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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사상 첫 '0%대 금리'... 더 내릴 수도 있을까?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여러 가지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은행이 현재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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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에 한국은행이 11년 만에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제 한국의 기준금리는 0.75%로 처음으로 0%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16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며 "이로 인해 빚어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 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금리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현 상황을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혼란은 전혀 진정되지 않고 있다. 향후 추가 금리인하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이번 조치는 얼마나 특별한가?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여러 가지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은행이 현재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뜻한다.

본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매월 2, 4주차 목요일에 열리는데 이번 조치는 임시 회의 소집으로 결정됐다. 임시 회의가 소집된 것은 2001년 9/11 테러 발생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줄곧 0.25%p 단위로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발표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또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가 유튜브로 중계되고 있다

출처News1

기준금리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기준금리 조정은 대표적인 통화정책 중 하나로, 통화량을 조절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이 결정한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콜금리)에 반영되고 이후 시장을 거쳐 우리가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직접 경험하는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금리는 돈을 조달하는 '비용'을 뜻한다. 금리가 내리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게 된다. 이를 통해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통화량의 조절은 경기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경기가 과열되면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생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런 상황이 우려될 때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해 통화량을 줄인다.

근래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경기침체 우려를 겪어왔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해왔다.

금리인하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기준금리 조정은 정부의 주된 정책 수단이긴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선 금융시장보다 실물경제가 먼저 위축됐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미치는 영향이 더욱 제한적이다.

이진우 경제평론가는 1997년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갔던 데 반해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는 실물경제의 불안이 먼저 발생했고 그것이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줄었다고 해도 그 돈을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려도 그 효과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 못해 연쇄 부도가 나는 것을 막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이진우 평론가의 분석이다.

증시의 반응은 지금까지 어떠한가?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 증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세계 증시가 또 다시 폭락했다.

전날 1714.86으로 마감했던 한국 코스피 지수는 17일 개장 직후 1637.88까지 폭락했고, 결국 1700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1672.44로 장을 마쳤다.

1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에서 장이 열리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3% 넘게 하락한 채 출발하고 있다

출처News1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 16일 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발표에도 불구하고 13% 가까이 폭락해 1987년 '검은 월요일' 이후 최대 낙폭을 갱신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하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건 최근 수치로 확인된 중국의 코로나19 타격이 앞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1~2월 실물경제지표는 시장의 예측보다 크게 악화했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비 13.5% 감소하면서 1990년 초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상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가 중국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2월의 실물경제는 이보다 대폭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3월에도 이러한 부진이 계속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우려는 중국이 겪은 실물경제의 부진이 곧 미국과 유럽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각국 중앙정부의 전격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설명한다.

이상재 애널리스트는 "그나마 중국처럼 봉쇄정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면 문제가 해소되나, 그렇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리라는 우려도 팽배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조치는 경제주체에게 경기회복 기대를 형성시키지 못했다."

금리가 더 내려갈 수도 있을까?

한국이 처음으로 0%대 금리에 돌입하면서 향후 미국과 일본과 같은 '제로금리' 시대가 열릴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적으로 한국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기준금리 인하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책으로서의 금리인하 효과가 떨어지는 것 외에도 자본유출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했을 때,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경우 한국보다는 미국의 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다. 금리가 더 높으니 기본적인 기대수익도 높지만 달러화의 지위가 원화보다 더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일 주요 기축통화국에 비해 낮은 금리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 미국 등의 기축통화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더 위축된다. 이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원인 중 하나로 종종 지목된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기준금리의 하한을 흔히 '실효하한'이라고 한다. 세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나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0.75~1.00%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정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키움증권은 17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못하면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총재 또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실효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변화,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라면서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해서 모든 수단을 망라해서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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