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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쏟아지는 팀랩(teamLab)의 전시, 왜 핫해?

조회수 2020. 10. 1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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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주목 받는 디지털 아트 그룹 팀랩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teamLab과 a’strict. 그들이 추구하는 경계와 한계 없는 예술을 통해 현대미술을 감각하는 새로운 감수성의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teamLab, Proliferating Immense Life ⓒteamLab

2016년 홍콩 아트 바젤에서 teamLab의 작품을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한다. 유화와 조각 사이에서 teamLab의 작품은 생경했지만, 시선을 붙들었고 새로운 예술이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팀랩이 선보이고자 하는 예술에 대한 이해가 드라마틱하게 높아졌음을 실감하나?

2001년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술을 선보여왔는데, 초기에는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없었고 팀을 경제적으로 지탱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비티의 힘을 믿었고 어떤 장르일지라도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며 젊은 층의 열광적인 팬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일본 미술계에서는 무시당했다. 2011년에서야 타이베이에 위치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이카이키키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 미술계에 데뷔할 수 있었다. 2014년부터는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 소속되어 작품 프로모션 등 협조를 받을 수 있었고, 2015년 도쿄에서 첫 단독 전시를 개최했다. 그 경험들로 말미암아 teamLab은 진화를 거듭해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시를 열었고 이번에는 서울에 오게 됐다.

teamLab, Universe of Water Particles, Transcending Boundaries ⓒteamLab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단 창작하는 teamLab의 스튜디오 풍경과 제작 과정이 무척 궁금하다.

teamLab의 스튜디오에는 컴퓨터를 비롯한 많은 기기와 시행착오를 거듭해 만들어진 수많은 프로토타입이 널브러져 있다. 작품과 프로덕트로 꾸며진 회의실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데 있어 애매모호하다는 이유로 생략되곤 하는 프로세스 공유를 중요시하게 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다. 이를테면 언제든지 머릿속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넓은 메모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메모 데스크, 뇌세포 자극을 위한 우드 블록, 푹신한 쿠션으로 된 데스크 같은 것들 말이다. 회의실에서 “결론부터 얘기해.”라는 말이 자주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앎으로써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표현이 나오기까지의 스토리나 프로세스가 있었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다고 본다.

teamLab, Black Waves: Immersive Mass ⓒteamLab

이번 전시 «teamLab: LIFE»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전시 공간인 DDP는 teamLab의 작품을 구현하기에 어떤 공간이라고 여겨지는지 듣고 싶다.

우선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자 지역시민과 관광객이 모여 다방면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전시를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이번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높은 천장고와 유기적인 형태로, teamLab의 작품들이 더 입체적이고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자연에 깃든 축복과 위협도 또 문명이 가져오는 혜택과 위기도, 모든 것은 끊임없이 순환된다. 절대적인 악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그저 따르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도 많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관계도,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감정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라는 사실을 언제나 긍정하고 싶다. 생명은 아름답기에. 이번 전시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teamLab, Universe of Water Particles, Transcending Boundaries ⓒteamLab

teamLab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의 주제는 자연이다.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일지도 모르겠지만 과학융합예술로서 자연을 형상화한다는 게 얼핏 아이러니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란 인간 스스로가 자연 속에서 긴 시간을 들여 깨닫고 발견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에 살면서 자연에 둘러싸여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체험은 좀처럼 하기 어렵다. 디지털 기술로 자연을 복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개념과 이를 활용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깨달을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더욱 넓게 자각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즉,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연이나 세계의 연속성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줄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테크놀로지는 자연과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되려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아이러니하다고 느낀 이유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예술가들은 자연을 표현할 때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강철 등을 이용하고는 했다. 이러한 표현방법은 teamLab이 디지털을 사용해서 자연을 표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teamLab의 작품들에는 이런 설명이 달려 있다. “기록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며 이전의 상태를 복제하는 것도 아니다. 감상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계속해서 변모하기에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엔지니어링에 관해 설명해줄 수 있나? 보편적으로 영상 작품은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애니메이터가 그려낸 움직임을 녹화하여 재생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teamLab의 작품은 사람들의 움직임, 시간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변화를 거듭한다. 각각의 작품에 알맞게 설계된 알고리즘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생성해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녹화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고 그 장면이 존재하는 순간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미 지나간 순간의 장면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teamLab, Continuous Life and Death at the Crossover of Eternity ⓒteamLab

인터랙티브 아트를 하는 이유는 관객에게 수동적인 감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기 위함일 테다. 관람 후기 역시 작품을 그저 보는 것이 아닌 ‘경험’함으로써 일깨워진 감각에 대한 얘기가 많다. teamLab이 바라는 감상의 태도가 있다면? 감상자들이 각자 자유롭게 teamLab의 작품에 몰입해서 체험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기쁘다. teamLab은 전시 테마나 작품 콘셉트에 맞는 최적의 기술을 선택하여 개발하고 있다. 기술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개념에 흥미를 갖고 그 현상이 예술을 어떻게 확장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감각과 사고, 행동을 확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인간의 뇌를 확장한다. 트위터는 인간의 발언을, 페이스북은 인간관계를 연장했듯이 말이다. 디지털 공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을 위해 디자인되어 있다. teamLab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탄생한 작품으로 물리적인 공간을 확장하고자 한다.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같은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을 디지털화함으로써 그 작품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성을 간접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존재가 공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가 하면 타인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아름답다면 타인의 존재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 예술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결합함으로써 타인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설치 중인 작품에서 포즈를 취한 teamLab.

teamLab의 작품을 보는 일은 전시장에 있는 타인과 잠시나마 감각의 공동체가 되는 경험이겠다. 모리빌딩 디지털아트뮤지엄에서 영구적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 «teamLab Borderless»의 제목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위계, 국경 등 점점 그 무엇에도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21세기 우리의 삶을 은유하는 말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간의 인터뷰를 보면 이 ‘경계 없는 삶’에 대한 비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경계 없음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했다.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들이 분리, 단절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stay home을 실천하며 물리적으로 고립되어도 이미 경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은 그저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와 연결돼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코로나 발생 이후에 만든 작품 〈Flowers Bombing Home〉은 집 속 텔레비전 화면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작품으로, 자기 공간에 머물면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마카오 상설 전시 «teamLab SuperNature»의 새로운 작품인 〈Massless Clouds Between Sculpture and Life〉는 구름같이 거대한 덩어리가 공간 속을 떠다닌다. 감상자는 구름에 온몸으로 몰입해 작품과 신체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를 체험한다. 구름 덩어리는 감상자가 만지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서져가지만 다소 붕괴하여도 하나의 생명체처럼 스스로 복구한다. 단순히 말하면 생명은 여기 이 구름처럼 외부 환경과의 연속성 속에서 자기조직화와 질서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며, 우리가 어디에 있든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은 인간의 존재를 근원부터 긍정하게 하는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안동선은 프리랜스 에디터이다. 2014년 1호부터 〈바자 아트〉를 만들었고 다양한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움의 정의를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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