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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혐오로 번진 '이태원발 집단감염'.. 성소수자 김 씨의 이야기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항상 있었지만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맞물리면서 그들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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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

출처BBC

"이번 사태로 게이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된 것 같아요."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번지자 성소수자인 김지훈 씨(가명·27)가 한 말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 사태 속에 집단감염의 초발환자로 지목됐던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의 유명 '게이클럽'들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소수자들은 집중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 씨는 '용인 66번' 확진자가 지난 2일 다녀간 이태원 한 클럽의 직원이다. 당시 근무 중이었던 그는 방역당국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음성 판정을 받고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그는 BBC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항상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문제가 맞물리면서 "성소수자의 인권이 더 퇴보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됐다"고 전했다.

'이럴 줄 알았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확산하자 코로나19 방역과는 상관 없는 성소수자 관련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출처BBC

김 씨의 우려는 적중했다. 감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와 성적 지향은 무관하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용인 66번'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자 그를 "동성애 성향"이라고 표현하면서 그의 성 정체성에 대해 불필요한 추측을 했다. 확진자의 직장명과 과거 여행 이력까지 그대로 노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 첫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5월 7일부터 11일 오후 5까지 네이버 검색으로 확인한 '동성애', '게이클럽', '게이'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는 1174건에 달했다.

김 씨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건 분명 기사화될 것이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라는 두려움이 제일 컸다고 기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닌 걸 알면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은 채 클럽에 가거나 클럽을 운영을 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죠. 제가 생각해도 안일했어요. 하지만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본질이 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여러 성소수자 인권단체로 꾸려진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는 이같이 성소수자를 표적 삼고 커뮤니티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기사에 대해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고립시킨다"며 규탄했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확산하자 다른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수면방'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방역과는 상관 없는 선정적인 보도로 이어졌다. 그러자 "성소수자의 '문란함' 때문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김 씨는 이 같은 보도가 성소수자를 편견의 틀에 가둔다고 비난했다.

"'이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정말 많이 봤는데, 화가 났어요. 도대체 뭘 '이럴 줄 알았다'라고 하는 걸까요?"

여전한 성소수자 차별

지난 1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이태원 감염 확산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급증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한국은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권리가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나타낸 발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전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차별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설문자의 77.2%가 동의했다.

지난 1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접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7.7%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본인이 직접 혐오표현을 사용한 적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9.3%에 달했다.

인권 단체들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사태 때 성소수자들이 더 취약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 4월 17일 '코로나19와 LGBTI 사람들의 인권'이라는 보도문을 내면서 성소수자들이 경제적 또는 의료 접근성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을 향한 "낙인찍기, 차별, 그리고 혐오 발언과 공격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월 17일)을 하루 앞두고 낸 성명에서 "많은 성 소수자가 이미 존재 자체로, 그리고 누구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이유로 편견과 공격, 살인에 직면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이들에 대한 낙인이 심해지는 한편 이들은 진료를 받는데도 새로운 장애물을 경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처음으로 도입된 익명검사

아직 한국에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성소수자라는 의심을 받기만 해도 학교나 집에서 괴롭힘을 당할 수 있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코로나19 검진은 혐오와 차별의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두려운 일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긴급대책본부'를 신속히 꾸려 대응했다. 이들은 차별 대응에 나섰고 커뮤니티에 검사를 독려했다. 또 상담 창구를 통해 심리적 지원 활동도 펼쳤다.

정부도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검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정부의 발 빠른 조치 덕분에 지난 22일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검사자 수는 전국 기준 7만7000건이 넘었다.

김 씨는 개인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나, 이후 자가격리 관련 안내를 받았을 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편한 시선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나중에'를 말했던 정부인데, 익명검사를 도입한 것만 봐도 이번에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요구를 잘 받아준 것 같아요. 그런데 '방역의 필요성이 없었어도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태원 감염, 그 후

인권운동 활동가를 꿈꾸던 김 씨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자신만을 위한 1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이태원의 작은 클럽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클럽에서 일을 하다 보면 땀이 주르륵 나요. 그런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나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같은 노래에 맞춰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힘도 많이 받고 긍정적인 위로를 받거든요."

김 씨에게 이태원 클럽은 그의 소중한 일터이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는 "일할 때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꿈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이후 과연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돼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일러스트: 데이비스 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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