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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차별금지법 생기면.. 정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까?

일부 기독교 단체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반대하는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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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뉴스1

정의당이 주축이 돼 발의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다음날(30일)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06년 정부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한 뒤 14년 만이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장애, 성별 등 차별을 규제하는 개별법이 있지만 다양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평등법 제정은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인권위 위원회가 입법 시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관련 법 제정에 있어 매우 구체적인 의견표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에 이 시안을 참조해 법률을 제정해달라는 의미다.

반면 차별금지법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 혹은 '동성애 반대하는 사람은 처벌받는다'와 같은 주장도 나온다. 정말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생기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게 될까?

'차별금지법'은 무엇을 금지하나

제17대~제19대 국회도 6차례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시도했다

출처뉴스1

차별금지법은 성적지향, 고용형태, 성별, 출신국가,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인권위가 직접 마련한 시안엔 성별, 장애, 나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21개 차별 사유가 적시됐다. 예시적으로 차별 사유를 규정한 데 있어 인권위는 "사회의 차별 현실을 정확히 드러내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의 개념에는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괴롭힘, 성희롱 등이 포함돼 있다.

'성적지향' 항목을 두고 종교계 일각의 반발이 있다는 것과 관련해 인권위는 "평등법은 사회의 주류적 경향과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개인, 그리고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동등한 주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며 "일각의 주장처럼 특정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장려하는 법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다름과 다양성은 단점이 아닌,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할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를 비롯한 단체 관계자들이 29일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뉴스1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차별적 언행만으로 법을 어기게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지난달 29일 발의된 법안을 보면 차별이 금지되는 영역이 엄격히 정해져 있다. 

  1. 고용의 과정 혹은 직장에서 
  2.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3. 교육기관에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을 때
  4.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할 때

인권위가 제시한 평등법 시안도 고용, 재화·용역 등의 일부 영역에 적용된다. 따라서 법에서 규정하는 직장이나 상점 , 교육기관, 행정기관 등이 아닌 교회나 길거리에서 설교를 하거나 발언하는 행위 등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인권위는 평등법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보장과 배척 관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또한 다름의 인정이 무조건 차별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차별한다고 형사처벌받는 것은 아냐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은 지난달 29일 "어떻게 그 어떤 반대나 비판 목소리도 혐오 발언과 혐오 선동으로 매도돼 처벌하고 특정 소수자의 기분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도록 만들려는가?"라며 차별금지법 발의를 반대했다.

정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일단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에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차별에 대한 일반적인 조치는 조정 및 시정 권고일 뿐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언어, 인종, 국적,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출처뉴스1

두 안에서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건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했을 때다. 이때는 가중적 손해배상과 함께 형사처벌이 병행될 수 있다. 장 의원 대표발의안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인권위 시안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단지 차별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진정을 제시했다고 인사 불이익을 주거나 징계를 내리는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했을 때만 처벌될 수 있다는 거다.

사실 지금도 인권위 시정 권고나 민사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차별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 다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이 구제책의 실효성을 높여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 차별금지법안에는 차별 행위의 중지, 피해의 원상회복, 차별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등 시정 명령을 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아울러 국가가 소송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차별이 소명된 경우 법원에서 임시 조치와 이행 명령을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차별금지법안과 인권위 시안 모두 해당 법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 찬성

조계종 회원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출처뉴스1

인권위가 4월에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성인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이 주로 공격해온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3.6%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평등법과 유사한 법이 존재한다.

영국에는 평등법(Equality Act)이 있고, 독일에는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이 있다. 호주와 캐나다도 차별금지법(Discrimination laws), 인권법(Human Rights Act) 등의 이름으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들이 있다. 미국의 민권법(Civil Rights act)도 차별금지와 평등에 관한 대표적 입법례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15일 근로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근거로 고용주가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 제 7조 성차별 금지조항이 성 소수자에게도 확대 적용된 첫 사례였다.

국제인권기구의 기준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등장한 '차별금지법 제정' 피켓

출처뉴스1

미첼바칠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달 30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익명 검사 도입 등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에 대한 고려와 빠른 입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한국에 평등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국제인권기구들은 개인 인격의 한 요소로서 '성별정체성'을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보호돼야 할 차별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1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인권침해에 초점을 둔 결의안을 처음 채택했다. 2016년에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독립전문가를 신설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위 결의안에 모두 찬성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7년 만의 '차별금지법안' 발의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하는 정의당

출처뉴스1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발의한 건 7년 만이다. 정의당은 소속 의원 6명 외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열린 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4명의 의원에게 서명을 받아 법안 발의 기준인 의원 10명을 가까스로 채웠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안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당시 정부는 차별금지법안에서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적 지향, 학력' 등의 7개 차별금지사유를 삭제한 형태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는데, 결국 제정이 무산됐다.

이후에도 정부와 정당의 법안 발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17~19대 국회에선 발의된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 요건인 의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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