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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즌티즘: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직장인

'직장 상사가 부정적으로 평가할까 두려워서 노동자들이 몸이 아파도 병가를 내지 못한다.'
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9.03.16. | 9,118  view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1993년 한 해 노동자들은 평균 7.2일의 병가를 냈다. 그런데 이 수치는 2017년에 이르자, 거의 절반 수준이 4.1일이 됐다.

의학이 발전해서, 노동자들이 더 건강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터 문화가 달라진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직장 상사가 부정적으로 평가할까 두려워서 노동자들이 몸이 아파도 병가를 내지 못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12월에서 2월 사이에는 북반구에서 독감이 유행한다. 공기가 차갑고 건조해서 독감 바이러스가 잘 퍼지기 때문이다. 보통 독감은 감염 직후 이틀 사이에 전염성이 가장 크다. 의사들이 '환자뿐 아니라, 동료들 건강을 위해서 이 시기에는 집에서 휴식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하지만 2015년 영국의 보험회사 AXA PPP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40% 정도가 "몸이 아파서 직장에 전화했을 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아파서 결근한다"고 하면 상사가 어떻게 판단할지 걱정했던 것이다.

독감이 유행하는 때, 독감에 걸린 사람은 전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집에 있어야 한다

source : Getty Images

'몸이 아프다'에 씌워진 오명

AXA PPP의 조사 결과, 시니어급 관리자 중에 "독감은 결근 사유가 된다"고 답한 이들은 42%였다. 허리 통증이나 대기수술(응급하지 않은 수술)이 충분한 결근 사유라고 응답한 비율은 40% 미만이었다.

정신 건강 문제로 결근해야 할 때는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결근 사유가 육체적 건강 문제일 때는 77%가 솔직하게 말한다고 답했지만, 정신 건강 문제에는 39%만이 솔직하게 말한다고 했다.

왜 어떤 직장 상사들은 '몸이 아픈 것은 충분한 결근 사유'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기술이 발전하고, 어디서든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며 글로벌 비즈니스도 달라졌다.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생산성에 기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노동자들이 컴퓨터나 와이파이를 이용해,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도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기자, 부하 직원을 감독하는 관리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불신이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회사 스틸스 코퍼레이션의 인사 부문 부사장인 조지 보에는 "일부 나이 든 세대는 사람들이 집에서도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신 풍조뿐이 아니다. '생산성 극대화'를 지속해서 요구하는 오늘날의 흐름도 관리자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단지 관리자들의 태도 때문에만, 직장인들이 아파도 이 악물고 출근하는 건 아니다. '긱(gig) 이코노미'라는 오늘날의 경제 상황은 과거 풀타임 정규직이던 일자리의 상당수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바꿔 놓았다.

피트 로버트손 에딘버러 내피어 대학 부교수는 2017년 논문에 이렇게 썼다.

"오늘날의 일은 임시직, 임기 제한, 계절한정, 프로젝트 기반, 파트타임, 0시간 근로계약, 임시직, 프리랜서, 주변적인 일, 부수적인 일, 외부적인 일, 비표준적인 일… 등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노동 통계청도 지난 2년간 구인과 직장 이동이 함께 늘었다고 발표했다. 직장을 계속 옮겨다녀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몸이 아파도 출근은 하고 보는 관행을 '프레즌티즘(Presenteeism)'이라 부른다.

한 여성이 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source : Getty Images

프레즌티즘의 문제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프레즌티즘은 3배 이상 늘었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프레즌티즘 사례를 목격했다는 응답은 2010년 26%였지만, 2018년 조사에선 86%에 달했다.

글렌 파킨스 AXA PPP 본부장은 2015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몸이 아픈 노동자들이 회사에 전화하는 것을 꺼리는 원인은 직원들의 질병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는 노력하지 않는 관리자들에게 있다."

"고용주의 신뢰가 있어야 직원들이 필요할 때 병가를 내고, 가능한 경우에는 집에서도 일할 수 있다."

프레즌티즘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회사에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염성 질병을 가진 직원이 회사에 나왔을 때 생길 수 있는 연쇄 반응이 한 예다. 또 초기 '골든 타임'을 놓쳐서 나중에 회복을 위해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들기도 한다.

2013년 피츠버그 대학의 한 연구팀이 펜실베니아 엘러게니 카운티의 노동자 50만 명을 대상으로 전염병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계산했더니, 독감에 걸린 사람이 하루 출근하면 직장 내 독감 감염자가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독감 환자가 하루 직장을 쉬면 전체 환자 수는 25% 정도 줄었고, 이틀을 쉬면 거의 40% 정도 줄어들었다.

분명 프레즌티즘을 타파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공식적인 정책이 회사 내에 없다면, 노동자들이 관리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물론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다.

정직하게 하라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에게 일찍 말하면 말할수록 더 좋다고 말한다. 질병이 생긴 초기부터 상사와 소통을 하면, 서로 존중하는 동시에 결근 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직하게 말하면, 오해도 없고 쓸데없는 원한도 피할 수 있다.

인사 전문가 마크 마르센은 "관리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노동자들이 본래 출근을 기피하기 때문에 더 많은 규칙이 필요하다고 믿는 부류다. 이런 관리자는 직원들이 질병을 이유로 결근을 내세우면,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하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믿으려고 노력하는 부류다. 직원들이 휴가를 쓸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관리자의 역할이다. 이때 먼저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동자와 상사가 함께 노력해야만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자신의 책임을 생각하면서, 상대의 건강이나 상태를 먼저 살피고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해야 한다.

조지 보에(스틸스 코퍼레이션의 인사 부문 부사장)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훌륭한 상사"라고 말했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더 큰 유대감을 만드는 데는 진심을 담아서 서로 돌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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