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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먹방, 브이로그, 키즈 유튜버.. 진화하는 북한의 유튜브

"결국 '북한은 정상 국가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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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이로그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과 영상 문법으로 만들어진 북한 유튜버 장보기 영상

출처유튜브 캡처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시나요?"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산뜻하게 인사를 건넨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유창한 영어로 말하는 여성은 북한 유튜버 '은아'다. 북한 특유의 딱딱함과 경직됨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아'는 7세 북한 키즈 유튜버 '이수진'과 함께 최근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답지 않게 '자연스러워서' 화제인 것.

'은아'의 영상은 현재 'Echo of Truth'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평양의 은아(Un A from Pyongyang)'라는 브랜딩이 눈에 띈다. '이수진'의 영상은 'New DPRK' 채널에서 볼 수 있는데, 화면에 북한식 서체로 '리수진의 1인 TV'라는 로고가 찍혀있다.

여전히 무언가 '북한스러움'은 있다. 하지만 '먹방', '브이로그', '키즈 유튜버' 영상 등으로 북한의 유튜브 영상이 진화하는 양상이다. 기존 북한의 'SNS 선전선동'에 다소 시큰둥했던 한국 사람들도 구독을 누르고 댓글을 다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SNS을 통한 북한의 대외선전선동물은 법적으로 시청 자체는 허용되나,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영상을 공유할 경우엔 위법 소지가 있다.

놀이공원에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는 '은아'

출처유튜브 캡처

먹방, 브이로그, 키즈 유튜버… 달라진 문법

과거 노골적인 선전선동에 활용해 와 국내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북한 SNS가 달라지고 있다. '

'은아'가 대성백화점 식료품 코너에서 장을 보고, 개선청년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영상은 마치 한국 유튜버의 솔직한 브이로그 느낌이 난다. 슬로우 모션도 있고, 1.5배속과 같은 효과도 영상에 더해졌다.

"True or False(Panic Buying)"라는 제목의 사재기 여부를 알아보는 영상은 마치 '팩트체크' 형식와 같은 가벼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국내 언론이 '북한판 보람튜브'라고 부르는 키즈 유튜버 '이수진' 유튜브 영상도 마찬가지다.

그가 "우리 엄마 아버지가 이 방학 때 놀지만 말고 공부도 하라고 했어요"라고 말할 때는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이 엿보인다.

하지만 피아노를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치는 모습에서는 한국인이 그동안 주로 접했던 북한의 선전물 속 전형적인 북한 어린이를 연상시킨다.

'리수진의 1인 TV'. 영상 제목과 설명이 영어로 돼 있다

출처유튜브 캡처

'북한, 뉴미디어 적극 활용'

이러한 다소 실험적인 영상을 통해 북한은 결국 자신들이 "정상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BBC 코리아에 "북한은 최근 김정은 시대 들어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전반적으로 선전선동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며 "(이러한 유튜브 영상들은)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북한은 정상 국가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영상의 핵심 내용이 수령님 찬양이 아니다. 또 '미국 제재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는 메시지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력해온 관광 홍보라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쪽에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영어로 제작해 올리는 것으로 보아 결국 관광 (홍보)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대남선전물과 다른 반응

북한은 SNS를 통해 선전선동물을 올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SNS가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큰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 SNS는 기본적으로 대외용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인터넷이 허용되지 않고 내부망(인트라넷)만 허용돼서다. 북한에서 개인이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채널은 선전선동부나 통일전선부 등 북한 정권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평양 모란봉 편집사'가 운영하는 북한의 선전용 인터넷 매체 '조선의 오늘'이 대표적이다. 북한 건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대남선전용 인터넷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아리랑협회가 운영하는 '메아리' 등이 SNS 계정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조선의 오늘 인스타그램. 30일 현재 팔로워 수는 3600여 명이다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북한이 최근 활용하는 SNS 플랫폼 또한 다양하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물론 구글 플러스와 팟캐스트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민족끼리' 트위터를 팔로우(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파간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북한의 SNS 선전선동물에 한국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최근 영상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다르다.

'은아'의 영상에는 "리포터 인상이 좋네요", "평양 음식점 돌아다니면서 먹는 방송하면 재미있겠다", "오늘 산 것들 먹방도 해 주실 수 있나요 궁금함"과 같은 댓글이 눈에 띈다.

지난 26일 올라온 '은이'의 최근 '평양 지하철 탐방' 영상은 조회수가 1만1500번이 넘는다. 지난 5월 23일 올라온 '수진이'의 영상은 조회수가 9만1800번을 돌파했다.

양성운 인디애나주립대학 미디어스쿨 교수는 MBC에 "기존의 북한 대남선전방송을 보면 프로파간다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그런데 이번 유튜브 방송을 보면 굉장히 자연스럽다"며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조선의 오늘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연락사무소 폭파 사진도 있지만, 이처럼 북한 음식 사진도 많이 올라온다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이우영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등 최근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하며 소위 '북한 덕후(어떤 분야에 몰두해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엔 서울 홍대에 북한을 컨셉으로 한 주점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독'과 '좋아요' 눌러도 될까?

한국 정부는 국가보안법과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일반인이 북한이 운영하거나 친북 성향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제7조)은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 등을 금지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제44조)은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의 불법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유튜버들의 채널에 관한 사안은 좀 더 복잡하다. 이러한 유튜브 채널의 운영 주체가 북한 정부로 추정되지만, 이를 확실하게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태껏 전형적인 북한 진행자 모습은 한복을 입고 북한 말투를 쓰는 여성이었다. 사진은 북한 대표 앵커 리춘희

출처뉴스1

통일부 관계자는 BBC 코리아에 "유튜브 계정 시청, 전파 등은 교류헙력법 접촉신고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관련법 적용이 애매한 새로운 현상으로 이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북한 관련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 댓글을 다는 것은 허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유(전파)의 경우엔 얘기가 좀 다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BBC 코리아에 모든 북한 유튜버의 콘텐츠 공유가 위법은 아니지만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 7에 제 1항 8호)를 담았을 때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공유하는 컨텐츠의 내용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통일부 관계자는 노컷뉴스에 "유튜브에 나오는 북한의 동영상은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며, "기존의 처리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북한 매체는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라고 확인했다

출처뉴스1

계정 이름 바꾸면 언제든 다시 활동 가능

유튜브는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자체 규정에 따라 동영상을 심의한다. 유튜브와 같이 해외에 본사를 둔 SNS 기업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불법·유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한다.

한국에서 유튜브 계정을 삭제하려면 우선 누군가가 국정원이나 경찰 등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해당기관이 수사를 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 요청을 하고, 방심위에서 유튜브 본사에 채널 삭제요청을 한다. 삭제 요청에 응할지는 유튜브 본사가 결정한다.

앞서 북한의 매체 SNS 계정이 폐쇄된 사례도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붉은별TV', '조선의 오늘' 유튜브 채널이 최근 폐쇄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보도했다.

해당 채널들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을 거칠게 비난하는 영상을 최근 올렸다. 이런 영상에 사용된 원색적인 단어들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계정 이름만 바꾸면 언제든 다시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초 '붉은별TV'는 계정 폐쇄 일주일 만에 'NEW'를 붙여 채널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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