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BBC News | 코리아

푸른 미래를 꿈꾸던 선원은 천에 싸여 바다로 던져졌다

한 젊은 남성의 시신이 바다에 던져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국제적인 수사 대상이 됐다.

11,452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휴대전화로 포착된 매장 영상은 인도네시아를 격분케 했다

출처BBC

한 젊은 남성의 시신이 바다에 던져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국제적인 수사 대상이 됐다. 이 사건은 중국인 소유의 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노예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삶을 꿈꾸던 두 청년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친구가 중국인 소유의 어선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고 귀띔했을 때, 세프리는 한번도 바다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어선에서 일하면 벌 수 있다는 돈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한 마을 출신의 25세 청년에게는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금액이었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주 열광했었죠." 그의 누나 리카 안드리 프라타마는 회상했다.

직업교육을 시켜주고 한 달에 400달러(약 48만 원)를 준다는 약속을 받고 그는 작년 2월 22명의 인도네시아 남성들과 함께 어선 롱싱629호를 탔다.

"떠나기 전에 우리에게 돈을 조금 빌렸어요." 리카는 말했다.

"돈 빌리는 건 이게 마지막이라고, 엄청난 돈을 벌어서 돌아올 거니까 그때 우리 가족의 집을 개축하자고 말했죠."

그러나 세프리는 결코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보내온 돈도 없었다. 리카는 이후 동생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리카가 자신의 동생이 바다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손에 들고 있다

출처BBC

지난 1월초, 리카는 편지를 받았다. 동생이 바다에서 죽었고 그의 시신은 태평양에 던져졌다는 것이다.

"동생이 바다에 던져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심장이 부서질 것만 같더군요." 그는 눈물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는 죄책감을 느꼈다. "우리 엄마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남동생을 잘 돌보라는 거였어요."

다른 두 명의 인도네시아 남성도 롱싱629호에서 사망했다. 세프리와 다른 남성은 작년 12월 며칠 간격으로 사망했다. 세프리와 같은 동네 출신인 아리는 올해 3월에 사망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선원들이 구조됐다.

세프리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시신은 천에 싸여 배 바깥으로 던져졌다. 세프리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은 이들에게 영영 작별을 고할 수 없을 것이다.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았던 세 번째 남성 에펜디 파사리부는 산 채로 육지에 닿을 수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 모든 것이 눈에 띄지 않은 채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망자에 대한 존중이란 전혀 보이지 않는 이 매장 모습을 휴대전화로 포착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인도네시아 전국이 격분했다.

세프리(왼쪽)과 그의 동료 아리는 둘 다 바다에서 사망했다. 둘은 인도네시아의 같은 마을 출신이다

출처BBC

영상으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 외국 어선에 승선한 선원들에 대한 학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롱싱629호 선원들의 이야기는 기괴할 정도로 서로 닮았다. 주로 미얀마(버마) 출신인 4000명 가량의 선원들이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에서 구출된 지 5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당시 몇몇은 수 년간 노예와 같은 상황에서 착취 당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무분별한 어업과 외국 어선에 탄 선원들의 착취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롱싱629호의 생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바뀐 것이 거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신을 닦아주고 기도하는 것 뿐'

익명을 요청한 동료 선원들은 자신들이 종종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중국인 고용주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때문에 혼란과 좌절을 겪었다.

선원 중 하나는 BBC 인도네시아에 동료들의 몸이 죽기 전에 모두 부풀어 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선원은 하루 18시간을 강제로 일해야 했으며 식사로는 물고기 미끼만 제공됐다고 말했다.

"중국 선원들은 미네랄 워터를 마셨는데 우리에겐 엉망으로 정수된 바닷물만 줬어요." 20세의 N씨는 말했다.

선원들이 잡은 것 중에는 샥스핀도 있었다

출처BBC

세프리와 다른 선원들의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다는 게 분명해지자 N씨는 선장에게 치료를 위해 접안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세 명이 죽은 후 선원들은 접안 후에 아들을 이슬람 관습에 따라 매장할 수 있도록 시신을 냉장실에 보관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선장은 아무도 이들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장은 어떤 나라든 시신을 거부할 거라고 주장했어요." N씨는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시신을 닦고 기도한 다음 바다에 던지는 것 뿐이었어요."

선장은 마침내 남은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한국의 부산에 접안한 다른 중국 어선으로 옮기기로 했다. 에펜디 파사리부는 여전히 건강 상태가 심각했지만 그때까지 살아있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그의 어머니 켈렌티나 실라반은 그가 부산의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들과 화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

에펜디의 모습은 1년도 전에 바다로 떠난다며 작별인사를 했던 21세의 건강한 아들과는 딴판이었다.

에펜디는 바다로 떠날 때만 하더라도 매우 건강했다

출처BBC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죠. 고향에서 우리가 널 돌봐주겠다고."

그 대신 아들은 시신으로 어미에게 돌아왔다. 신부전증과 폐렴으로 숨졌다고 했다.

에펜디는 고향 마을을 떠나기 전에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자랑스럽게 캐리어를 끄는 모습의 사진 위에 그는 이렇게 썼다.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떠난다."

에펜디는 수마트라의 시골 마을에 있는 가족의 집 근처에 묻혔다.

"우리는 동생의 죽음이 외국 어선에서 벌어지는 노예 행위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사안이 철저히 조사되길 원해요." 그의 형 로만은 말했다.

보상금보다 진상을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자국민이 '노예'가 되는 걸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촉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롱싱629호의 생존자들을 비롯해 49명의 선원들이 적어도 4척의 동일한 중국 기업(다롄오션피싱)이 보유한 어선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로 노동해야 했다고 밝혔다.

다롄오션피싱은 혐의에 대한 BBC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웹사이트에 성명을 낼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후 어떠한 성명도 발표된 바 없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자신들이 자주 구타를 당했다고 말한다

출처BBC

양국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상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인도네시아는 선원들이 받은 대우가 "비인간적"이라고 말한 반면 자카르타의 중국 대사관은 이를 "불운한 사고"라고 말했다.

대사관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함께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선원들을 고용한 인력업체를 수사하면서 세 명의 남성이 체포됐다. 이들은 인신매매법 하에 최대 15년의 징역을 치르게 될 수 있다.

"문제의 기업이 우리 선원의 인권을 지키도록 만들겠습니다."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은 화상회의에서 말했다.

"선원들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이 기업은 인권을 유린했습니다." 장관은 덧붙였다.

인도어업협회(IFMA)는 국내에 정부의 감독을 전혀 받지 않고 인력을 공급하는 무허가 업소들이 무수히 많다고 BBC 인도네시아에 말했다.

"외국 어선들의 요청이 너무 많아요. 이 업소들은 그냥 필요한 서류만 꾸미고 사람들을 보냅니다. 인도네시아 쪽에서의 감독이 전혀 없어요." 협회 부회장은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중국 어선의 선원 학대 혐의에 대해 공동 수사 중이다

출처Getty Images

여론의 압박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6개월 동안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외국 어선에 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감독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수산부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리카의 동생 세프리를 고용한 인력업체는 리카에게 보상금으로 2억5천만 루피아(약 2100만 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리카는 단지 돈이 아닌 답변을 원한다.

"우린 그 어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해요." 그는 말했다. "우리가 이런 일을 겪는 마지막 가족이 돼야 합니다."

추가 취재: 아판 헤디어, 라자 에벤 룸반라우 (BBC 인도네시아)

작성자 정보

BBC News | 코리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