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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어느 환경미화원 아들이 바라본 '환경미화원 폄하 발언 논란'

최근 한 부산시의원이 환경미화원에 대한 폄하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되며 큰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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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 '환경미화원'이라서가 아니라 오롯이 아버지의 '능력' 때문이다 (제충만 작가)

최근 한 부산시의원이 환경미화원에 대한 폄하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되며 큰 논란이 됐다.

논란의 시작 : "환경미화원은 로또 자리"

지난달 이동호 부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예산을 심사하는 회의에서 환경미화원의 업무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이들이 시의원 급여보다도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을 문제 삼았다.

"다 알음알음으로 들어온 직군입니다.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 그런 업종입니다."

"로또 인사고요. 로또 자리입니다. 저것은 신의 직장입니다. 환경미화원이 저런 대우를 받는다면 더 이상 사회적인 약자가 아닙니다."

해당 발언이 공개된 이후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 시의원은 "의욕이 과해 정제되지 못한 발언을 했다"며 일주일 만에 사과했고, 당 차원의 징계 절차를 밟게 됐다.

BBC 코리아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평생을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온 아버지를 둔 한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동권리옹호활동가로 일하며 <놀이터를 지켜라>는 책을 쓰기도 한 제충만 작가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부산시의회 회의록은 물론,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하나까지도 꼼꼼히 읽어봤다고 했다.

폄하 발언에 함께 분노하고 노고에 감사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쩐지 환경미화원을 지나치게 숭고한 투로 치켜세우는 일부 반응에 마음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환경미화원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싫지만 마치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표본으로, 지나치게 비장한 투로 말하는 것 또한 하나의 '구분 짓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특별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보통'의 우리처럼 주어진 일을 해온 사람이었다.

그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 환경미화원이었음에도 잘 살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미화원으로서 아버지의 능력 때문이었다.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과 감정을 잘 담아내기 위해 해당 기사는 1인칭 형식으로 작성했다.

Short presentational grey line

출처BBC

"제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입니다"

얼마 전 부산시의회 한 의원이 '환경미화원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관련 기사가 포털 메인에 뜬 날 아침, 나는 서울로 나가는 버스에 있었다. 사람으로 꽉 들어차 숨쉬기조차 답답한 버스는 길이 막혀 좀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기사를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왈칵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 나이 무렵부터 미화원 일을 시작해 지금은 정년퇴직을 했지만 여전히 빌딩 어딘가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기사에 나온 의원의 발언 하나하나가 가슴을 팠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라는 말이 마음을 지그시 눌렀다. 환경미화원은 사회적 약자인 줄 알았는데 그에 비해 월급이 너무 많다고 의원은 말했다. 아버지는 사회적 약자였을까?

"아버지 직업란에 뭐라고 적어야 해요?"

아버지는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났다. 동이 트기도 전 오토바이를 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을 나가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난 기억한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늘 염려하며 살았던 아버지, 아들이 그렇게 울고불고 해도 자전거 하나, 레고 하나 사주지 못했던 우리 집은 사회적 약자가 맞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내가 눈물이 났던 것은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아버지의 가난하고 고달픈 삶 때문이 아니었다. 그 단어 속에 숨어 있는 어떤 시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릴 때 가정환경조사 같은 문서에 아버지 직업란은 항상 공무원으로 적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더 정확하게 적지 못했다. 난 아버지에게 매번 물어봤다.

아버지 직업을 좀 더 정확하게 적지 못했던 시절, 환경미화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그림자처럼 서려있었다 (제충만 작가)

"뭐라고 적어야 해요?"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공무원으로 적으라고 했다. 혹여 아들이 학교에서 놀림이라도 당할까 봐 그랬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적이고 천대하는 시선이 내게도 그림자처럼 서려 있던 어린 시절이었다.

그날 저녁 난 욕을 한 사발 해주려고 부산시의회 회의록을 찾아보았다. 언론 기사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결국 이 의원이 하고 싶었던 말은 왜 부산시가 노동조합과 과도한 협약을 맺어 환경미화원에게 특별대우를 해주느냐는 것이었다. 사안의 맞고 틀림을 떠나 시의원이라면 할 수 있는 문제 제기다. 다만 앞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여기까지는 가난한 환경미화원 아들의 서글픈 분노 이야기지만, 사실 내가 더 마음이 쓰였던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환경미화원을 특별한 '저들'이 아닌 보통의 '우리'로 볼 순 없을까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봤다. 많은 댓글에서 환경미화원의 수고를 인정하고 노고에 감사했다. 하지만 일부는 환경미화원을 너무 숭고하고 비장한 투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표본으로, 근면 성실과 땀의 아이콘으로 대하는 느낌이었다. 난 괜스레 불편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더러운 일을 사명감을 가지고 새벽부터 땀 흘리며 고생하는 환경미화원이라는 말이 왜 난 불편했을까? 과거처럼 차별하고 천대하는 시선은 분명 아니었지만 환경미화원을 보통의 '우리'가 아닌 특별한 일을 하는 '저들'로 구별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예전에 스텔라 영(Stella Young)이라는 한 여성의 '나는 당신의 동기부여(inspiration)가 아닙니다'라는 TED 강연을 보았다. 15살 때 한 지역 주민이 자신을 지역 공로상(community achievement award) 수상자로 추천하려 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자신은 평범하게 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을 받는 것이 오히려 차별로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 존재이거나 감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을 '불가능은 없다'라는 도전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동기부여 대상으로 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임을 유머를 담아 강조했다.

"'환경미화원'이라서가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았으면"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이기 전에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남들 잘 때 일하고 좀 위험했으며 육체적으로 고달플 뿐이었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과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환경미화원뿐일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나 중소기업 회사원 B씨,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C씨 모두 각자 자리에서 나름의 이유로 일을 하고 있다.

제충만 작가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 '환경미화원'이라서가 아니라 오롯이 아버지의 '능력'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상을 드린다면 그건 '환경미화원'이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능력' 때문이다. 아버지는 청소 일을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아주 능숙하게 잘 해내는 분이었다. 시장 표창을 받았고, 구청장 상도 곧잘 받았다.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연세가 많음에도 지금까지 계속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온전히 아버지의 '능력' 때문이다.

환경미화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직업이 많다. 혹시라도 우리는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혹은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해 이들의 날랜 손과 일을 대하는 전문적인 태도, 인생의 세세한 결을 살펴볼 기회를 뭉뚱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하는 싫지만, 괜히 추켜세우는 것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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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BC

이 기사는 BBC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저자가 1인칭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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