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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BTS 슈가의 'D-2'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20. 6. 12. 13: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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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믹스테잎, 인간적 민윤기

BTS가 청춘의 불안과 희망을 노래하는 그룹이라면, 슈가는 그 정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멤버다. 슈가의 믹스테잎 'D-2'는 지난 3년간 변해온 그의 자아를 그대로 투영한다.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슈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그는 자신을 예쁘게 꾸미지 않는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지도, 현학적인 표현들로 자신의 본심을 그럴듯하게 감추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Shadow’에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맞서고 그것을 드러내는 뮤지션이다. 자신을 지배하는 불안과 어두움을 인정하지만 그 와중에 결코 내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BTS가 청춘의 불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룹이라고 한다면, 슈가가 그 정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멤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후련함을 느낀다.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찰진 표현과 당찬 태도로 후려갈기는 통렬함. ‘저런 생각 따윈 나도 할 수 있어’ 싶은 통찰의 부족이나 ‘저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나’ 싶은 어휘나 표현의 졸렬함도 없는 래퍼.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하는 말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그 날것의 애티튜드. 음악은 그렇게 사람의 모습을 닮는다.

슈가의 새로운 믹스테잎 [D-2] 역시 그의 이 같은 진솔한 면모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변해온 그의 자아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대취타’는 글로벌 스타인 슈가의 현재의 위상을 화려하게 전시한다. ‘IDOL’과 ‘땡’을 잇는 국악 크로스오버 곡으로, 이 같은 시도가 흥미를 끌기 위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을 갖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이 음악들을 듣고 있는 다수의 대중들이 한국 전통 문화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사뭇 남다르다.


왕의 행차를 알리는 대취타의 위용은 트랩 특유의 공격적인 스웨그와 결합되어 그의 비판자들의 얼굴 앞에서 쏟아내는 통렬한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대취타’의 날선 메시지가 그간 슈가의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이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오히려 그건 예외적이긴 주제 의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사와 정서적인 측면에서 이 앨범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테마는 의외로 ‘체념’‘돌아봄’이다.


세계 최고의 스타로서 그를 옥죄는 부담감은 그를 마냥 자신만만하고 뻔뻔하기보다는 다분히 성찰적인 사람, 나라는 세상 바깥을 더 의식하는 존재로 만든 것 같다. 3년전, 그의 첫 믹스테잎이 내세운 가치는 ‘증명’과 ‘과거’였다. 그는 자신을 알리고 싶었고, 걸어온 길을 회상했으며, 그 메시지는 늘 바깥을 향한 외침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지금의 나와, 날 둘러싼 세상과, 내 주변의 사람, 그리고 내 내면을 더 의식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전작보다 훨씬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음악에 접근하는 유연해진 마인드는 그의 진화된 뮤지션쉽을 뚜렷이 드러낸다.

앨범은 “저 달”을 보며 “잘 모르겠어”라는 말로 문을 연다. 영웅적 존재로서의 스왜그 대신 의심을 떨쳐내지 못한, 하지만 그 마저 자연스러운 나로 껴안은 모습이다. Agust D의 변모된 모습은 심지어 이 앨범의 가장 공격적인 순간속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퉁명스러운 톤으로 반복하지만, 그 안에서 무의미한 싸움을 받아주거나 자신을 믿지 않는 남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납득시키고 싶어하는 자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는 냉소와 체념이 느껴질 뿐이고 이는 어른이 된 슈가의 일면이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모습을 보며 분노 대신에 ‘이상하지 않은가’라며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질 뿐이고, 다른 삶을 살고 싶었지만 어느새 비슷한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을 책망하며 뮤지션으로서 가장 연약한 나이인 스물 여덟을 맞이한다. 변해간 ‘사람’들을 원망하기보다 그들도 결국 나와 똑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체념한 그는, ‘혼술’을 하며 극도의 외로움과 마주하고, 그리고 기어코 자신을 옭아매며 떠돌던 미련과 죄책감의 마지막 한 조각을 친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Dear My Friend’ 속 절절한 고백 속에 해방(‘Set Me Free’)시켜 날려보낸다.

 

BTS의 아이돌 슈가에서, 증명하고 싶었던 Agust D에서, 이제는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뮤지션 ‘민윤기’의 새로운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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