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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편견에 맞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흑인 여성의 도전기

사라이 쿠말로는 세계 최고봉 등정이라는 꿈을 이뤘다. 그는 눈사태와 지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편견과 싸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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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뒤 아프리카 유니언 깃발을 든 사라이 쿠말로

출처Saray Khumalo

세계의 꼭대기에 선 기분은 어떤 것일까? 사라이 쿠말로는 "조용한 가운데 바람이 많이 분다. 수평선과 하늘, 그리고 무지개 사이로 산들의 바다가 펼쳐진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5월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아프리카 출신 흑인 여성이다.

최근 그는 BBC 라디오 '아웃룻'에 출연해 "밤이면 달과 별을 보며 걸어가는데, 나무에 달린 열매처럼 손을 뻗으면 그 중 하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잠비아 태생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적을 가진 사라이에게 세계 최고봉 등정은 쉽지 않은 꿈이었다.

총 네 번을 시도했고, 세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적지 않은 나이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비난과도 싸워야 했다.

야외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

사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야외 활동을 좋아했다

출처Saray Khumalo

사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야외 활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달라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좋아하는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다 나눈 대화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누군가 그에게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에 올라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올라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들과의 대화가 저를 설레게 했어요."

그 때 그 한 마디에 자극을 받은 사라이는 실천을 결심했다.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기

쿠말로는 산악인이 되기 위해서 많은 편견과 맞섰다

출처Saray Khumalo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남들이 내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꺼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제 버킷리스트가 됐어요."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순위 중 하나는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준비도 필요했다.

그는 "사실 70%는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준비와 육체적 준비는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요. 육체적인 준비를 하면 할 수록, 어떤 일을 할 때 정신적으로도 잘 준비가 되는 것이죠."

비난하는 이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

출처Saray Khumalo

사라이는 자신의 배경 때문에 다른 등산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은 아무도 해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마흔 살이던 2012년 킬리만자로 등정에 성공하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던 이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그리고 이 성과를 가장 큰 도전 과제인 에베레스트로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눈사태로 막힌 에베레스트 첫 도전

2014년 거대한 눈사태로 16명의 현지 가이드가 목숨을 잃었다

출처Getty Images

2014년 사라이는 에베레스트 첫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그가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재난이 엄습했다.

"6시쯤에 눈을 떴어요. 지난 밤에 들은 소리가 보통 때보다 더 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다시 잠에 빠졌던 것 같아요."

거대한 눈사태가 6000m 높이의 산을 덮쳤다.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너무 슬펐어요. 그들은 저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었어요. 주변에서 벌어진 일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온갖 감정이 몰려왔어요."

목숨을 잃은 이들은 모두 세계 각국의 등정가들을 돕는 네팔의 셰르파(등반을 도와주는 사람들)들이었다.

에베레스트 등반 과정에서 인명 사고는 예사롭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극의 규모가 너무 커서 그해 등반 시즌은 일찍 종료됐다. 사라이 역시 등정을 포기해야 했다.

지진을 만난 두 번째 시도

2015년 지진으로 22명의 등산가가 목숨을 잃었다

출처Getty Images

이듬 해 그는 돌아왔다.

첫 번째 시도에서 사고가 있었지만, 재도전을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또 한 번 자연이 개입했다.

2015년 4월 25일 네팔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다. 90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를 둘러싼 에베레스트, 로체, 눕체에서 거대한 눈사태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사라이는 캠프 1과 캠프 2 사이에 있는 6400m 높이의 서부 권곡(넓고 평평한 빙하 계곡 분지) 일대에 발이 묶였다.

그는 "우리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내게는 가장 무섭고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진으로 생겨난 구멍들이 등정을 위해 만들어진 밧줄과 사다리를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그의 일행은 침낭도 없이 이틀간 고립된 채로 캠프2로 갔다. 그곳에 남겨진 장비를 찾아냈다.

지진으로 인한 눈사태로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그 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산악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41년 만의 일이었다.

병원으로 공수된 세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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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etty Images

두 번의 치명적인 비극에 휘말렸지만, 사라이는 2년 후 다시 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상에 보다 가까이 갔다.

"남쪽 정상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제 셰르파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었죠. 그래서 '완등은 내일 시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죠."

에베레스트 정상을 100미터 남겨둔 상황에서 발길을 돌렸다.

캠프로 돌아오는 길, 사라이는 몸의 이상을 느꼈다. 등정을 눈앞에 두고, 그 꿈을 포기해야 했다.

"아랫쪽으로 내려갈수록 몸이 점점 더 나빠졌어요. 셰르파에게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죠."

사라이는 헬기로 병원까지 후송됐다.

마침내 정상에 서다

4번의 도전 끝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쿠말로

출처Saray Khumalo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2019년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2019년 5월 16일,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흑인 여성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정상에 서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여정을 떠올렸죠. 저를 힘들게 했던 그 어려움이 무의미하면서도 필요한 것 같았어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부는 구름 속에 서서 그녀는 기나긴 여정을 되뇌었다.

"어머니가 저희 여섯 자매에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났어요. 어머니가 틀렸던 거죠."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뒤 가장 먼저 그에게 용기를 준 이들이 떠올랐다

출처Saray Khumalo

정상에 선 그의 상념은 이내 과거에 대한 생각과 그녀에게 동기를 부여했던 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원정에 나서기 3주 전 세상을 떠난 친구 르와지 응게냐를 생각했어요. 그는 제 등반 파트너였고, 저와 같은 사람은 이런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해준 첫번째 사람이죠. 불행히도 그는 내가 그것을 이루는 순간 그 자리에 없었어요."

하산 전 그는 마지막으로 발아래를 둘러봤다.

"내가 남은 여생 내내 겸손하게 간직할 경험이죠.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어요."

자신의 유산을 새기다

사라이는 남아공과 잠비아 등 깃발 네 개를 가지고 다녔다

출처Saray Khumalo

사라이는 등정에 도전하며, 깃발 네 개를 가지고 다녔다. 자신의 유산을 새기기 위해서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난 고국 잠비아의 국기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년동안 살아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기다.

르완다 국기도 있다. 그녀의 조부모가 르완다에서 선교사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후손"으로서 아프리카 연합의 깃발도 가지고 갔다.

'삶을 즐기고, 두려워하지 말라'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게이가 처음 등정한 이래 5000명에 가까운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 중 550명만이 여성이다.

이제 사라이는 이른바 7대륙 최고봉 등정을 한 최초의 아프리카 흑인 여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는 연설을 하러 다닌다. 아이들 교육과 도서관을 위한 8만 달러 모금 운동에 자신의 인기를 활용하고 있다.

누구나 특별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며, 예상되는 위험에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사라이가 원하는 일이다.

"저는 삶을 즐기고 있어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어차피 죽음은 피할 수 없어요. 그래서 뭔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나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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