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만원의 시술, 난자 냉동은 어떤 사람들이 할까?

조회수 2021. 2. 1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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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난자를 냉동한 이유

얼리는 것도, 얼리지 않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다. 30~40대 미혼 여성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난자 냉동 시술. 어떤 여자들은 얼리는 쪽을 택했다.

I'M
FREEZING
MY EGGS

Case A
나는 5년 전 가임 보험을 들었다

언젠가부터 생리 양이 적어졌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눈길을 잡아챈 문장이 있었다. “난소 나이가 많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난소에 나이가 있다고? 내 난소 나이가 궁금했다. 호기심에 산부인과에서 AMH(난소예비능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당시 내 나이가 서른 살이었는데 난소 기능 나이가 서른여덟 살로 나온 것. 앞으로도 내 난소는 빠른 속도로 노화할 테고 그 흐름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대안을 찾다가 알게 된 게 ‘난자 냉동’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난자 냉동이 더 생소했을 때다. “아직 서른인데 무슨 그런 시술을 받느냐”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주변의 반응에 고민 끝에 시술을 취소했다. 그러나 그 후 일 년이 지나도록 그때 해둘 걸…, 아쉬움이 드는 거다. 나는 유치원 교사다. 매일 마주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서 더 늙어서 임신이 어려우면 어떡하지, 걱정과 경각심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결국 일 년이 지나 대구에 있는 S 난임병원에 찾아갔다. 다시 검사를 받아보니, 난소 기능 나이가 42살로 나왔다. 일 년 사이 네 살이나 더 늙은 거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병원에서 나보고 “암이나 불치병 때문에 시술을 받느냐”고 묻더라. 다른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30대 미혼 여성이 ‘보험’으로 난자를 얼리는 케이스는 그 병원에서 내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시술 비용도 지금보다 좀 더 비쌌다. 대략 4백만원에서 5백만원 선. 생리 시작 2~3일째부터 열흘 정도 과배란유도주사를 투여해서 말 그대로 난자를 뽑는다. 스스로 주사를 놓는 과정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내 경우엔 오히려 복부팽만감이 문제였다. 허리디스크가 있는데 주사를 맞고 나서 디스크가 커지면서 난소가 눌리는 느낌이 들어 일할 때 힘들었다. 그때 잠시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한다고 했을까’ 후회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시술을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었고. 정자와의 수정 여부를 제외한다면 난자 냉동은 시험관 아기와 원리가 비슷하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진행 중인 지인은 몸보다도 마음이 힘들어서 고생하고 있다. 내 경우에 심리적인 불편이 거의 없었던 건 아마 상황과 마음가짐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는 정말 보험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은 내가 난자를 냉동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게 부끄러웠다. 엄마한테 살짝 말했더니 미쳤다고 빨리 결혼이나 하라며 어찌나 잔소리를 하시던지. 그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올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가능하면 자연 임신을 하고 싶지만, 어려울 경우 그때 냉동해둔 난자를 쓸 수도 있겠지.


요즘 나는 서른 중반,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난자 냉동 전도사가 된다. 언제 결혼할지, 결혼을 하긴 할지, 아이를 낳을지 말지,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보험이란 원래 그래서 필요한 것이겠지. 시술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단 검사라도 받아서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네 난소 나이가 몇 살인지 알고 있어?” 나는 아직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한 친구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30대 미혼 여성 김


Case B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습니다만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지인이 난자를 얼렸다는 얘기를 듣고 충동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시술 비용은 3백만원에서 4백만원 선. 가방 하나 덜 산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사실 마흔이 넘은 나이니까 적기라고 볼 수는 없다. 다른 이유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AMH 결과 난소 기능 나이가 실제보다 10살 정도 어리게 나왔다. 평소 생리 주기가 39일에서 40일 정도로 긴 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처럼 생리 주기가 평균보다 확연하게 길다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더라도 난자를 얼리기 괜찮은 상태일 수 있다고 한다.


난자를 뽑기 전에 먼저 초음파 검사, 엑스레이 촬영, 피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값에 따라 시술을 지속해도 좋을지 아닐지가 판명된다. 피 검사 결과 시술을 하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의외의 문제가 생겼다. 난소 쪽에서 작은 혹을 발견한 것이다. 지금은 시간을 두고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다음 번 검사에서 결과가 괜찮다면 그대로 시술을 진행할 것이다.


7~10일 동안 스스로 복부에 과배란유도주사를 놓는 과정이 딱히 두렵진 않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자가 주사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 아니겠나?


사실 나는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 반드시 난자를 얼려 둬야 할 이유도 없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굳이 난자를 얼리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일 년 뒤 내 마음이 어떨지 100% 장담할 수 없다면 말이다. 과거에도 나는 출산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시절 남자친구가 아이를 원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흔들린 적이 있다. 사람 마음이란 그런 거다. 40대 미혼 여성 박


난자 냉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난자은행에 영원히 난자를 보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난임병원마다 난자를 냉동해주는 기간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할 것.


2. 한국에선 기혼 여성이 아니면 냉동한 난자를 사용할 수 없다.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으로 건너가 난자 냉동을 다시 시술받고 정자은행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


3. 냉동 난자의 생존율은 약 85%이고 냉동 난자를 사용해도 100% 임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4. 20대라고 하더라도 조기 폐경 가족력이 있거나 난소 종양 등 난소 기능에 영향을 주는 질병이 있는 경우 난자 냉동을 고려해볼 것.


5. 과배란유도주사로 생성된 난자는 다음 달의 난자를 미리 당겨 온 것이 아니다. 고로 폐경이 앞당겨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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