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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코로나19: 거리두기 위한 스웨덴의 자연 속 원 테이블 식당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스웨덴의 한 커플이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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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활짝 핀 초원에 피크닉 바구니를 놓고 앉아 식사하는 풍경은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여성 인플루언서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린다 칼손의 새로운 식사 아이디어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반응한 이들의 성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이 '테이블'을 예약한 이들은 남성들이었어요."

그녀가 말하는 '테이블'은 지난 10일 문을 연 자신의 새 레스토랑 '보드 회르 엔(Bord för en, 원 테이블)'이다.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약 350킬로미터 떨어진 베름란드의 작은 시골 마을 란세테르에 있다.

푸른 목초지가 내려다보이는 정원에 나무 테이블과 의자 하나를 놓은 것이 전부다. 단촐한 테이블에는 촛불과 야생화 꽃다발이 놓여져있다.

이 새로운 도전의 뒷 이야기는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칼손의 노부모가 딸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 칼손과 남편 라스무스 페르손은 안전하게 부모와 식사할 방법이 필요했다. 함께 테이블에 앉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상황. 그들은 부모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원격 식사'를 떠올리고, 정원에 테이블을 차렸다.

그때였다. 밖에서 평온하게 식사하는 부모를 지켜보던 칼손과 페르손에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화로운 고독을 즐길 수 있게끔 사람들을 초대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식당'은 그렇게 태어났다.

식당은 숲과 수천 개의 호수가 있어 스웨덴에서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 꼽히는 베름란드에 있다

출처Getty Images

매일 저녁 7시, 식당을 찾은 단 한 명의 손님은 나무가 바스락거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혼자 식사를 한다.

음식을 나르는 직원도 없고 직접적인 접촉도 없다. 빨간색과 흰색 깅엄 천으로 장식한 바구니를 로프에 달아 전달한다. 낡은 자전거 바퀴를 이용해 만든 도르래로 칼손의 2층 주방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의 손님에게 음식을 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사람들끼리 1~2m 거리를 유지하라는 스웨덴 보건국의 권고사항을 준수할 수 있다. 그리고 식사하는 사람들은 고독과 평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식당'

코스 요리는 부부의 2층 주방 창문에서 도르래 시스템을 통해 제공된다

출처BORD FÖR EN

손님이 바구니를 열면, 3단계 코스 중 첫 번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다음 단계 요리를 달라고 부엌에 연락할 때는 도르래에 부착된 벨을 누르면 된다. 메뉴는 항상 똑같다. 칼손과 페르손이 가진 음식 철학인 현지 생산된 재료를 구할 수 없을 때만 메뉴가 달라진다.

칼손은 관광경영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예테보리에서 요리를 배우고 셰마가시네트에서 스웨덴의 전설적인 요리사 라이프 만네르스트룀에게 배운 페르손은 채식 위주의 3단계 코스 요리를 메뉴로 정했다. 페르손은 바르셀로나에서도 요리를 배운 터라, 그의 요리에는 스페인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요리의 첫 번째 코스는 사워 크림이 두툼하게 곁들여진 스웨덴식 해시브라운 '로라카'와 미역 캐비어, 수영(야채의 일종)이다. 두 번째 코스로는 노란색 당근과 생강 퓌레, 갈색 헤이즐넛 버터, 달콤한 옥수수 크로켓(스페인 타파스와 비슷한), 스페인식 우엉의 재로 장식한 '블랙 앤드 옐로우'가 나온다.

칼손은 "여행을 할 수 없는 이 시기에 이 음식은 바르셀로나의 따뜻하고 느긋한 저녁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메인 코스는 당근 퓌레, 달콤한 옥수수 크로켓, 스페인식 우엉 요리다

출처BORD FÖR EN

디저트에는 "여름의 마지막 날(Last Days of Summer)"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블루베리 진에 아이스 버터 밀크와 집에서 키운 비트뿌리로 만든 비올라 설탕이 들어간다. 최근 99세로 세상을 떠난 페르손의 할머니 때부터 전해 내려온 비법이다.

칼손은 "라스무스는 집에서 이런 요리를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라요. 그게 제가 요리사와 결혼한 이유 중 하나죠."

음료는 딱총나무꽃과 딸기 등 제철 재료로 만든 무알코올 씨들립이다. 란세테르 출신으로, 2019년 세계 50대 바로 선정된 '소케트'의 주인 조엘 쇠데르벡이 큐레이팅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이 제한된 상황이라서, 지금까지 보드 회르 엔의 고객 대부분은 란세테르와 베름란드 지역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요일에 따라 몇 명에서 십여 명 이상까지 대기자가 생긴다. 2인으로 예약하려는 이들이 많았지만, 칼손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칼손은 "(이 곳의 취지는) 자신을 알게 되고 진정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손은 이 식당은 그저 콘셉트가 새로운 식당 이상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려던 것이 어느새 조용히 자신을 돌보는 운동이 된 것이다. 칼손은 세계 각지에서 봉쇄 또는 격리가 진행중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경험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칼손은 "우리의 비즈니스는 그다지 수익성이 좋은 모델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정말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하루에 단 한 명의 손님만 받습니다."

블루베리와 아이스 버터 밀크 그리고 비올라 설탕을 곁들인 디저트는 집안에서 전해지는 비법이다

출처BORD FÖR EN

혼자서 자신을 성찰하는 공간을 이용하는 것에 시간 제한을 두지도 않았다. 마치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 "여름날"에서 말하는 "말해보라, 당신의 거칠고 소중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는 음식과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시간에 식사를 예약한 이들의 경험에 모든 것을 온전히 맡긴다. 식사를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읽거나, 쓰거나, 자연에 몰입하거나 식당을 이용하는 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한다. 이 곳에는 마감시간도 없고 계산서를 내미는 직원도 없다.

사실 계산서조차 없다. 돈을 내는 대신 이용자들은 자신이 받은 식사와 경험이 가치 있었다고 느끼는 만큼 자발적으로 기부를 한다. 이를 칼손과 페르손은 창의적인 어머니들을 지원하는 '울라-브리트 헨릭손스 쿨투르스티펜디움( Ulla-Britt Henrikssons Kulturstipendium)'에 기부한다. 페르손의 어머니 울라-브리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펀드는 '어머니 날'인 5월 26일에 1만 크로나(845파운드)의 상금을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하려는 어머니에게 수여한다.

그런데 왜 이용자 대부분이 남성이었을가? 칼손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그녀는 여성들은 혼자 식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면 지금은 이런 것을 자기 관리로 생각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칼손과 페르손은 보드 회르 엔을 올해 8월 1일까지만 개방하고, 해마다 봄과 여름에 문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요리사들과 미식가들로부터 관심이 커져,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현재 비슷한 콘셉트에 관심이 있는 요리사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칼손은 "전 세계에 더 많은 '한 사람을 위한 식당'을 열어 혼자 있는 경험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교감하게 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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