 것도 추천했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그저 어떻게 지내는지 정도만 파악하는 것이다. 샌드스트롬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 관심을 들이지 않고도, 당신이 그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이 지나가고 난 후, 우리는 가볍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친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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