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어떤 컬러를? 패션으로 알아보는 컬러의 심리학

조회수 2020. 6. 26. 14: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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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필요한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컬러파워

‘빨주노초파남보’ 형형색색의 컬러로 물든 S/S 시즌. 오색빛깔 에너지를 수혈받아 단조로운 일상에 긍정의 무지개를 드리우길!

POWER
OF
COLORS

한 달에 한 번, 가장 완벽한 단 하나의 컬러를 선택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울 때가 있다. 바로 네일 숍에서 새로운 네일 컬러를 고를 때다.(현대여성들의 대표적 ‘소확행’이 아니던가!) 명도는 물론이고, 브랜드마다 채도도 미세하게 다른 수십 개의 컬러 차트에서 오늘의 나를 대변하는 컬러이자 신체 리듬을 상승시켜줄 하나의 색을 고르는 행위. 화보 촬영 때마다 산더미 같은 옷과 마주하며 나름 컬러풀한 삶(?)을 살고 있는 에디터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컬러’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사실 컬러는 우리 주위에 언제나 존재하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단적인 예로 오늘 아침 출근길을 떠올려보라. 눈을 뜨자마자 창문 밖 하늘 색을 확인해 날씨를 가늠했고, 커피를 어느 색 잔에 따라 마실지 고민했으며, 청바지에 어울릴 양말을 고를 땐 컬러 매치를, 횡단보도에선 신호등이 빨간 불인지 초록 불인지 확인했다. 그렇다. 인지하지 못했을 뿐 우린 매일, 매 순간 컬러를 통해 많은 결정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퍼스널 컬러 혹은 컬러 테라피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컬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 앞서 얘기한 네일 컬러도 그 중 하나다. 2019년 출간과 동시에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패션 & 디자인 부분 1위에 오른 캐런 할러(Karen Haller)의 〈컬러의 힘(The Little Book of Colour)〉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등장한다. “컬러는 그저 장식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컬러는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시키고 웰빙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며 단시간에 효과를 낸다.” 생각해보면 기분을 바꾸는 데엔 내가 좋아하는 컬러의 무언가를 가까이하는 것, 그보다 쉬운 방법도 없다. 그리고 내 몸에 직접 착용할 수 있는 옷, 가방과 구두, 액세서리는 더없이 좋은 수단이다. 게다가 우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색의 옷들을 직접 선택해 입을 수 있고, 언제든 원하는 컬러로 바꿔 입을 수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동시대의 디자이너들은 시즌마다 매력적인 컬러 팔레트의 컬렉션을 선보이며 이 즐거운 행위의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다.

이번 시즌 트렌드를 섭렵한 이라면 올여름엔 네온 컬러는 물론이거니와 과즙미 넘치는 프루티한 컬러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눈이 시릴 듯한 네온 컬러 드레스로 새하얀 캣워크를 빛낸 발렌티노, 재활용된 플라스틱 정글을 배경으로 총천연색 룩을 선보인 마르니, 옷장을 채우고 싶은 컬러풀한 서머 드레스로 가득했던 스텔라 매카트니, 컬러의 향연이라 해도 무방할 다채로운 무지갯빛 룩을 선보인 MSGM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낸 컬러 피스들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컬러 사용에 있어 다소 보수적이었던 고급 가죽 피스조차 생동감 넘치는 컬러로 무장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는 것. 디자인도, 소재도, 프린트도 각기 다른 이 컬러풀한 룩들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역시나 컬러가 선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꼽을 수 있다. “컬러는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고, 기운이 솟게 하거나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고, 우리를 지루하게 하거나 차분하게 해줄 수도 있고, 우리에게 만족이나 절망을 선사할 수도 있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이자 20세기 주요 예술 이론가로 손꼽히는 칸딘스키도 컬러의 힘에 대해 이와 같이 역설한 바 있다.

좀 더 이론적으로 파고든다면 앞서 소개한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응용색채심리학자인 캐런 할러의 말을 참고해볼 수 있다. 그녀는 컬러의 심리학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4개의 심리학적 원색(Psychological Primary)인 빨강, 노랑, 파랑, 초록에 담긴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먼저 빨강은 신체에 영향을 미치며 심장박동을 높이고 맥박을 빠르게 한다. 또 싸우거나 회피하려는 본능을 일깨우기도 한다. 노랑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컬러로, 주된 작용은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가장 강력한 색도 노랑이다. 파랑은 지성에 영향을 미치며 두뇌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초록은 균형과 조화의 색으로, 위 세 가지 컬러의 중심에 위치한다. 즉 정신과 육체와 감정적 자아의 균형을 의미하는 컬러다. 아울러 색의 성격을 결정하는 건 다름 아닌 채도. 채도가 높은 색은 자극적일 확률이 높고, 낮으면 편안한 느낌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 예시로 강렬하고 짙은 빨강은 신체에 활력을 주지만 분홍은 신체를 안정시키고 마음을 위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결국 컬러풀한 이번 시즌 룩에서 느낀 긍정적인 에너지의 근원도 컬러가 우리에게 주는 감정적인 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스트로베리 컬러 베이비돌 드레스에서 마냥 사랑스러운 느낌보다 열정, 용기, 넘치는 힘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여유로운 실루엣의 로샤스 드레스에 선명한 레몬 옐로 컬러가 더해지며 자신만만함과 낙관적인 무드가 공존하는 것도, 헐렁한 디스트로이드 진에 매치했음에도 지방시의 틸 블루 컬러 블라우스가 평온하고 품위 있는 느낌을 선사하는 것도, 이 모든 것이 명도와 채도가 높은 컬러를 현명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색은 사람의 심리에 강력하게 작용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물론 부정적인 속성을 가진 컬러도 존재한다. 그러나 2020년의 패션계에서 컬러는 옷을 입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순간을 선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그렇게 믿고 싶다.) 풍요로움과 즐거움으로 넘실대는 S/S 시즌의 무지개 스팩트럼은 이를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컬러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라고 손짓한다.

그리고 그 본능을 따라 나를 기분 좋게 하고 즐겁게 해주는 색들로 주위를 비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단조로운 일상에 컬러를 입히는 일이다. 마치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의 도로시가 오즈의 나라에 떨어진 순간 흑백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물든 것처럼 말이다. 완연한 여름이다. 또한 어느 때보다 긍정의 힘이 절실한 때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역시나 밝고 생생한 컬러의 룩으로 새로운 여름을 나는 것! 이보다 더 명료한 해답은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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