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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사용 업무, 모국어보다 더 좋은 결과 낼까

'알아듣지 못한 척' 전략을 통해 시간을 벌어주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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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6.10. | 3,764 읽음
출처 : ALEXANDER DEMIANCHUK

외국어? 어렵다. 외국어로 일하기? 더더욱 어렵다.

머릿 속에서는 분명 깔끔히 정돈된 생각들도 외국어로 내뱉으면 꼬이기도 한다.

분명 이력서에는 썼지만 '부디 그 외국어로 하는 일은 시키지 말아달라' 기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업무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외국어를 사용하면 분석적 사고를 하게 되고, 좀 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특히 그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을 때 효과가 높다고 한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일하는 직원이 회사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는 무엇이 있을까.

'감정에 치우친 동물'이 되는 상황 막는 '외국어 효과'

출처 : AFLO CO. LTD. / ALAMY STOCK PHOTO

이 연구를 이끈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폼페우 파브라 대학 앨버트 코스타 심리학 교수는 "리스크 요소를 평가할 때 외국어로 말하면 감정에 영향을 덜 받고 더 분석적으로 사고하게 된다"라고 평했다.

사람들이 외국어로 말할 때 더 분석적으로 임하며, 실수를 덜 하게 된다는 것.

연구진이 '외국어 효과(Foreign Language Effect)'라고 명명한 이 패턴은 다수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현상의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에 아직 이 효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기에는 이르다는 말도 있다.

또, 어린시절 외국어를 습득했거나, 친밀한 사람들과 대화할 때 등 외국어 효과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외국어 효과의 실체는 무엇이며 외국어의 어떤 면이 우리를 덜 감정적인 동물로 만드는 것일까.

외국어가 인지적 압박을 준다?

출처 : OLAF DOERING / ALAMY STOCK PHOTO

외국어 효과는 단순히 생각을 할 때 총 연산량이 늘어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쉽게 말해 머리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원제: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지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사람들은 더 분석적이 된다고 밝혔다.

외국어를 사용하면 평소보다 인지적 활동을 더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더 분석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코스타 교수는 "당신의 결정이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에서만 나타날 것"이라며 이 효과가 감정이 직접 개입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점을 지적한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세리 엘리스 교수도 사람들이 외국어를 구사할 때 더 '객관적'으로 사고한다고 말한다. 그는 "해당 외국어가 모국어와 차이가 많은 언어일 경우 효과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외국어 사용, 더 뛰어난 협상을 이끌기도

'분석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문제를 통해 알아보자.

여기 60,000명의 사람이 있다. 모두 병을 앓고 있고 치료받지 않으면 죽는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약을 쓰면 60,000명 중 40,000명이 죽고, 두 번째 약을 쓰면 33% 확률로 60,000명을 모두 살릴 수도 있지만 66.6% 확률로 아무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전자가 후자보다 안전한 시나리오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를 택한다. 40,000명을 죽인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지기에 피하는 것이다.

수학적으로는 같은 말이지만, 40,000명이 '죽는다'는 말 대신 20,000명이 '산다'는 말을 들은 이들은 전자를 택할 확률이 현저히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인 해답을 제시한 이들은 대부분 이 문제가 제시된 언어를 최근에 배웠거나 일부분 이 언어 숙련도가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언어를 완벽히 숙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석대로 문장을 해석했고, 오히려 언어를 잘 숙지한 그룹은 자신이 가진 편견으로 더 빠른 해결책을 찾다가 문장 해석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결과는 언어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어 구사자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모국어 구사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부분을 보여준다.

그 외 장점은 무엇이 있나

출처 : ADAM G. GREGOR / ALAMY STOCK PHOTO

감정을 뒤로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협상 상황이다.

코스타 교수는 "사람들은 협상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외국어로 하면 더 차분한 태도로 협상는 데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외국어 협상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환경을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또 "알아듣지 못하는 척'하는 전략을 통해 시간을 벌어주는 장점이 있다고도 했다.

이 방법은 실제로 외교관이나 주재원 등 국제 협상을 벌이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전략이다.

외국어 사용은 상대방보다 '덜 똑똑하게' 보이도록 유도해서 상대를 방심하게 만드는데도 도움이 된다.

공격적인 어투를 사용해도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쓸 때가 덜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말이 쉽게 '칼'이 되는 오늘과 같은 사회에서 외국어 사용은 좋은 '말조심' 수단이다.

한계, 이론과 현실의 괴리

여기까지가 '외국어로 일하면 좋은 점'의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보이지만 현실에 대입하면 좀 더 복잡해진다.

엘리스 교수를 비롯해 연구진은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정당한 비판마저 억제해 집단 내 '세력 싸움'을 조장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이를 구제척으로 입증할 연구는 아직 없었지만, 집단 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 가능하다.

'문화적 차이'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서비스업 등 예의와 매너를 중시하는 직종의 경우, 외국어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일하면 분명 '차별화된' 직원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이것이 '더 뛰어난' 직원을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

외국어 사용은 빠른 소통과 눈치가 중요한 직종보다는, 느리더라도 정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직종에 더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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