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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프레이더-윌리 증후군: '죽을 때까지' 먹는 아이들

헥토르는 "아들이 개밥과 쓰레기까지 먹는다"며 "치약 한 통을 전부 입에 짜 넣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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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와 아들 크리스티앙

출처BBC

쿠바에 사는 헥토르 페르난데즈의 집 냉장고는 굳게 잠겨 있다.

특별 제작된 주방 출입문에도 자물쇠가 달려 있다. 선반과 약 서랍도 마찬가지다. '먹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담겨 있으면 감시 대상이다.

헥토르는 매일 밤 자물쇠 열쇠를 베개 밑에 숨겨두고 잔다. 도둑을 걱정하는 것도, 편집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헥토르의 아들은 현재로선 치료가 불가능한 유전 질환 '프레이더-윌리(Prader-Willi)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 증후군은 1956년 발견자 두 명의 이름이 붙은 질병으로, 환자들은 끊임없이 허기를 호소한다.

늘 배고픈 사람들

헥토르는 올해 18세가 된 아들 크리스티앙을 늘 지켜본다고 했다. 그가 잠시 시선을 거둔 틈을 타 아들이 말 그대로 '먹다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헥토르는 "아들이 개밥과 쓰레기까지 먹는다"며 "치약 한 통을 전부 입에 짜 넣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겐 이 모든 게 다 음식"이라고 설명하다 잠시 말을 멈췄다. 크리스티앙이 "배가 고프다"며 대화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헥토르는 크리스티앙에게 파인애플 한 조각을 줬다. 아침 당분 섭취량을 지키기 위해 미리 잘라둔 것이었다.

프레이더-윌리 증후군은 15번 염색체가 없거나 증식해 발생한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비만이나 당뇨를 앓게 돼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정신 발달 문제나 행동 장애까지 겪는다.

자해 막으려 몸 묶기도

크리스티앙은 올바른 훈육을 받았지만 원하는 음식을 손에 쥐지 못했을 경우 종종 폭력적 분노를 표출한다.

헥토르는 크리스티앙의 그 같은 상태가 "모든 걸 휩쓸어버리는 5등급 허리케인 같다"고 했다.

자해를 하거나 간병인을 다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을 의자에 묶은 적도 있었다.

헥토르는 "내가 죽은 뒤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울었다. 이는 프레이더-윌리 증후군 환자 부모들의 공통된 우려이기도 하다.

쿠바에선 이 증후군 치료가 유독 어렵다.

헥토르는 아들의 혈당 수치와 체중 유지를 위해 자연식 식이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쿠바에선 적합한 식료품과 의약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쿠바는 자국의 건강보건 체계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정작 프레이더-윌리 증후군에 박식한 의사도 거의 없다.

헥토르는 "희귀병인만큼 이 증후군 환자를 만나 본 의사를 찾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영양학자과 영양사부터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까지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두루 찾아간다.

이런 가운데 상황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쿠바에선 제 10회 프레이더-윌리 증후군 컨퍼런스가 열렸다. 연구자와 치료사, 환자와 그 가족들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경험을 공유했다.

국제 프레이더-윌리 협회장을 맡고 있는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토니 홀란드 명예교수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그는 "환경이 더 나은 나라에서 온 이들을 포함해 가족들과 과학자들, 간병인들이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홀란드 교수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쿠바에선 분명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쿠바는 유전적 진단이 가능한 보건 체계를 갖췄을 뿐 아니라 의사들이 이 증후군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환자 가족들로 구성된 커뮤니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처음 회의가 열렸을 때 참석자는 6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0명 넘게 모였다.

헥토르는 접시에 생야채와 통곡물 케이크를 담아 아들에게 건넸다. 쿠바에서 쌀 케이크는 구경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그러나 이제 헥토르는 공산 정권의 나라에서 이 증후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법 빠삭하다.

주변 이웃들에게 프레이더-윌리 증후군에 대해 가르치는 일까지 시작했다.

그는 이웃들에게 크리스티앙이 단지 뚱뚱하고 정신 발달이 늦은 게 아니라,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매일같이 설명한다.

헥토르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보상으로 사탕 같은 걸 주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이들은 이런 행동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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