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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비 위해 '금주령' 내린 남아공... 5주째 효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얼마 전 주류 판매 및 운송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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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한 사람들을 체포한 경찰

출처Getty Images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얼마 전 주류 판매 및 운송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이었다.

원리는 간단했다.

술을 금지하면 취객 싸움, 가정 폭력, 음주 운전 등 응급 상황이 줄어, 응급실 의료 인력이 코로나19 환자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 당시 남아공 내 응급실에는 매주 3만4000여 건의 알코올 관련 사고가 접수되고 있었다.

또 경찰과 병원 그리고 전문가는 최소 40% 이상의 응급 상황이 '술'로 인해 빚어진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과연 금주령은 성공했을까?

BBC의 앤드류 하딩이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직접 갔다.

그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폭력과 정치적 분쟁이 심화하고, 사업은 망가졌으며, 파인애플 수요가 늘었다.

이상한 결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군인이 노숙자에게 빈 맥주병을 치우라고 지시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줄어든 응급실 환자

먼저 지난달 코로나19에 대응해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남아공 내 응급실 접수는 1만2000여 건으로 크게 줄었다.

남아공 의학 연구 협회 소속 찰스 페리 교수는 "엄청난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금주령을 해제할 시 5000여 건의 알코올 관련 응급 접수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을 정도다.

페리 교수는 또 주류 섭취가 많은 '헤비 드링커'가 호흡기 질환에 특히 취약한 점을 지적하며 금주령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주령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5주간 지속해 온 금주령은 연장되지 않는다면 오는 30일에 끝난다.

전통적으로 맥주는 특히 시골에서 많이 생산됐다

출처Getty Images

폭력과 정치 분쟁

약 5000여 개의 응급실 침대가 비면서 코로나19를 위한 응급 인력에 부담은 줄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엄격한 규칙에 반발하는 시민과 이를 강력히 대응하는 정부 사이 분쟁이 생긴 것이다.

최근 금주령을 고안한 베헤키 첼레 경찰 장관이 잠재적으로 불법의 소지가 있는 방법까지 동원해 법을 어기는 이들에 대응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있었다.

한 예로 경찰이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을 그의 집 마당에서 때려죽인 일이 있었다.

셀레 장관은 또 과격한 언행과 금주령에 관한 극단적인 열광으로 유명하다.

술을 파는 곳은 가차 없이 "파괴해버리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남아공 범죄 치안 전문가 가레스 뉴햄은 "고위 정부 공직자들이 폭력이나 힘을 이용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 장관이 불량배가 된 것과 같이 행동한다"고 더하기도 했다.

일부 남아공 주류 업계는 금주령이 '위헌'이라며 항소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조처인 것은 알겠지만, 업계를 휘청거리게 하는 이러한 극단적 제안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남아공에서 흑인으로서 처음 양조장을 짓고 운영한 주류 업계 거물 아피웨 눅사니-마웰라는 금주령이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금주령을 해제하지 말자는 주장은 합리적이긴 합니다. 술을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삼고 실업자가 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극단적 금주령 탓에 자신의 사업이 부도 위험에 처해있다며 주류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등 조금 더 심층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주장은 남아공의 야당 '민주동맹(DA)'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오고 있다.

DA 측은 '똑똑한 봉쇄'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금주령을 일부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야당 '경제 자유 전사들(Economic Freedom Fighters, EFF)' 측은 DA의 제안이 "살인"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라며 비난했다.

EFF 측은 현재의 금주령이 가난한 흑인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근거로 세웠다.

이번 금주령은 미국의 1920년 금주령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은 금주령을 시행했지만, 시카고의 마피아 알 카포네 등의 주도로 이뤄진 주류 불법 거래 탓에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폐지하게 됐다.

뉴햄은 금주령을 지속한다면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범죄 조직이 주류 사업에 손을 뻗고 음지화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명한 것은 금주령이 남아공의 뿌리 깊은 그리고 새로 대두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다는 것이다.

1991년까지 시행된 인종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흑인 근로자들은 돈 대신 술로 임금을 받기도 했다.

삶의 저류로 밀려난 흑인들은 당시 알코올 중독에 심각히 시달렸으며 이는 현세대 흑인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다.

눅사니-마웰라는 "남아공 사람들은 알코올과 좋은 관계가 아니며,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한편으로는 집에서 술을 제조해 먹는 홈브루잉 등이 유행일 정도로 주류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실제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집에서 만드는 파인애플 맥주 제조법 등에 대한 검색률 등이 크게 높아졌을 정도다.

문화일지, 사회악일지 모를 주류 금지령이 남아공 사회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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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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