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메뉴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BBC News | 코리아

'난 조지 플로이드 영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흑인들에게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정신 건강을 해칠 만큼 매우 힘든 일이다.'

2,043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조지 플로이드는 사망하기 전에 '숨을 쉴 수 없다'고 여러 번 말했다

출처Getty Images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영상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졌다. 이 영상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흑인 여성으로서 이 영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관의 손에 또 목숨을 잃는 것을 본다는 것은 내게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사람들은 그 영상이 널리 퍼진 덕분에 미국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재점화된 것이 다행이지 않냐고 말한다. 기자로서, 진실에 다가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 이야기가 내 경험과 깊은 뿌리를 나눌 때, 이 끔찍한 행위를 세상에 폭로하는 것과 나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흑인에게 인종차별 사건 영상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출처Getty Images

이 영상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같은 흑인에게 이 영상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줄 정도의 힘든 울림을 준다.

'정말 너무 힘들다'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 니아 두마스(20)는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을 보고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이후로, 제가 어떤 날은 하루에 네 번씩 울더라고요. 굉장한 트라우마를 느꼈던 것 같아요."

니아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산다. 그곳에서 그는 많은 폭력을 목격했다. 그의 삶에서 흑인이 살해당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가 아니었다면, 또다른 누군가에게 있었을 일"이라며 "더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플로이드 영상을 봤을 때, 트레이본 마틴의 죽음이 떠올랐어요. 그때 11살이었는데 아직도 내가 이런 영상을 봐야 한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돼요. 너무 지쳤어요."

니아는 오하이오주의 한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다

출처NIA DUMAS

2012년 트레이본 마틴은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귀가하던 중 지역 자율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망 당시 17세였던 마틴은 총기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약물이나 음주를 한 상태도 아니었다. 범죄 전력도 없었다. 후드티를 입고 있었던 게 죽음의 이유가 됐다.

하지만 총을 쏜 조지 짐머만은 '정당방위'였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고, 트레이본의 죽음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거대한 운동을 일으켰다.

'무너진 것 같다'

이후 그 문구는 계속 언급됐다. 영국 국적의 흑인 남성인 토니 아데페그가(27)는 이번 달은 "굉장히 힘든 한 달"이었다고 말했다.

"아머드 알버리의 영상이 나오고 단 몇 주 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아직 알버리의 살해 장면을 보고 겨우 회복했는데 말이죠."

지난 2월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25세 청년 아머드 알버리가 조깅을 하다 백인 아버지와 아들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아데페그에게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냥 제 안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나도 이들과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너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는 조지 플로이드 영상을 차마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처음 영상을 봤을 땐, '왜 사람들이 그냥 저기 서 있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그들도 쉽게  플로이드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구나' 느꼈죠."

같은 날,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는 한 백인 여성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라는 신고 전화를 하는 일이 있었다. 이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에게 공원 규칙대로 개에게 목줄을 채울 것을 요구하자 여성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경찰에 그를 신고했다.

아데페그는 영국에서 영상 감독으로 활동한다

출처TONI ADEPEGBA

아데페그는 이 사건이 그에게 "큰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관계를 보여줘요. 그 여성은 백인으로서 흑인에 대해 갖는 특권을 잘 알고 있었죠. 신고 전화 한 통이면 이 남성을 체포하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파리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인 라에르티티아 칸돌로(28) 또한 조지 플로이드 영상을 보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칸돌로는 프랑스와 콩고 민주 공화국을 오가며 일한다

출처LAETITIA KANDOLO

"너무 많은 감정을 느꼈어요. 하지만 몇 시간 후에 인터넷에서 이 영상은 폭발적으로 공유됐고, 저도 그때 다시 영상을 봤어요. 플로이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전 그 무력감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는 "인종 차별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백인들은 이 영상을 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이게 현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현실입니다'

많은 흑인들은 이 영상을 공유하는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에 사는 니아는 백인 특권과 제도적 인종차별과 같은 뿌리 깊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 SNS에 올라오는 많은 인종차별 반대 지지 글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는 유명인들이 이미 만들어진 게시물을 공유하는 걸 자주 봤다며 "이런 건 그저 일회성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느끼고, 스스로 생각해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 우리는 단순히 게시물을 공유하고, 리트윗하는 것이 연대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 시점을 넘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열렸다

출처Getty Images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흑인들이 이런 영상을 볼 때, 그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조상들이 등장인물에 투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평소 밤에 조깅을 많이 했다는 아데페그는 "내가 미국에 있었다면 '내가 알버리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아직도 한다"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조깅을 하는 날 보고 범죄 현장에서 도망친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칸돌로 또한 "모든 흑인에게는 내가 흑인이며 그게 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인지 확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8살 때 패션스쿨에 진학하고 싶다는 얘기를 아버지에게 했을 때 느꼈다.

"아버지는 그때 제게 '너는 흑인이고 흑인으로서 너는 예술계에서 고생할 것이다. 눈에 보이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너무 절망적이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의 이야기가 곧 내 이야기다'

전 세계 흑인들은 개개인의 인종차별 경험이 매우 심각한 사건부터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차별까지 그 폭이 매우 넓고, 이 모든 것이 같은 역사적 뿌리에서 온다는 것을 잘 안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동런던에서 자란 아프리카계 영국인으로서 난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다소 안전함을 느낀 편이었다. 언론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서야 '진짜 세상'과 마주했다.  내 머리는 어디를 가나 대화의 주제가 됐다. 내 "수세미 머리"가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흑인사회가 인종차별 사건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느끼는 트라우마는 개인의 기억이나 공동 경험 등 다양한 많은 경로로 발생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출처Getty Images

칸돌로는 "조지 플로이드의 이야기가 결국 내 이야기라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의 린칭이나 벨기에령 콩고 시절 흑인 손 절단과 같은 이미지들은 역사적 의의와 무게를 주지만, 흑인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기도 해요. 그들이 이전부터 계속 우리를 죽이려고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살기 위해 이에 맞서 싸우고 있어요."

그래서 흑인들에게 이런 그림을 보는 것은 정신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매우 힘든 일이다.

나 또한 조지 플로이드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에는 이 주제에 관해 끊임없이 읽고, 쓰며, 이것을 세상과 공유했다. 그리고 SNS에 올라오는 인종차별적 살인 사건과 관련된 모든 것을 챙겨봤다. 하지만 이번에 난 나 자신을 지키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당신의 정신건강이 우선이다'

아데페그 또한 인종차별에 대한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개인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가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이미지를 꼭 봐야 한다거나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정신 건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건 흑인 대 백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의 문제에요. 변화는 '그들의 문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가 됐을 때 비로소 올 수 있습니다."

작성자 정보

BBC News | 코리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