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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중국의 '외세 간섭론'에 도전장 내민 홍콩 시위대

홍콩 시위가 반 년째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사악한 외세가 시위를 조장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목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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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홍콩 시위 현장

출처Getty Images

몇 달 전 한 중국 관료가 "외세가 홍콩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게 하려면 조직과 거액의 돈, 정치적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읊조렸다.

뜨거웠던 여름 시작된 시위는 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행진은 계속되고 있고, 한층 무장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점점 더 폭력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경찰 장부에 기록된 수치들을 보면, 세계 경제 중심지이자 사회적 안정의 보루 역할을 하던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6000명 넘게 체포됐고, 최루가스는 1만6000번 발사됐으며 고무탄은 1만 번 날아갔다.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분열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판단 속에서 중국은 '이같은 혼란 뒤에 사악한 외세 간섭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

지난 1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주요 위험 방지'를 안건으로 내걸고 공산당 간부회의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검은 백조들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검은 백조'는 국가 체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예측불가능한 사건들을 일컫는다.

시 주석은 "회색 코뿔소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내놨다. 대처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인지된 위험들'을 뜻하는 말이다.

홍콩의 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 10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건국 70주년 행사에서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당시 중국 국영언론은 집값 거품과 식품안전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홍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공산당 정권에 가장 큰 도전이 될 씨앗들은 이미 뿌려지고 있다.

간부회의 몇 주 뒤, 중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홍콩 정부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법안을 내놨다.

반대의 목소리는 즉각 터져나왔다. 홍콩 사람들은 중국 사법체계의 홍콩 내정 간섭 가능성을 우려했다.

홍콩 정부는 "정치범을 대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의 궁극적 위반이라고 맞섰다.

우려를 표한 건 인권단체나 법조 전문가들만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업계와 다국적 기업들, 외국 정부들도 "타국 국적자 역시 해당 법안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윽고 '외세 간섭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홍콩 시위 현장

출처Getty Images

지난 6월 9일 압도적으로 평화로운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주최측 추산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앞서 언급한 중국 고위 관료처럼, 중국 측 인사들의 주장은 공산당 산하 언론이 본격적으로 꺼내든 서사의 반복이었다.

시위 이튿날 차이나데일리 영문판 사설은 '(외세) 간섭의 공포'를 언급했다.

해당 사설은 "불행히도 일부 홍콩 거주자들은 반대파들과 외국 동맹 세력의 꼬임에 넘어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hort presentational grey line

출처BBC

시위 참가자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불만이 무시당하는 당시 상황은 이후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 준다.

중국의 지지를 받으며 일반 홍콩 시민들과는 단절돼 있던 홍콩 정치 엘리트들은 여론 분석의 실패를 역설했다.

시위 사흘 뒤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천 명이 문제의 법안이 논의되던 입법회 건물을 둘러쌌다.

시위대가 모인 회의장 바깥 공간은 5년 전 대형을 이룬 트럭들이 기계삽으로 버려진 텐트들을 퍼올리던 바로 그 장소였다.

지지대가 부러지는 소리, 대나무 바리케이트가 부서지는 소리……. 2014년 민주주의 시위의 힘이 빠지던 순간들이었다.

5년이 지난 현재, 법안 하나가 민주주의 시위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난 6월 12일 시위대는 벽돌과 병을 던지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시위대에 맞섰다. 홍콩은 지난 수십 년새 가장 심각한 폭력 사태를 목도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6000명 넘게 체포됐고, 최루가스는 1만6000번 발사됐으며 고무탄은 1만 번 날아갔다

출처Getty Images

민주적 개혁을 요구했던 2014년의 우산 운동(Umbrella Movement)이 복수하듯 돌아왔다는 데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법안 보류에 이어 철폐까지, 홍콩 정부의 일부 양보가 있었지만 경찰과 시위대의 폭력 사태를 막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Short presentational grey line

출처BBC

상당수 홍콩 시민은 복면 시위대가 바리케이트를 치고 공공기물을 훼손하는 상황을 개탄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정확히 이 점을 겨냥했다.

홍콩 시민 가운데 일부는 중국 통치를 열렬히 지지한다. 또다른 일부는 "폭력은 중국 정부가 홍콩 문제에 더 깊이 개입하게끔 할 뿐"이라며 단순히 실용적인 자세를 지향한다.

양국 정부는 지난달 선거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지난 11월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선 범민주 진영이 60% 가까운 득표율을 올리며 압승했다.

지난 11월 구의원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홍콩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친중파의 승리를 점쳤던 중국 본토는 침묵했다. 이윽고 선거 결과 대신 투표 상황만 언급한 보도가 나왔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폭도들이 외세와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반중 세력의 배후에 있는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외세 간섭'의 증거로 중국은 민주주의 지지 의견을 표명하거나 중국 통치 아래 민주주의가 퇴보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외국 정치인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른바 '홍콩 인권법' 통과도 비난했다. 해당 법은 홍콩의 무역 및 관세 특별지위를 유지시키려면 정치적 자유도를 매년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을 'Chinazi'라고 부른다

출처Getty Images

신화통신은 이 법이 "홍콩 문제에 심각하게 개입하는 악독한 정치적 조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홍콩 시위에 외세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중국(China)과 나치(Nazi)의 합성어인 'Chinazi' 용어를 내세워 시위 중인 젊은 급진주의자들은 미국의 움직임만치 중국의 주장들에도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독립된 사법당국과 자유로운 언론 등 '한 나라, 두 체체' 공식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기관들 역시 중국 공산당에 의해 위험한 외부 세력 취급을 받고 있다.

한때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중국 본토에 정치적 자유를 가져다 주길 희망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이들은 그 반대 상황을 우려한다.

이같은 우려의 배경엔 신장 위구르 지역의 거대한 수용소, 시민사회에 대한 단속, 그리고 정치 범죄 명목의 홍콩 시민 납치 등의 문제가 있다.

시민들은 이제 홍콩이 '홍콩을 특별하게 만들어 줬던 것들'에 적대적인 정치인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두 체제' 구도에서 홍콩 측에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호소하는 행위를 외세 개입과 동일시하며 극단적으로 배척한다.

Short presentational grey line

출처BBC

여러 우려와 불안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콩에서 훈련 중인 중국 군대

출처Getty Images

그러나 중국이 정치적 해법을 제안할 가능성도 희미하다. 중국이 지향하는 건 자유와 민주주의가 아니라 안정과 통제다.

중국은 자국의 이념과 대척점에 서 있는 홍콩 땅과 역사적 운명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대만 내 긴장도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자치 정부가 들어선 대만을 '본토에서 도망친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의 '한 나라, 두 체제' 경험이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체계가 자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 중국어로 '어림도 없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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