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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일까?

이번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행위들이 가지는 일련의 공통점은 바로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 성적 발언 혹은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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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3.06. | 43,585 읽음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일까?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8개월간 자신의 비서를 4차례 성폭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왔다.

안희정 지사의 비서인 김지은 씨는 5일 오후 JTBC 방송에 출연해 "안 지사가 지난 8개월간 해외 출장과 서울 행사 등 시선이 없을 때 성폭력을 가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안 지사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 한재영을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미투 피해자 역시 출근 후 뽀뽀를 시도하는 그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으나 이후에도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은 충분한 걸까?

'안 된다면 안 되는 것'(No means No)

A flashmob gather in front of Hauptbahnhof main railway station to protest against the New Year's Eve sex attacks on 9 January 2016 in Cologne, Germany

출처 : Getty Images

2016년 7월 독일에서는 '안 된다면 안 돼'(No means No) 법안이 통과됐다.

요지는 피해자가 '안 된다'는 의사 표시를 했을 경우, 물리적 저항이 없었더라도 성폭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성범죄 관련 법률이 물리적 저항에만 집중돼있던 탓에 안된다는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기소되지 않거나 유죄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No means No 캠페인을 시작했고 입법 운동이 끝내 결실을 본 것이다.

스웨덴 역시 작년 12월, '명시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는 강간으로 간주하겠다는 요지의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스웨덴 스테판 뢰벤 총리는 "성관계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자발적이지 않다면 불법이며, 확신할 수 없다면 삼가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스웨덴 언론은 이 개혁안이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MeToo(미투) 해시태그

출처 : Alex Wong/Getty Images

한국 역시 항거 곤란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한 간음을 처벌하는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측면을 명확히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사 공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사기를 고무하고 가해자의 사기를 꺾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동의간음죄 신설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또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의 no가 no로 해석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발적 동의에 기초하지 않은 성관계로 이어졌을 때 여성들이 당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지지한 바 있다.

'No means No는 부적절'

한국에서 No means No 운동으로 표방되는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를 반대하는 측은 비동의간음죄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형벌권의 과잉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거의 핵심은 피해자의 의사와 같이 불명확한 개념을 어떻게 범죄 구성요건으로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반대 측은 단순히 동의 없음을 범죄구성요건으로 추가하기에는 특정인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져 증거재판주의와 죄형법정주의가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상대방의 위압적 태도에 억눌리거나 위축된 심리상태에 빠져 정상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을 경우, 강간죄가 아닌 위계 혹은 위력으로서 간음하는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위계 혹은 위력이란 행위자의 사회 경제 정치적 권세를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이다.

반대 측은 이 '위력'이 폭행과 협박이 닿지 않는 범위에 있는 간음까지 처벌하기 때문에 굳이 강간죄의 성립범위를 넓힐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성년자 혹은 장애인을 위력에 의해 간음하거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는 등의 행위는 대부분 위력간음죄에 의하여 처벌받고 있다.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직장내 성차별을 중단하자' 라는 종이를 들고 있는 남자

업무 고용 관계로 보호 감독하는 자가 보호 감독받는 자를 위력으로 가늠하는 경우 역시 이 법으로 처벌받고 있다.

안 지사의 비서인 김지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안 지사가 업무 고용 관계로 보호 감독하는 자인지 등을 가늠하여 위력간음죄가 성립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닌 것 같다'며 거절 의사 표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

이번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행위들이 가지는 일련의 공통점은 바로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 성적 발언 혹은 행위다.

한국에서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강요한 가해자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강간죄의 성립조건은 형법 제297조에 의하면 '폭행과 협박'에 있다.

최근 재판부가 내린 결정에 의하면 강간은 "성관계 당시 항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었는지를 봐야"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얼마나 저항했고, 상황을 모면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더라도 물리적인 폭행 혹은 협박이 없었고 물리적으로 항거하지 않았다면 강간죄를 입증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앞서 말했듯 위력간음죄가 성립될 수는 있을 것이다.

유엔은 지난달 열린 여성인권차별위 등에서 한국의 강간죄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엔 여성인권차별위 부의장인 루스 핼퍼린 카다리는 "국제 기준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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