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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 티셔츠..메시지를 '입는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바로 메시지를 말 그대로 '입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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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3.06. | 4,786 읽음

Natalie Portman in a Time's Up t-shirt

출처 : Getty Images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전달하고 하는 메시지를 직접 '입는' 것이다.

탑샵의 '페미니스트' 티셔츠부터 '타임즈업 (Time's Up)'티셔츠까지. 슬로건 티셔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특히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결성된 단체 '타임즈업'의 티셔츠는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한 여러 유명인이 입어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사회적 운동에 슬로건 티셔츠가 사용된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꽃 삽화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한다. 이 기업은 영업이익의 50%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한다.

프로듀스 101 방송 당시 가수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티셔츠를 입어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인송'은 아동폭력 반대 캠페인을 위해 'Please Stop', 'My Will is Good' 이라는 슬로건을 새긴 티셔츠를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은 자선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되었고, 배우 이종석이 드라마에서 'My Will is Good' 티셔츠를 입고 캠페인에 동참해 더 큰 호응을 얻었다.

디자이너 아시시(34)는 "슬로건 티셔츠는 마치 자신의 신념을 광고하는 간판과도 같다"고 말한다.

1984년 캐서린 햄넷과 마가렛 대처

출처 : PA

슬로건 티셔츠의 시작

캐서린 햄넷은 정치적 발언이 담긴 티셔츠를 처음 만든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종종 언급된다.

1984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마가렛 대처를 만난 햄넷이 "58%는 퍼싱 미사일을 반대한다"는 반핵 슬로건이 쓰인 티셔츠를 내보였던 일은 유명한 일화.

그는 당시 마가렛 대처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었고 우리에게 발언권이 없다고 느꼈지만 슬로건 티셔츠가 그 발언권을 되찾아줬다"라며, "티셔츠의 슬로건은 180m의 거리에서는 읽을 수 없지만, 한번 보면 뇌리에 자리잡힌다"고 말했다.

비비안웨스트우드의 티셔츠는 환경문제를 부각했다

캐서린의 대담함은 그녀의 디자인을 더욱 상징적으로 만들었고, 단순하며 굵은 글씨체는 1980년대 의류 디자인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자신만의 색을 보여준다는 것

20년 전, 헨리 홀랜드는 런던 패션위크 첫 번째 컬렉션에서 새로운 세대들을 향해 슬로건 티셔츠를 내보였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모델과 디자이너를 앞세워 선보인 "누가 대장인지 보여줄게, 케이트 모스(I'll show you who's boss Kate Moss)" 등의 재치있는 라임을 갖춘 슬로건은 패션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는 "그 티셔츠들을 '패션 광팬'티셔츠라고 부른다"며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슬로건 티셔츠는 "패션계의 축구복과 같은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손쉬운 접근

티셔츠는 저렴하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흥미나 관심 분야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아시시는 "이전에는 에디 슬리먼이나 자일스 디컨과 같은 디자이너들에게 50파운드(한화 약 7만 4천 원)로 존경을 표할 수 없었다"며, 이로 인해 "슬로건 티셔츠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디올의 2017년 티셔츠에 적힌 문구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논란이 됐다

출처 : Getty Images

하지만 2017년 디올의 슬로건 티셔츠는 논란이 됐다.

디올의 최초 여성 디자이너가 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다. 그녀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 라는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를 선보였다.

이 슬로건은 차마만다 응고치 아디치의 페미니스트 책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슬로건은 극찬을 받았지만 710달러 (한화 약 76만 8천 원)라는 값비싼 셔츠 가격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런던의 패션과 섬유 박물관 (Fashion and Textile Museum)에서 티셔츠의 역사에 대한 전시를 공동 기획했던 제나 로시카무스는 이것을 "페션계의 모순"이라고 표현하며 "특히 티셔츠는 생산가격이 저렴한 상품이기 때문에 더욱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티셔츠 가격에 대한 반발이 일자, 디올은 판매 가격의 일부를 가수 리한나의 비영리 단체 '클라라 리오넬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후 페미니스트 메시지는 모든 시내 중심가 옷가게의 티셔츠에 새겨지게 되었다.

제나는 "모두가 디올 상표가 달린 상품을 구매하진 못해도, 모두 사회적 지지를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시시는 유럽내 인종 다양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슬로건이 아니다

헨리 홀랜드는 슬로건 티셔츠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입장을 표한다.

홀란드는 "패션이 특정 정치 메시지에 너무 깊이 관여하게 되면 단순히 트렌드가 되어버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페미니즘은 트렌드가 되기엔 너무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며, "패션을 특정 사회적 메시지와 지나치게 깊이 연관시키는 것은 주의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이 돌아가는 과정은 이렇다. 디올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를 선보이면, 그 티셔츠가 3개월 안에 시내 거리 모든 소매상들에 비치된다. 그리고 6개월 후 중요한 슬로건을 담은 그 티셔츠는 그저 '유행이 지난' 티셔츠가 되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할리우드에서 열린 '타임즈 업'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 Getty Images

캐서린 햄넷은 자신이 입는 티셔츠에 적힌 문구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햄넷은 "슬로건 티셔츠 자체는 정말 근사하지만, 실질적인 성취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게 바로 위험 요소다.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다음번 선거에서 그들을 뽑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블로거 파트리샤 바타스(23)는 패션쇼 무대에서 페미니스트 슬로건을 보는 것이 여성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같은 무언가를 지지하게 위해 함께 등장하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애슐리 윌리엄스는 지난 런던 패션위크에서 눈에 듸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출처 : Getty Images

'타임즈업'운동을 비롯해 트럼프 반대 집회, 그리고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Black Lives Matter)' 운동도 모두 슬로건 티셔츠로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에 해당한다.

헨리 홀랜드는 "소비자로서 슬로건 티셔츠를 살 땐 단지 패션쇼에서 봤다는 이유로 사서는 안된다"며, "정말로 티셔츠에 쓰여있는 말을 지지하고 믿기 때문에 구매해야한다. 단지 유행에 휩쓸려서 구매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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