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메뉴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BBC News | 코리아

호주에선 '화장지 사재기'가 한창이다

지난 며칠간 사재기가 심해지면서 공공화장실에 화장지 도둑이 출몰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36,062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한가?

출처Getty Images

화장실에 갇힌 채 두루마리 휴지 마지막 한 칸이 절실한 상황.

현재 호주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려워하는 최악이자 최후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코로나19가 호주로 번지면서 호주에서는 '화장지 사재기'가 한창이다.

정부는 화장지가 부족할 일은 없을 거라 강조하지만 슈퍼마켓에서는 여전히 화장지를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의 슈퍼마켓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열대는 화장지를 채우기가 무섭게 빈다. 한 사람당 최대 네 팩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한 슈퍼마켓이 등장했을 정도다.

4일에는 화장지를 두고 싸우던 손님들이 급기야 칼을 꺼내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서는 '#화장지게이트'(#toiletpapergate)와 '#화장지대란'(#toiletpapercrisis)이 인기검색어로 떴다. 온라인을 통한 화장지 판매도 급증했다. 라디오 청취자들은 화장지 묶음을 선물로 주는 프로그램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지난 며칠간 사재기가 심해지면서 공공화장실에 화장지 도둑이 출몰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조장되는 공포

화장지 파동은 호주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싱가포르나 일본, 홍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달 홍콩에서는 '공포의 사재기'로 화장지 재고가 줄자 이를 훔치려는 무장 강도까지 나타났다. 현재 미국에서도 화장지를 사려는 소비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난 주말이 시작이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퍼스에 사는 78세 남성이 첫 사망하면서다. 4일에는 시드니에 사는 95세 사망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초창기에 호주는 중국에서 오는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해 안정적인 상황을 보였다.

하지만 조금씩 감염자수가 늘면서 현재 호주는 확진자 50명,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위생에 신경 쓰고 손을 자주 씻으라고 권고했다. 필요 시 2주치의 식량과 물, 생필품을 챙겨 두라고도 했다.

이후 희한하게도 저장용 식품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여타 물건에 비해 화장지 수요가 크게 늘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쇼핑 카트에 화장지를 잔뜩 쌓아둔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 당국은 시민들에게 공포의 사재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호주 연방정부 브랜든 머피 최고 의료 책임자는 "슈퍼마켓의 화장지를 싹쓸이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의회에 말했다.

슈퍼마켓 체인인 콜스와 울워스는 화장지 재고가 많다고 밝혔다. 반면 호주 내 클리넥스 화장지 공장은 수요량을 맞추고자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위기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 내 전파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편이다.

그런데도 화장지 사재기는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두려움

어떤 이들은 이번 화장지 파동이 호주에서 겪은 위기 중 "가장 바보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 의약품과 비교하면서 화장지는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도 안되는 물건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심리학자들도 지금 상황은 "분명히 비이성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소셜미디어와 뉴스에 자극을 받은 군중심리의 한 예일 뿐이라고 했다.

텅 빈 선반 사진은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피스대 데브라 그레이스 교수는 "화장지 50롤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기 때문에 (다 팔리고 나면) 선반이 텅 빈 것을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콩 통조림 50캔이 사라지는 것보다 훨씬 눈에 잘 띈다"고 말했다.

시드니 슈퍼마켓에 텅 빈 진열대

출처Getty Images

뉴사우스웨일즈대 니티카 가그 부교수는 포모(FOMO) 증후군에 대한 두려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포모증후군은 '고립증후군'의 다른 말이다.

"이웃 등 다른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산다면 나도 그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가그 교수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벌어진 현상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화장지 사재기는 이유가 비교적 합당한 편이었다고 했다. "화장지로 티슈나 냅킨을 대체할 수 있고, 심지어 마스크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화장지를 의료 자원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호주에서 지금처럼 수요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 벌어지는 사재기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그는 호주의 화장지 파동은 전례없는 사건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산불이나 사이클론 등 자연재해로 생필품 비축이 있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특정 지역에 제한됐다.

가그 교수는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질지, 상황이 더 나빠질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사재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려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준비하는 거예요."

또 다른 소비자 전문가인 시드니대 로한 밀러 박사는 편의성이 최우선인 현대 도시 사회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부족에 익숙하지 않아요. 원할 때 원하는 것을 고르면서 살 수 있게 됐죠. 화장지를 사려고 혈안이 돼 있는 건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군중심리에 불과해요."

밀러 박사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때 편안한 일상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화장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음식이나 물에 비하면 생존에 꼭 필요한 물품은 아니죠. 화장지는 최소한의 표준으로서 집착하는 어떤 것일 뿐이에요."

작성자 정보

BBC News | 코리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