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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장애인들은 코로나19보다 자가격리가 더 무섭다

'확진 장애인 환자를 돌보는 활동가들도 두렵고, 무서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자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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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 칠곡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밀알사랑의집에서 보건당국이 확진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출처NEWS1

"혼자서는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요. 완전히 방치되는 거죠."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김상곤(가명)씨는 중증장애인의 자가격리 위험에 대해 BBC 코리아에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현재 대구에서 자가격리된 중증장애인 A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주변에 도와줄 인력이 없으면 이분들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거든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뒤바꾸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바이러스를 전파를 막기 위한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가 치명적인 상황이다. 정신장애인과 신체장애인, 치매 환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정보 격차와 소외 문제도 제기된다. 상당수 코로나19 관련 콘텐츠에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가짜 뉴스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장애인 '자가격리' 과연 가능할까?

김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이 돌보는 장애인 2명이 함께 사는 자립 주택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장애인시설에서 나온 뒤 3~4년간 함께 생활했다.

방문 당시 장애인 B씨의 체온이 너무 높아 김씨가 보건소에 연락했고, 이틀 후 B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해야 했고, 김씨는 A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다른 자립 주택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코로나라는 용어도 낯설어하시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셨어요. 처음에는 많이 부정적으로 반응하셨어요."

설득 끝에 A씨를 다른 자립 주택으로 옮겼고, 김씨가 그와 함께 '공동 격리'에 들어갔다. A씨는 어느 정도 신체활동이 가능한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지만 김씨 없이는 혼자 생활하지 못한다.

"혼자서 음식 조리를 못 하시고, 드시는 약이 다양하고 많은데 혼자서 약을 챙겨 드시지를 못해요. 며칠 동안 같은 옷을 계속 입으시기도 해서 위생 부분을 도와드려야 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을 느끼셔서 그런 부분도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한 '자가격리 수칙'. 중증장애인들은 혼자서 이 수칙을 지키기 쉽지 않다

출처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두 사람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2일까지는 자가격리를 지속해야 한다.

조민제 장애인공동체 사무국장은 장애인 자가격리자가 대구에만 약 15가구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대구시의 공식 집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족이 있으신 분은 괜찮은데 안 그러신 분은 혼자 생활 자체가 안돼서 저희 직원이 함께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같이 들어가면 14일간 같이 생활해야 하고요. 정부나 시청에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없어서 민간 차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첫 사망자 나온 곳은 폐쇄병동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도 A씨와 같은 사회적 약자였다. 그는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던 정신 장애인 환자였다. 이곳 입원 환자 102명 중 100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고, 이 중 총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청도 대남병원 환자. 대남병원은 현재 폐쇄됐다

출처NEWS1

이후 장애인, 노인 집단거주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잇따라 발생했다. 칠곡 중증장애인시설, 대구 성보재활원 등이 그 예다.

"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가장 취약계층인 장애인분들의 불편함을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홍유리 파견 간호사는 BBC 코리아에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는 대남병원 환자 40여명이 입원 중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대남병원의 건물을 통째로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했다. 그러나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 5일부터 환자들을 국립정신건강센터 등으로 이송했다.

"처음에 오셔서는 서로 안 떨어지려고 하시고 1인 격리실에서 엉엉 우시며 불안해하셨습니다. 대남병원에서 가족처럼 의지하고 지냈기 때문에 1인 격리실에 있으며 서로를 그리워하고 걱정하시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홍 간호사는 "볼이 쏙 파이거나 안색이 안 좋으셨는데 많이 좋아지셨다"면서 "이제 식사도 잘하시고 저희가 병실에 들어가면 밝게 웃으며 맞아 주시고 협조도 잘해주신다. 이곳 의료진들과 라포 형성이 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햇빛이 충분히 들어오고 시야가 넓은 창문이 있는 병실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4인실에 혼자 계신데 다른 침대에도 누워서 낮잠도 주무셨다가 맘에 드는 침대로 옮기시기도 하고. '여기에 10년 더 있고 싶어요'라고 적극적인 말씀도 해주셨어요. 개인 세면도구도 충분히 제공해 드렸는데 '내것'이라는 게 마음에 드셨는지 욕실에 비치해두지 않고 모두 서랍이나 봉지에 꼭꼭 담아 놓기도 하셨어요.

홍 간호사는 "이런 상황에 가장 피해를 받는 분들"이라며 "가장 취약한 계층의 제도적, 실질적 지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방의 정신 질환자, 장애인을 위한 전문 음압병상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은 정보 소외로 불안감 겪기도

수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 방송이나 한국어로 된 기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 전문가들은 정보 소외를 우려한다

출처NEWS1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어(수화언어)는 몸짓이나 손짓, 표정이나 입술의 움직임을 종합해 표현하는 의사 전달 방법이다. 마스크 쓰기가 생활화된 지금 청각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들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

입술 모양을 읽는 구어법을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스크보다도 코로나19 콘텐츠에 수어 통역이 없는 경우가 많아 청각장애인들의 정보 소외 문제가 일고 있다. 상당수는 가짜 뉴스나 과장된 정보를 접하고 불안해한다.

중앙정부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4일부터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이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퍼진 2003년에 수어 통역이 없었다는 점을 보면 진전일 수 있지만, 모든 코로나19 관련 콘텐츠에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김리후 청각장애인 배우는 BBC 코리아에 작년 강원도 대형 산불 때도 수어 통역 배치가 안 됐다가 나중에 배치됐었다고 지적했다.

"자막방송이라도 의지하면 되지 않나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신데 한국수어와 한국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언어입니다. 문법 규칙부터가 다르고 같은 단어라 해도 서로 다른 뉘앙스가 담겨 있어 일상에서 오해의 소지가 종종 있어요."

한국수어를 모국어로 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방송이나 한국어로 된 기사보다 수어 통역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부 수어 통역센터나 관련 기관들이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출장 통역을 당분간 중지하면서 정보 접근권이 더 차단됐어요. 여러 지라시와 루머, 과장한 정보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뭐가 맞고 틀린 지는 판단할 여유가 있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어요."

마스크 대란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 영주권자

마스크 품절 대란 가운데 차별 사례도 있다

출처NEWS1

정부나 기업이 마스크를 지급하면서 비정규직이나 영주권자가 차별을 받은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서로 다른 마스크를 지급해 논란이 됐다.

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원청(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방진마스크'를 지급한 반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부직포 마스크 외에 '방한대(면마스크)'를 지급했다.

트위터 이용자 "JI*******"은 "사람들은 이제 다 안다. 어느 게 정규직의 것이고 어느 게 비정규직의 것인지를. 차별은 어느새 이렇게 자연스러워졌다"고 썼다.

금속노조는 이에 성명을 내고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를 공정과 도구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현대자동차가 말하는 철저한 감염예방 대책이라는 것에 진정성과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국적은 대만이지만 평생 한국에서만 살아온 영주권자고, 주민세도 낸다"라며 "외국인이라고 마스크를 못 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해당 매체에 말했다.

뉴스를 접한 재외동포 비자(F-4)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김미숙(가명)씨는 "말도 안 된다. 외국인은 코로나바이러스 걸려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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