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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밥 먹는 소리에 누군간 고통을 느낀다'

마고 노엘은 청각과민증을 갖고 있다. '소리에 대한 혐오'를 의미하는 청각과민증을 가진 사람들은 일상의 소음에도 큰 고통을 느낄 수 있다.
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12.01. | 31,480  view

Margot Noel

source : BBC

마고 노엘은 청각과민증을 갖고 있다. 이 증상의 영어 명칭인 'misophonia'는 '소리에 대한 혐오'를 의미한다.

그의 청각과민증은 너무 심해서 마고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귀마개나 헤드폰을 써야 한다.

누군가 사과를 한 입 깨물어 먹는다.

그의 치아가 사과의 과육을 부수면서 나오는 콰직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올해 28세의 마고 노엘에게 이 소리는 견딜 수 없을 정도.

"그 자리를 뜨거나 귀를 막아야 해요. 그냥 듣고 있을 수가 없어요." 그는 말한다.

"그 소리를 들으면 고통스러워요. 정말 불안해집니다. 제 몸은 위험이 있다고 느껴요. 그곳을 벗어나거나 스스로를 보호해야 해요."

마고는 자신이 앓고 있는 청각과민증이 일상의 소리가 분노나 패닉, 공포 또는 고통과 같은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게 만드는 뇌의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연결하는 뇌 부위인 전방섬상세포군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으며 다른 뇌 부위와 다른 방식으로 연결돼 있다.

증상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소리가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은 음식과 관련된 소리들이다. 음식을 씹거나 후루룩 또는 홀짝이며 마시는 소리 같은 것이다.

Margot Noel

source : BBC

마고의 증상을 촉발시키는 소리는 과자의 바삭거리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 펜의 똑딱거리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등이 있다. 그중 최악은 주먹을 두두둑 소리를 내며 꺾는 것이다.

"이 소리에 대해 저는 정말 격하게 반응해요. 저에겐 정말 최악이거든요." 그는 말한다.

"그 소릴 들으면 전 의자에서 뛰어올라서 그 소리를 멈추기 위해 뭔가 해야 해요. 다른 소리들은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냥 내가 싫어하는 소리 같은 게 아니에요. 그것보다 더 심하죠. 완전히 달라요. 극도의 초조함처럼 뭔가 뱃속에서부터 느껴지는 거에요. 아니면 갑자기 무언가에 압도된 느낌을 받아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게 돼요."

"누군가가 총을 꺼내서 절 향해 겨누고 있으면 딱 바로 그 느낌일 겁니다."

영국이명증협회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청각과민증을 촉발시키는 소리들은 대체로 "인간이 만들어 내는, 자발적인 통제가 가능한 소음"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코를 훌쩍이는 것 같은 것이다.

하지만 마고 자신이 코를 훌쩍일 때는 다르다.

"제가 원한다면 그만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할 때처럼 위협적이진 않아요. 그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소리가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잖아요." 그는 말한다.

마고의 어릴적 모습

source : Margot Noel

마고가 갖고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의 남동생이 자신의 혀를 끌끌차는 소리로 자신을 괴롭혔던 것이다.

"제가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인가 그랬고 그때 우린 매일 싸웠어요." 그는 말한다. "제 동생은 그 혀를 차는 소리가 제게 고통을 준다는 걸 알았죠. 제가 여러번 말했으니까요. 그래서 걔가 저보다 두 살 어렸지만 저에게 권력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그를 짜증나게 하거나 그가 원하는 걸 해주지 않으면 걔는 혀 차는 소릴 내기 시작했어요."

마고의 부모는 그 소리가 마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마고에게 어른처럼 행동하라고 말할 따름이었다.

이제는 성인이 된 동생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마고는 말하지만 동생이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더라도 그에 대해 불평하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어제 동생이랑 저녁을 먹었거든요. 다 먹고 나서 동생한테 껌을 줬는데 마치 소가 씹듯이 쩝쩝거리면서 껌을 씹는 거에요. 정말 끔찍했지만 소리를 덜 내면서 껌을 씹으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보통 불쾌해 하거든요."

"사람들은 그게 자신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 건 아니거든요. 문제는 저한테 있는 거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소음을 덜 내달라고 부탁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사람들이 제 주변에서는 평소대로 행동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되거든요."

Margot Noel and her brother as children

source : Margot Noel

마고는 자신의 평생동안 이런 증상을 갖고 있었지만 약 3년 전까지는 이것이 청각과민증이라는 걸 몰랐다.

"제게 문제가 있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었지만 그게 대체 뭔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럴 때 있잖아요. 뭔가 찾으려고 하는데 구글에 입력할 적절한 단어가 안 떠오르는 것처럼요."

"하루는 제가 정말 화가 나서 울고 있었어요. 정말 멋진 연극을 보고 있었는데 보는 내내 어떤 사람이 거의 곧 죽을 것처럼 숨을 쉬고 있었거든요. 집에 돌아와서는 이것 저것 계속 찾아보다가 그때서야 발견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저 단순히 제 증상이 뭔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마고는 또한 구글을 통해 청각과민증에 대한 연구가 뉴캐슬대학교에서 진행 중이라는 걸 발견했고 연구의 책임자인 수크빈더 쿠마르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감사를 표했다.

그는 답장을 보냈고 곧 마고를 연구에 초대했다.

청각과민증이란 무엇인가?

'선택적 소리 민감성'으로도 알려진 청각과민증은 어떠한 소리를 듣거나 그 소리를 예상할 때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이른다. 주된 감정적 반응은 크게 분노, 혐오, 불안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 분노가 가장 많은 반응이다.

이 감정들은 높은 수준의 자극 상태인 투쟁 도피 반응을 동반한다. 아드레날린이 방출되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한 에너지가 공급된다. 이는 보통 빠른 심장 박동과 빠르고 가쁜 호흡, 긴장, 열기, 떨림, 그리고 땀의 분비로 나타난다.

개방된 사무실과 같은 업무 환경은 지뢰밭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숨을 쉬거나 무언가를 먹는 것도 분노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내밀한 관계에서 긴장이 발생할 수 있고 연인들은 정상적인 활동을 함께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험은 끔찍했다. 자신의 증상을 촉발시키는 소리들을 그에 대해 반응하거나 눈을 감지 않고 견뎌야 했다.

"전선들이 제 얼굴 전체에 연결돼 그 소리들에 대한 저의 반응을 측정하고 있었어요. 정말 견딜 수 없었죠." 그는 말한다.

"제가 실험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다고 말했으니까요. 하지만 연구진은 제가 너무 고통을 받고 있어서 실험 결과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어서 그만해야 했다고 말했어요."

"제가 해야 했던 실험이 여섯 가지였던 것 같은데 단 두 가지만 했어요. 근데 그러고 나니 정말 평생 그래본 적 없을 정도로 울고 있었죠."

Margot Noel

source : Margot Noel

마고가 실험 중 너무 고통을 느낀 까닭은 자신이 보통 그런 촉발 소리를 피하기 위해 쓰는 방법을 하나도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 귀마개를 하거나 헤드폰을 쓴다.

"음악이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그는 말한다. "심지어 음악을 듣지 않을 때도 헤드폰을 걸치고 있죠. 뭔 소리가 나면 제 스스로를 구조하기 위해서요. 제게 음악은 보호구 같은 거에요."

모비, 데이비드 보위, 에어, 다이애나 로스, 오아시스, 대프트 펑크의 음악은 그의 삶의 OST가 됐다고 한다.

마고의 청각과민증 퇴치 음악 리스트:

Margot Noel

source : BBC
  • Moby - Inside
  • Moby - One of these mornings
  • Moby - Another woman
  • Air - Talisman
  • Air - La femme d'argent
  • Air - Le soleil est près de moi
  • David Bowie - Ashes To Ashes
  • David Bowie - Starman
  • David Bowie - Drive-In Saturday
  • Tommy Tee - Aerosoul
  • Daft Punk - Make Love
  • Daft Punk - Emotion
  • Aphex Twin - Heliosphan
  • Rappin 4 Tay - Playaz Club
  • DJ Mehdi - Signatune

심지어 영화를 보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키스하는 소리가 싫어요. 역겨움을 느끼게 해요. 그런 소리가 나면 저는 '아아악!' 하죠." 그는 말한다. "보통 영화 두 편 중 한 편은 사람들이 정열적으로 키스하는 모습이 나온다구요. 어떤 영화에서는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다른 영화에서는 소리가 크고 그럼 저는 귀를 막고 그 장면이 끝나길 기다려야 해요."

그렇지만 자기 자신의 애정 관계에서 키스를 하게 됐을 때는 청각과민증이 아직껏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다 한다.

"절 이해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려고 노력해요." 그는 말한다.

"만약 제가 어떤 남자랑 있는데 그에게 '주먹 두둑거리는 소리 그만 내주지 않을래?'라고 말했는데 저를 놀린다면 정말 확 깨는 일이 되죠. 전 그럼 '그래, 그럼 안녕'이라고 말할 거에요."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한다면 당신의 사소한 것들까지도 좋아하려고 할 거에요. 잘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가 불편하게 느끼길 원하지 않겠죠.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싶겠죠."

마고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고 사회생활도 잘 하고 있지만 청각과민증을 갖고 사는 건 매우 외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광고 에이전시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자신의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하고 있다. 그는 꿈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주로 혼자서 일해요. 거북이처럼 혼자 제 사무실에서 많은 글을 쓰죠." 그는 말한다.

수크빈더 쿠마르 박사는 청각과민증을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지행동요법(CBT)가 긍정적인 초기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증상을 갖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나 되는 학생이 심각한 청각과민증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다.

마고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증상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증상에 언제나 공감을 갖는 것은 아니고 심지어 몇몇은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전 그냥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동을 바꾸라고 요청하지 않고 제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요." 마고는 말한다.

마고는 자신이 참여한 실험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저는 제가 극장에서 옆에 앉은 사람한테 '죄송한데 그 소리 되도록 내지 않도록 해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청각과민증이 있어서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오, 정말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상황을 치료법보다 더 바라고 있어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절 괴물로 보지 않는 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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