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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의료품 확보 전쟁'... 코로나19로 국가 간 갈등 격화

유럽연합(EU) 국가들 간의 불화가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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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스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이다.

특히 가장 심각하게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지역은 의료장비가 절실하다.

스페인 지자체가 보건기금으로 터키에서 구매해 들여오기로 했던 인공호흡기가 발이 묶이는 일도 있었다. 터키 정부도 의료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 물품 선적을 보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스페인 언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 상황을 "도둑질"이라고 표현했다.

일주일 가까이 논의한 끝에 스페인 외교부는 가까스로 인공호흡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외교적 긴장을 부채질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중심적'이라고 주장하며 분담금을 동결하겠다고 하고 있다. 미중 대결이 세계 외교 긴장의 중심에 있다.

긴장 고조되고 있는 곳은?

스페인 병원의 중환자실

출처Getty Images

그러나 도화선은 다른 곳에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확진자 수치를 낮춰 발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이 모든 곳에 연루된 것은 아니었다.

런던정경대 국제학과 소피아 가스톤 연구원은 "이론상으론, 같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선 국가들이 협력하는 양상이 나타나야 했다"고 BBC에 말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각국이 협력보다는 경쟁하게 하면서 각자 관심을 내부로 돌리게 했다."

유럽연합(EU) 국가 간의 불화가 대표적 사례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 이탈리아 당국은 이탈리아 위기 상황 관련한 EU의 대처에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출처Getty Images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탈리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이탈리아는 인접 국가들에게 의료 장비와 도구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관련 물품 수출을 금지했다.

브뤼셀 주재 마우리지오 마사리 대사는 폴리티코 웹사이트에 "유럽의 결속에 있어선 이런 모습은 확실히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탈리아는 독일의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펜데믹에서 타격이 가장 심한 유럽연합 국가들을 지원하는 안을 두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중국의 '마스크 외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도 공식적으로 이 지원안에 반대했고 반면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룩셈부르크는 지지했다.

유럽연합 국가들 내에서 훨씬 더 큰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탈리아는 전문가들이 중국 "마스크 외교"의 시험대로 보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자국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하고 나서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의약품, 진단키트에 이어 영웅으로 여겨지는 중국 의료 태스크포스팀의 도움까지 받았다.

실제로 이탈리아 소셜미디어에는 해시태그 #grazieCina(중국 고맙습니다)가 유행했다.

런던 소재 외교 이슈 전문 컨설팅 회사 팍스 테쿰(Pax Tecum)의 게수 안토니오 배즈 이사는 "이는 트럼프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로 악화돼 온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이 남긴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부의 태도는 회유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의 갈등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한 의료품 회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독점권을 확보하려다 독일 당국을 격분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인도의 결정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출처Getty Images

더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인도의 결정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시험 중에 있다.

배즈 이사는 "미국은 이번 위기 상황에서 (외교 강대국으로) 활약하지 않았고, 중국이 이제 그 틈을 메울 기회가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외교'는 브라질이 보여줬듯 순탄한 과정이 아니다.

소피아 가스톤 연구원은 중국이 처음에 코로나19 사태에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국제적 분노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중국-브라질 소셜 미디어 논쟁

가스톤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의 감염률과 사망률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한 미국의 정보 보고서를 언급했다.

영국 당국도 중국 공식 발표 자료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은 이처럼 거대한 외교 홍보 활동에 착수한 것과 동시에 조사도 받고 있다. 발표 수치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엄청난 반발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출처Getty Images

브라질은 중국의 태도에 의구심을 보내는 또 다른 나라다.

중국과 브라질은 펜데믹이 시작된 후 여러 차례 옥신각신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외교관들과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측근들이 설전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브라질 아브랑 베인트라우비 교육부 장관이 남긴 글은 중국 당국을 분노케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코로나 사태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으며 세계 지배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라고 썼다. 또 브라질(Brazil)에 사용되는 철자 r을 l로 대체해서 적었다. 이는 브라질에서 중국 억양을 흉내 낼 때 쓰는 방식이다.

브라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런 발언은 터무니없고 비열하며 인종차별적인 어조가 강하다"고 반응했다.

중국은 브라질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다.

가령, 브라질 콩 80%에 이르는 양을 중국이 사들이고 있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외교부 장관의 발언 전부터 중국으로부터 인공호흡기와 의료품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기존 갈등도 깊어져

배즈 이사는 "이번 사례는 그 어느 때보다 외교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국가는 상황을 평가하고 적절하게 개입해서 두려움을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병은 그전부터 존재했던 외교 갈등 상황까지에도 기름을 붓고 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예다.

콜롬비아 당국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권을 합법한 정부로 여기고 있지 않다.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대거 유입된 이후로 두 나라는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마두로 대통령이 콜롬비아 이반 두케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진단 기기 두 대를 제공하겠다는 밝혔는데, 이게 도화선이 됐다.

앞서 콜롬비아의 유일한 진단 기계가 일시적으로 고장났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케 정부는 이 제안에 침묵으로 일괄했고 베네수엘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등 베네수엘라 정부 담당자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코로나 진단 기기 앞에 서 있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출처Handout

로드리게즈 부통령은 트위터에 "이반 두케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기증한 진단 기기 두 대를 거절했다… 두케 대통령이 콜롬비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무시했다는 걸 보여준 또 다른 쇼"라고 적었다.

그러자 두케 대통령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기기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검사와 시약 종류 등과 호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동에서는 카타르에 발이 묶인 이집트 국민을 두고 카타르와 이집트가 대립했다.

카타르는 걸프만 국가 중에서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카타르 당국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 당국이 이주 노동자들을 이송할 전세기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카타르 정권이 극단주의 세력을 지지한다며 2017년 카타르와 모든 외교관계를 단절한 아랍 국가 중 하나다.

카타르는 걸프만 국가 중에서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출처Getty Images

'협치 필요'

그러나 국가 간 긴장은 마스크나 봉쇄 조치 이상의 것들 때문에 발생한다.

3월 18일, 유럽연합 보고서는 러시아를 뒤에 두고 있는 미디어들이 서구에서 코로나19 관련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이를 두고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편, 펜데믹 상황 속에서 장래의 국제 외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씽크 탱크 기관인 ODI의 애날리자 프리존 연구원은 이번 위기가 더 큰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프리존은 "이번 위기는 선진국들이 항상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는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보내는 코로나19 관련 의료품

출처Getty Images

"중국이 발병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탈리아에 방법을 공유한 건 시기적절하고 가시적인 예다"

그러나 소피아 가스톤 연구원은 여전히 국가 간 협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특히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대두되는 시기에 서구 국가들이 놓친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치의 힘을 보여줄 시기여야 하는데, 많은 전략들이 국가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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